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태 기자의 밑줄 긋기] 47년 만에 '여자의 얼굴'로 … 하루키, 자신의 세계를 뒤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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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 책 [김유태 기자의 밑줄 긋기] 47년 만에 '여자의 얼굴'로 … 하루키, 자신의 세계를 뒤집다 베스트셀러 1위 '가호' 읽어보니그림책 쓰는 26세 여성 작가현실과 꿈속 세계 넘나들며자기만의 서사 찾는 성장담전작 '해변의 카프카' 대척점 지난 7월 출간 후 일본 서점에서 30만부가 판매된 '가호' 판매 모습. 무라카미 하루키의 3년 만의 신작이다. AP·연합뉴스 무라카미 하루키가 자신의 세계를 뒤집었다. 왜일까. 1979년 등단 후 47년 동안, 하루키 장편소설의 주인공은 전부 남성이었다. '노르웨이의 숲'의 와타나베, '태엽 감는 새'의 오카다 도루,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의 다자키. '1Q84'에는 여성 아오마메가 등장하지만 남성 덴고의 시점도 번갈아 서술된다. 하루키는 "내가 될 수도 있었지만, 실제로는 내가 아닌 남자"라고 밝힌 바 있다(2018년 뉴요커 인터뷰). 하루키가 처음으로 여성 단독 주인공을 내세운 장편소설 '가호'(문학동네 펴냄)가 번역 출간됐다. 일본에서 30만부가 팔린 바로 그 책이다. 출간 직후 이 소설에 밑줄을 그어봤다. 독자의 허를 찌르며 이야기는 출발한다. 26세의 그림책 작가 가호(夏帆)는 지인 소개로 만난 남성에게서 모욕적인 말을 듣는다. "솔직히 그쪽처럼 못생긴 상대는 처음이군요."(9쪽) 디저트를 먹고 커피를 기다리던 순간이었다. 그런데 가호의 반응이 기이하다. 그녀는 분노하지도 상처받지도 않고, 도대체 이 남자가 왜 이러는지를 두고 호기심이 인다. 귀가하니, 가호에게 기묘한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꿈속인지, 혹은 꿈같은 것 속인지' 알 수 없는 채로 온갖 상징과 비유가 지독하리만치 난무한다. 가호가 처음 맞닥뜨린 비현실적 존재는 '말하는 개미핥기 부부'였다. 개미핥기 '부인'은 가호에게 도쿄 서쪽 외곽으로 이사를 가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불가해한 힘에 이끌려 거처를 옮기니, 이번엔 '칼 가는 집'으로 가서 '죽은 흰개미를 오일에 절인 병조림'을 밀반입해 달라고 부탁한다. 칼 가는 집에 가니, 이번엔 또 느닷없이 개미핥기 '남편'이 등장해 칼 가는 집의 주인을 찌르라고 한다. "그 칼로 남자를 찔러요."(105쪽) 그 주인이 '흉포한 재규어'에게 감염돼 있다는 이유였다. 이게 뭔 소리란 말인가, 라는 자문 속에서 이야기는 질주한다. 개미핥기의 주문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 현실과 환상이 뒤섞이면서, 가호는 불편한 감정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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