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유세차서 '이재명 홍보'…난리 난 국힘 선대위 무슨 일? [정치 인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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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세종시 소담동에 주차된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 유세 차량에서 이재명 후보 유세 현장이 중계되고 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지난 12일 세종시 소담동에 주차된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 유세 차량에서 이재명 후보 유세 현장이 중계되고 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8년여 만에 또다시 '탄핵 대선'을 치르게 된 국민의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대선 후보 지지율 한 자릿수에서 시작했던 지난 2017년보다는 희망적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당내 갈등도 과거보다 훨씬 심각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2일 세종시 한복판에 주차된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유세차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출정식 영상이 흘러나왔다. 이를 목격한 시민들 사이에서는 "실제 상황이 맞느냐'는 등 황당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국민의힘 세종시 당협 관계자는 16일 통화에서 "유튜브로 김문수 후보 영상을 틀어놨는데, 자동 재생 알고리즘으로 이재명 후보 영상이 재생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보통 유세차에서는 와이파이가 연결되더라도 유튜브보다는 미리 다운받아놓은 영상을 튼다"며 "어려운 선거판에 이런 실수가 나와서 아쉽다"고 토로했다.

단순한 해프닝으로 치부하고 넘기기에 씁쓸한 뒷맛이 남는 이유는 이 장면이 집중력과 긴장감이 무너진 선거 현장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줬기 때문이다. 실제로 당 안팎에서도 이 사건이 '앙꼬 없는 찐빵'이라는 말로 요약되는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의 실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왔다.

◇ '탕평' 선대위?…실제로는 핵심 인사 모두 실종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5일 오전 서울 국회 본관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회의 및 중앙선대위 임명장수여식'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5일 오전 서울 국회 본관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회의 및 중앙선대위 임명장수여식'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

국민의힘 선대위는 일견 보기엔 '탕평 인선'을 한 모양새다. 친윤석열계는 물론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경쟁 캠프에 있었던 의원들이 모두 참여했다. 한덕수 전 무소속 예비후보와 단일화를 요구하며 단식 투쟁에 나섰던 김미애 의원, 한동훈 캠프에 있던 김성원 의원, 홍준표 캠프에 있었던 유상범 의원과 김대식 의원, 나경원 캠프에 있었던 강승규 의원도 합류했다. 함께 경쟁했던 경선 주자 중엔 나경원 의원과 안철수 의원이 공동선거대책위원장으로 이름을 올렸다.

대선 후보 교체 소동으로 김문수 후보와 당이 인사를 협의할 시간이 부족했던 데다, 김 후보의 '통합'에 대한 의지, 지도부의 입김이 더해진 결과로 풀이된다. 하지만 구성만 그럴싸할 뿐, 정작 통합을 위한 핵심 인사는 아무도 김 후보의 선거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상황이다.

우선 국민의힘 대선 후보 최종 확정 직전까지 경쟁했던 한덕수 전 총리는 '민간인으로 돌아간다'는 선언을 철저히 지키고 있다. 그는 김 후보로부터 직접 공동선대위원장을 제안받았으나 고사하고, 두문불출하고 있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과 한동훈 전 대표는 당을 향한 비난의 목소리를 숨기지 않고 있다. 홍 전 시장은 연일 당을 향해 "'국민의짐'이 된 줄도 모른다", "도저히 고쳐 쓸 수 없는 집단" 등 강도 높은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한 전 대표는 김 후보를 향해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줄기차게 요구하면서 대선 선거판에서 '윤석열 탈당' 이슈를 주도하고 있다.

◇ 저마다 쌓이는 불만…"어차피 못 이긴다 생각하나"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6일 충남 천안시 신세계백화점 앞에서 열린 유세에서 시민들에게 하트를 만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6일 충남 천안시 신세계백화점 앞에서 열린 유세에서 시민들에게 하트를 만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런 분위기에 의원들의 불만도 저마다 쌓이고 있다. 대선 전까지 지역에 머무르며 사실상 '피신'한 의원들도 속출하는 가운데, 누구도 선거를 진심으로 치르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다.

한 중진 의원은 "지금 당 분위기가 진 게임을 억지로 치르는 것 같다"며 "지도부도, 의원들도 김문수 후보에게 진심으로 힘을 싣는 것 같지 않다"고 토로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수도권 당협위원장은 "어차피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하니, 각자 체면만 챙기자는 분위기가 퍼져 있다"며 "후보 혼자 분투하고 있는 상황 아닌가"라고 진단했다.

선대위 간판만 걸어놓고 실제로는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무중력 상태'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탕평을 빙자한 책임 분산, 지원 없는 명목상 선대위, 긴장감 잃은 당협 등 이번 대선에서 국민의힘이 이기는 시나리오를 찾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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