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장 김상환-재판관 오영준 지명
金, 30여년 재판 매진… 헌법 해박
李 변호인 지낸 이승엽, 후보 고사
헌재, 중도-진보 우위로 재편될듯
이재명 대통령은 26일 헌법재판소 재판관 겸 소장 후보자로 김상환 전 대법관(59·사법연수원 20기)을 지명했다. 대통령 몫 헌재 재판관 후보자로는 오영준 서울고법 부장판사(56·23기)를 지명했다. 두 후보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명해 올해 4월 퇴임한 문형배 전 헌재 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 전 재판관의 후임이다. 헌재 소장은 이종석 전 소장이 지난해 10월 17일 퇴임한 이후 252일째 공백 상태였다. 두 후보자가 임명되면 헌재는 공백 없이 ‘9인 체제’로 회복되면서 ‘중도·진보 우위’ 구도로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 12년 만에 대법관 출신 헌재 소장 지명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날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이번 인사는 헌재의 독립성과 국민 신뢰 회복을 위한 새 정부의 첫걸음”이라며 “헌법 정신에 충실한 재판이 가능하도록 역량 있는 인재를 발탁했다”고 인선 결과를 발표했다.
제주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로 재직 중인 김 후보자는 30년 이상 재판 업무에 매진해 온 법관이다. 두 차례 헌법연구관으로 파견 근무를 해 헌법에도 정통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1994년 부산지법 판사로 임관해 대법원 재판연구관,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서울고법 부장판사 등을 지냈다. 서울고법 부장판사 시절인 2015년 2월에는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으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항소심 재판장을 맡아 선거 개입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면서 징역 3년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수석부장판사를 맡고 있던 2018년 대법관에 임명됐다. 법원 내 진보 성향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원이었지만 2021년 사법행정을 총괄하는 법원행정처장에 임명되자 탈퇴했다.
김 후보자가 임명되면 이강국 전 헌재 소장(2007년 1월∼2013년 1월) 이후 12년 만에 대법관을 지낸 소장이 된다. 김 후보자는 이날 지명 발표 후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헌법적 가치를 지켜온, 헌법재판소의 길에 동참할 기회가 주어져 부족한 저에겐 큰 영예”라며 “무거운 책임감으로 청문 과정에 성실하게 임하겠다”고 밝혔다.
오 후보자는 국제인권법연구회의 전신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으로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대법원 재판연구관과 선임재판연구관, 수석재판연구관 등을 지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심리를 보좌하는 수석재판연구관은 각 기수에서 가장 실력이 뛰어난 소위 ‘엘리트 법관’이 임명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7월 대법관 후보자 최종 3인에 올랐고, 지난해에도 대법관 후보자에 이름을 올렸지만 최종 임명되진 않았다. 서울고법 부장판사 시절인 2019년 2월엔 2019년 특경가법상 횡령 등 혐의로 기소됐다가 ‘황제 보석’ 논란 끝에 재수감된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의 두 번째 파기환송심을 맡아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 ‘李 변호인’ 이승엽, 후보직 고사진보 성향인 두 후보자가 임명되면 ‘9인 체제’로 회복되면서 현재 진보 2명(정계선 마은혁), 중도 3명(김형두 정정미 김복형), 보수 2명(정형식 조한창)의 구도에서 ‘4 대 3 대 2’의 중도·진보 우위 체제로 재편된다. 특히 가장 먼저 임기가 끝나는 김형두 재판관의 임기가 2029년 3월까지인 만큼 앞으로 약 4년간 이 같은 재판관 구성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헌재 재판관은 임기 6년으로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며, 헌재 소장의 경우 국회 임명동의안 표결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앞서 한덕수 전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는 보수 성향인 이완규·함상훈 후보자를 후임으로 지명했지만 이 대통령은 새 정부 출범 이튿날인 5일 두 후보자에 대한 지명을 철회했다.
한편 헌재 재판관 후보자로 유력하게 거론됐던 이승엽 변호사(53·27기)는 후보직을 고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변호사는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과 위증교사, 불법 대북송금 사건 변호를 맡은 이력으로 인해 야권에서 이해충돌이 아니냐는 비판이 뒤따랐다. 강 비서실장은 “(이 변호사가) 훌륭한 분이지만 본인이 고사했다”고 전했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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