6·3 전국동시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본격화하면서 전국 거리를 뒤덮은 현수막이 시민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무분별하게 내걸린 현수막이 도시 미관 훼손을 넘어 보행자와 운전자 시야를 가려 인명 사고를 유발하고 있다.
◇안전사고 잇달아
24일 행정안전부와 각 지방자치단체 등에 따르면 지난 21일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이후 현수막으로 인한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유동 인구가 많은 교차로와 건널목에 걸린 출마자 현수막이 급격하게 늘었다. 이로 인해 보행자가 줄에 걸려 넘어지거나 대형 구조물이 무너지는 등 위험한 상황이 속출했다.
최근 강원 원주의 한 도심에서는 인도 옆 철골 구조물이 완전히 휘는 일이 발생했다. 후보자를 알리기 위해 건물에 설치한 25m가 넘는 초대형 현수막이 강한 바람을 이겨내지 못하고 붕괴됐다. 큰 인명 피해는 피했지만 찢어진 현수막과 무너진 시설물이 도로를 덮쳐 자칫 대형 교통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보행자 사고도 끊이지 않는다. 지난달 25일 경기 포천시의 한 사거리에서는 길을 건너던 초등학생이 도로 가장자리에 설치된 현수막 고정 끈에 목이 걸려 넘어졌다. 약 1m 높이에 묶여 있던 얇고 하얀 끈을 미처 발견하지 못한 것이다. 이 사고로 학생은 두개골이 골절되는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어린이보호구역도 안전하지 않다. 현행법상 어린이보호구역은 현수막 설치가 전면 금지돼 있다. 하지만 알박기 경쟁 탓에 어린이보호구역 표지판이나 신호등이 가려지는 일이 반복된다. 키가 작은 어린이들은 현수막에 시야가 가려 다가오는 차량을 피하기 어렵다. 운전자 역시 횡단보도로 갑자기 튀어나오는 보행자를 늦게 발견할 위험이 크다. 철거하더라도 같은 자리에 다른 현수막이 곧바로 다시 걸리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불법 현수막 10만 건 폭증
불법 현수막 단속은 해마다 폭증하는 추세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단속한 불법 정당 현수막은 10만2238건이었다. 2024년 5만5571건과 비교해 1년 만에 84%나 증가했다. 서울시 역시 지난해 불법 현수막 5810개를 단속했다. 이 가운데 정당 현수막은 992개로 상업용 현수막(1619개)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하지만 단속에는 한계가 있다. 서울시는 수거 보상원 639명을 투입해 집중 정비를 벌이고 있다. 기동반이 하루에 자치구 여러 곳을 쉴 틈 없이 돌며 단속하지만 역부족이다. 일부 정당과 후보자는 공식 선거운동 기간이 시작되기 전에 좋은 자리를 선점하려고 일반 정당 구호 현수막을 미리 걸어둔다. 선거운동이 본격화하면 이를 후보자 홍보 현수막으로 바꿔 다는 이른바 ‘명당 알박기’ 꼼수를 부린다.
현수막을 설치하고 철거하는 현장 노동자도 위험에 노출돼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2년 이후 현수막 관련 작업 중 발생한 산업재해는 350건에 달했다. 이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173건이 추락 사고다. 최근에도 한 노동자가 낡은 사다리에 올라가 건물 외벽에 현수막을 달다가 발판이 부러져 2.5m 아래로 떨어져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김준모 건국대 행정학과 교수는 “선거 홍보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시민과 어린이의 안전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며 “정당 스스로 엄격한 설치 기준을 마련하고 무분별하게 현수막을 내건 후보를 유권자가 표로 심판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소이/김영리 기자 clai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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