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전 손택(1933~2004)은 언어와 인간의 관계를 깊은 문장으로 포착한 미국의 작가이자 에세이스트 그리고 사상가다.
손택의 책 '해석에 반대한다' '은유로서의 질병' '사진에 관하여' 등은 오늘날 비평의 정전으로 통한다. 그런 가운데 그의 책 '문학은 자유다'는 다른 책에 비해 덜 알려진 걸작 산문집이다. 손택의 깊은 문학관이 페이지마다 발견돼서다. 책의 화두는 다음과 같다.
'인간은 왜 언어를 사용하고, 또 문학을 추종하는 건가?'
손택에 따르면 문학은 "반대 진술을 만들어내는 힘"을 가진다. 이 책은 그의 수상 연설문이 여럿 포함돼 있는데, 독일의 저명한 상을 받는 자리에서 손택은 문학하는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문학은 신화도 만들어내지만 반(反)신화도 만들어낸다. 자기가 생각하고 느끼고 믿는다고 생각한 것을 뒤흔들어 놓는 경험, 곧 반(反)경험을 제공한다."
반경험이란 '타인이 돼보는 추체험'을 뜻한다. 사람들이 책을 읽는 건 세상이 어떤 곳인지를 '구경'하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우리가 아닌 이들에 대한 이해, 그것이 책의 힘이다. 그는 날카롭게 묻는다.
"우리가 아닌 사람에게 공감할 수 없다면 우리는 어떤 존재인가?"
문학은 타자가 돼보는 경험을 우리에게 준다. 하나의 현상을 적극 반대하진 않더라도 그와 대립하는 견해를 허락한다. 손택은 이를 '반대 진술'로 표현한다. 타인에 대한 적대감, 몰이해를 문학은 잠재운다.
인간은 이를 통해 문학으로부터 더 큰 자유로 나아간다.
"문학은, 특히 세계문학은 인간이 자유의 영역에 들어가게 해주는 여권이다. 독서와 내성(內省)의 가치가 끈질기게 위협받는 요즈음 더더욱 문학은 자유다."
프란츠 카프카의 '유형지에서'를 읽으며 세계의 "두려움과 부당함"을 이해했고, 토마스 만의 '마의 산'을 읽으면서 유럽 문명의 중심에 있는 "이상의 충돌"을 간파했다고도 손택은 쓴다.
예루살렘상 수상 연설 자리에서 손택은 말(言)은 하나의 '방(房)'이라고 은유했다.
독서를 통해 인간은 무형적 공간에 진입하는데, 문학을 읽으면서 사람들은 그 말을 '이곳과는 다른 방'으로 여기게 되고 이로써 그곳에서 살고 싶어 하거나 아니면 벗어나야겠다고 생각하기에 이른다.
그 방을 만들어내는 작가는 숙고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사는 방법이나 세상의 이치를 잊어버린 공간에서 또 하나의 이탈과 그로 인한 더 깊은 이해를 돕는 이가 바로 작가라는 것.
문학의 고유한 힘은 나의 관점과 다른 타인의 관점이 있을 수도 있는 가능성을 알고 삶을 살아가는 것이 아니던가. 그 이견들이 모여 세계는 도약한다. 그 도약에서 만나는 단어 역시 자유일 수 있다.
[김유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