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7년 만에 북한을 국빈 방문한다. 시 주석의 행보는 북·중 관계 재건을 넘어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 진영의 견제에 맞선 북·중·러 밀착을 강화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계기로 동북아시아에서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립 구도 역시 한층 짙어질 전망이다. 이와 함께 미·중 정상회담 후 약 20일이 지난 시점에 시 주석이 북·미 협상 재개에서 역할을 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5일 외교가에 따르면 시 주석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번 회담에서는 한반도 문제가 비중 있게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중국은 미국, 러시아와 잇달아 정상회담을 열고 한반도 문제를 논의했다.
◆시진핑에 한반도 문제 중재 기대감
미국뿐 아니라 한국도 올해 초 한반도 문제에 있어 중국에 중재 역할을 제안한 바 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월 시 주석과 만나 “북한 핵문제를 포함해 한반도 문제에 대해 중재 역할을 해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시 주석이 이번 방북에서 김 위원장을 만나 한미의 대북 메시지를 전달할지에 관심이 모아지는 배경이다.
하지만 북한은 지난 4일 김 위원장의 신축 우라늄 농축 시설 시찰 소식을 공개하며 핵무기 양산에 대한 의지를 또다시 피력했다. 북한은 2010년 영변 우라늄 농축 시설을 처음 공개한 데 이어 2024년 9월과 2025년 1월 김 위원장의 농축 시설 방문을 공개하며 핵 개발 의지를 드러냈다. 이러한 정황을 종합하면 김 위원장은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과 북·러 밀착으로 높아진 전략적 입지를 활용해 이번 회담에서 시 주석으로부터 핵 보유 용인과 경제협력 확대 약속을 받아내는 데 중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외교가에서는 시 주석이 이번 회담에서 핵 문제를 거론하지 않고 우회적으로 북한을 두둔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국은 지난 미·중 정상회담을 통해 ‘지역 패권자’로서의 이미지를 국제사회에 보여줬다”면서 “이제 지역 관리 측면에서 러시아와 밀착하고 핵과 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하며 자국의 이해관계를 자극할 가능성이 있는 북한을 관리해야 할 필요성이 생겼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북한 또한 현재의 전략적 위치를 활용해 중국을 상대로 대내외에 선전할 수 있는 정치·경제적 성과를 얻어내려 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은 시 주석이 오는 9월 또 한 번의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반도 정세, 즉 북한 변수를 관리하기 위해 김 위원장의 초청을 받아들인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 소장은 “시 주석 입장에서는 (북·중 정상회담 등을 통해) 동북아 정세에서 일정한 역할을 했다는 것을 미국에 보이는 자체가 커다란 이득이 될 수 있다”며 “중국으로서는 북한이 일본을 넘겨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발사하거나 7차 핵실험을 하는 것을 막는 것도 정세 관리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북·중 재건’ 위해 경제협력 강화할 듯
북·중 관계 재건을 위한 양국 경제협력 강화도 의제로 전망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북·중 교역이 회복세를 보이는 가운데 경제협력을 확대할 조건이 충분히 갖춰졌다는 평가에서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중국 측이 이번 방북을 통해 북한과의 연대를 서방에 과시하는 동시에 러시아와 가까워진 북한을 다시 자국 영향권에 묶어두려 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구체적으로 두만강을 통한 중국의 동해 진출 등을 가시화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이 북한의 항만을 빌려 동해로 진출해 해상 교역로를 확보하는 대신 중국에 인프라스트럭처 관련 협력 등 상당한 경제적 반대급부를 제공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는 북한의 외교 전략 무게가 러시아로 옮겨간 것을 다시 중국 측으로 돌려놓을 것으로 보인다. 홍 연구위원은 “중국도 이제 국제사회의 눈치를 보지 않고 대북 경제협력 아이템을 평양에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며 단순한 식량·연료 지원 등이 아닌 구체적인 협력 프로젝트를 줄 수도 있을 것으로 관측했다.
이와 함께 시 주석이 김 위원장에게 미국과의 대화 재개를 얼마나 압박할지도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방중 일정을 마친 뒤 여러 차례 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 재개 의사를 밝혔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을 통해 대북 메시지를 전달하려 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CNN은 “시 주석의 방북 시점으로 인해 북·미 대화를 매개할 수도 있다는 추측이 떠오르고 있다”면서 “백악관은 지난 미·중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북한 비핵화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중국은 뒤이어 열린 중·러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문제를 거론하지 않고 대북 제재에 대한 반대 입장을 보였다. 반면 영국 BBC는 “북·중 정상이 북한의 핵 프로그램과 미국의 제재 조치를 논의 테이블에 올릴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중국은 북한 비핵화라는 정책을 상당 기간 고수하다가 최근 수년 동안 상당히 많이 뒤로 물러선 입장”이라고 전했다.
이날 청와대는 시 주석의 방북 소식에 대해 “북·중 간 교류가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이뤄지길 희망하며 중국이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건설적 역할을 해나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중국 측과 외교 채널을 통해 긴밀히 소통 중”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지난해 김 위원장의 방중에 따른 (시 주석의) 방북”이라며 북·중·러 간 밀착 행보라는 해석에는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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