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전 서울 마포 라이즈오토그래프컬렉션호텔 15층 펍. 2026 북중미 월드컵 한국·멕시코전 경기를 함께 보기 위해 200여 명이 몰렸다. 오전 9시30분 입장을 앞두고 9시부터 줄이 늘어섰고, 자리가 모자라 대부분 바닥에 앉거나 선 채로 경기를 봤다. 초록색 멕시코 유니폼을 입은 관람객과 붉은 옷을 입은 한국 응원객이 섞여 ‘오, 필승 코리아’와 멕시코 응원가 ‘시엘리토 린도’를 번갈아 외쳤다. 호텔이 주한 멕시코대사관에 먼저 연락해 마련한 자리다. 한 멕시코 응원객은 “멕시코가 이겨 기쁘지만 한국도 함께 32강에 진출하면 좋겠다”고 했다.
월드컵 경기가 한국시간으로 오전에 열리면서 호텔, 펍, 카페 등에서 벌이는 ‘실내 응원’이 대규모 ‘길거리 응원’을 대신하고 있다.
오비맥주 카스는 이날 서울 성수동 한 식당에서 ‘뷰잉펍’을 열어 예약한 축구 팬 200여 명과 함께 응원했다. 축구 해설가 서형욱이 현장에서 경기를 풀어줬고, 같은 날 이태원 등 다른 스포츠펍에서도 응원전이 이어졌다. 광화문광장 인근 술집도 아침부터 일찌감치 들썩였다. ‘JH텍사스바’ 입구에는 ‘예약 고객만 입장 가능’이라는 안내문이 붙었다. 문을 열자 양복 차림 직장인들의 응원 소리가 가게를 채웠다. 가게 관계자는 “인근 기업 단체 예약이 몰려 1주일 전부터 다 찼다”고 했다. 인근 ‘가르텐비어 종로서울극장점’도 단체 예약으로 만석이었다. 광화문광장에서 만난 직장인 신모씨(24)는 “회사에서 점심시간을 유동적으로 조정해줘 동료들과 함께 응원하러 나왔다”고 했다.
오피스 상권 치킨집과 호프집도 특수를 누렸다. BBQ 을지로입구점은 단체 예약으로 110석이 모두 찼다. 여의도역점에는 포장 치킨 150마리 주문이 들어왔다. 응원은 사무실 안으로도 들어왔다. 현대그린푸드가 운영하는 강남의 한 기업 구내식당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경기를 생중계했다. 동원산업도 구내식당에서 직원들과 함께 응원했다.
영화관에서도 응원이 열렸다. 메가박스는 한국의 조별리그 3경기를 전국 40여 개 지점에서 생중계한다. 대회 중계권을 보유한 JTBC가 같은 그룹 계열사인 메가박스에만 극장으로는 유일하게 화면 중계권을 내줬다. 학교도 나섰다. 서울 시내 상당수 학교가 교실과 강당에서 함께 모여 경기를 지켜봤다. 서울 중앙여고는 전교생이 운동장에 모여 대형 화면을 보며 북을 치고 응원했다.
응원이 이렇게 실내 공간에서 주로 이뤄지는 건 경기가 평일 오전에 열리는 영향이 크다. 밤에 야식을 먹으며 야외에서 대규모로 하던 방식의 응원을 하기 힘들어진 것이다. 여기에 2022년 이태원 참사를 겪은 뒤 한 곳에 많은 사람이 몰리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가 한몫했다. 또 이달 들어 한낮 기온이 30도를 넘나드는 더위가 이어진 것도 야외 응원을 피하게 했다.
응원 공간을 이끄는 주체는 붉은악마 등 축구 팬 위주에서 기업으로 옮겨갔다. 신세계 스타필드는 경기 하남·고양과 서울 코엑스몰 등 전 점포에 큰 화면을 설치해 한국 경기를 틀었다. 오전에 경기를 본 손님이 점심과 쇼핑을 이어가게 하려는 마케팅 전략이다. 더현대 서울은 대한축구협회와 함께 대표팀 라커룸을 본뜬 팝업 매장을 열었고, 롯데백화점은 공식 후원사 비자카드와 손잡고 응원 상품을 나눠줬다.
다만 거리 응원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광화문광장에는 경기가 한창인 이날 오전 11시 기준 서울시 추산 약 1만8000명의 붉은악마가 모였다. 무더위 속에서도 양산과 손선풍기를 든 시민들은 “대한민국”을 외쳤다. 한국이 멕시코에 졌지만 시민들은 경기가 끝나자 박수를 보내고 큰 혼란 없이 흩어졌다.
안재광/이소이 기자

2 hou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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