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의 일침… “張 지위만 높고, 꿈만 크다”
봇물 터진 張 사퇴 요구… ‘야당 복’만은 아냐
한동훈 부산행 활력으로 PK 단체장 승리 땐
장동혁 숨통 틔워주는 지독한 역설 발생
다만, 주 의원이 놓친 게 있다. 야당의 난맥은 장동혁 1인 사퇴로 끝날 일이 아니란 점이다. 장동혁은 한 사람의 정치인이 아니고, 오히려 기획작품에 가깝다. 국회의원 3년 만에 당 대표로 선출된 그는 스스로 권력을 만든 게 아니다. 탄핵 이후 방향을 잃은 친윤 내지는 ‘언더 찐윤’ 세력이 그를 옹립하다시피 했다. 이러니 마음대로 사퇴할 처지가 아니라는 해석까지 나온다. 설사 그가 퇴진하더라도 ‘친윤 그룹’ ‘짠물 당원’이 내세우는 누군가는 제2의 장동혁이 될 것이다. 주 의원은 사퇴 촉구가 아니라 ‘친윤+짠물’이란 주도 세력을 바꾸는 작업에 나서자고 촉구하고, 스스로 앞장서야 했다.
이런 맥락에서 장 대표가 쏟아지는 사퇴 요구에 응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는데, 당연한 수순으로 읽힌다. 그는 “지방선거를 마무리하고 당당하게 평가받겠다”고 했다. 지난주 갤럽 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국힘의 지지율은 48% 대 20%였다. 이런 지지율 격차를 받아든 상태에서 ‘당당하게 평가받겠다’고 말할 수 있는 자신감의 뿌리는 무엇일까. 우선, 이런 처신은 ‘대책 없음’을 숨기려는 표현일 수 있다. 지금 사퇴한다고 대단한 결단으로 평가받지도 못할뿐더러 본인만 만신창이가 될 수 있다. 여기에 작금의 당 상황이 장동혁 1인만의 책임이랄 수 없고, 그를 교체한다고 문제가 해결될 수 없을 만큼 사태가 꼬여 있는 점도 작용했을 것이다.
장 대표가 기댈 법한 구석이 생긴 것도 눈길을 끈다. 부산을 중심으로 한 부산·울산·경남(PK)에서 지지율이 꿈틀거리고 있다. 대선 출구조사 때 PK에서 이재명 후보는 48%, 김문수 후보는 44%를 얻었다. 지난주 갤럽 조사 땐 41% 대 28%로 벌어졌다. 44%와 28%의 차이는 걸려온 여론조사 전화에 “나 국힘 지지한다”고 말하고 싶지 않은 이들의 존재를 말한다. 과거 지지자였고, 잠재적 우군인 이들이다.현재 당 안팎에선 ‘국힘이 선거에 참패해야만이 장동혁 체제가 무너진다’는 믿음이 형성돼 있다. 그래서 6월 선거 때 기권하겠다는 보수층 목소리가 심심찮게 들린다. 하지만 국힘이 달라지거나, 혹은 달라질 것이란 믿음을 준다면 이들이 움직일 가능성도 배제 못 한다. 이런 변화가 정말로 PK에서 생기더라도 그건 장 대표의 성과는 아니다. 선거 때 막판에 나타나곤 하는 표 응집 현상과 함께 부산 북갑 출마를 선언하고 내려간 한동훈 요인이 작용하기 때문일 것이다.
의원 배지를 달고 국힘에 복당하길 희망하는 한동훈 전 대표는 이미 전재수, 김경수 등 자신의 상대도 아닌 민주당 후보들을 겨냥하면서 벌써 부산·경남 선거에 관여하고 있다. 만약 6월 3일 밤 한동훈이 힘을 발휘한다면 그건 묘한 결과를 빚을 수밖에 없다. 장동혁 체제는 ‘우리의 승리’를 선언하면서 정치 생명 연장을 꾀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 전 대표가 힘을 발휘할수록 적대자 장 대표의 입지가 강화된다. 한동훈 패러독스(역설)가 발생하는 것이다. 동지에서 등 돌린 장동혁-한동훈 둘은 묘하게 흥망을 함께하는 운명을 맞을 수도 있다.
8개월 된 장동혁 체제는 반론의 여지 없이 수렁에서 헤매고 있다. 이런 국힘은 민주당에 지독한 ‘야당 복’처럼 비치곤 한다. 하지만 야당 복이기만 할까. 요즘 민주당에서 오만할 때 나타나는 증상이 자주 나타난다. 반복되는 전과 경력자 공천, 일방통행 국회, 진보 진영에서도 문제 삼는 낙하산 인사가 그렇다. 허우적대는 야당의 존재란 결국 민주당에 정치적 긴장을 풀게 해 미래의 업을 쌓도록 하는 일일 수 있다. 폭주하는 여당과 무기력한 야당, 그러면서 1, 2당 지위를 번갈아 나눠 맡는 두 정당을 그동안 ‘적대적 공생’ 관계라 불렀다. 하지만 요샌 한술 더 떠 ‘적대적 동반 추락’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국힘 주요 후보들은 당 대표를 왕따시킨 지방선거를 도모하고 있는데, 전무후무한 일이다. 퇴행적이라 비판받는 한국 정치가 이제 이런 지경으로까지 뒷걸음치고 있다.김승련 논설실장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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