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태 기자의 책에 대한 책] "선악이 지워지면… 인간 대신 주인과 노예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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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 책 [김유태 기자의 책에 대한 책] "선악이 지워지면… 인간 대신 주인과 노예만 남는다" 평생 '부조리'를 말했던 프랑스 작가 카뮈의 강연록 알베르 카뮈의 문학은 여전히 생명력을 유지한다. 카뮈의 키워드는 '부조리'일 텐데, 그는 부조리한 세계를 수많은 작품을 통해 말해왔다. 그런데 카뮈의 세계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밀도 높은 강연록이 현전한다. 1946년 봄 그의 나이 32세에 이뤄진 강연으로, 그는 그 강연에서 "부조리한 세계에서 우리는 어떤 윤리를 가져야 하는가"란 질문을 던졌다. 그의 '부조리' 철학을 이해하기에 훌륭한 강연으로 마음산책 출판사에서 출간된 '카뮈의 말'에 전문이 수록돼 있다. 제목이 '인간의 위기'였던 이 강연은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카뮈는 강연에서 부조리한 세계를 입증할 몇몇 장면을 먼저 언급한다. 첫째, 유럽의 게슈타포 건물에서 한 여자 수위가 밤새 심문을 받아 피투성이가 된 두 사람 옆에서 '꼼꼼히' 청소를 한다. 고문을 받은 한 사람이 화를 내자 그녀는 말한다. "입주자들이 하는 일엔 개입하지 않아요." 둘째, 독일군 장교가 세 형제를 총살하려 들자 형제들의 어머니가 장교 발밑에 엎드려 빈다. 장교는 한 명을 고르라고 한다. 어머니가 첫째를 고르자 장교는 둘째와 셋째를 사살한다. 카뮈가 언급하는 당대의 장면은 그저 세상의 풍경이 아니었다. 그건 '시대의 징후'였다. 무엇이 선인지 악인지를 사람들은 의식하지 못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인간이 선악을 모른다는 것만도 아니었다. 선악을 모르니 사람들은 두 선택지 가운데 하나를 강요받고 있었다. '아무것도 진실이 아니다'고 생각하거나 '역사적 숙명에 굴복하는 게 유일한 진실'이라고 생각하는 것. 카뮈는 쓴다. "현대판 욥이 그 상처로 인해 퇴비 더미에서 죽지 않으려면, 그가 품은 가상의 불안과 공포를 없애고 정신적 자유를 되찾아야 한다." 선악이 지워지면 정의와 불의가 아닌, 주인과 노예만이 남는다. 그래서 카뮈는 강설한다. 어떠한 생각에 무분별하게 동의한다면 그건 수백만 명의 사람을 죽이는 것과 같다고. 정치가 교리를, 철학을, 사랑을 '제공'하려 할 때, 부차적인 자리에 머물러야 할 정치가 세상의 중심이 되는 세상에는 희망이 없다. "우리는 살인자이기에 생각을 하지 않는 게 아니다. 우리는 잘못 생각하기 때문에 살인자다. 겉보기에는 아무도 죽이지 않고도 살인자가 될 수 있다." 개인적으로도, 이 강연록은 오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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