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무역법 301조에 따른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상호관세를 대체할 새 관세 부과가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4일(현지시간) 앞서 체결한 무역합의상의 관세 상한선을 존중하겠다고 시사했다.
그리어 대표는 이날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각료이사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합의는 합의라는 점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고 말한 뒤 유럽연합(EU)과의 무역합의가 “(미국이) 일정 수준까지(up to a certain level) 관세를 부과하게 한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조사 과정에서 문제가 있는 것으로 확인된 무역 관행들을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EU가 합의를 충실히 이행한다는 전제 아래 우리가 추진하는 조치의 틀 안에서 해당 합의를 수용할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리어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은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정책을 무역법 301조에 따른 관세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이전에 맺었던 무역합의의 틀을 흔들지 않겠다는 의중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무역법 301조에 의거한 한국 최종 관세율이 15% 이하로 유지되더라도 중국 제품의 우회 수출을 막을 제도를 마련하라는 미국 측 압박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USTR이 ‘강제노동 수입 금지 제도 미비’를 근거로 한국에 12.5%의 관세율을 부과하기로 한 것을 감안하면 이 대목이 언제든 한미 통상 협상 과정에서 쟁점으로 떠오를 수 있음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통상당국에 따르면 지난 2일 USTR이 ‘강제노동 제품 수입 금지 조치’와 관련해 한국에 12.5%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한 것은 세 가지 기준을 평가한 결과다. 강제노동 생산 제품 수입 금지 제도를 보유하고 있는지, 제도 도입을 미국과의 상호 무역협정을 통해 체결했는지, 부분적으로나마 관련 제도를 도입했는지 등이다. 관련 제도를 도입했다고 판단한 국가에는 10%의 관세를, 도입하지 않은 국가에는 12.5%의 관세를 부과한 것이다.
관건이 법적 근거에 있다 보니 통상당국도 법적 제도를 마련할 필요성을 인지하고는 있다. 그러나 통상 마찰 가능성이 있고, 근거를 마련한다고 해서 이행 실효성이 있을지 확신할 수 없어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중국 등 다른 국가가 한국을 통해 제품을 미국으로 우회 수출하는 제도를 막는 데 미국의 압박이 더 강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대표적인 것이 ‘한미 관세 회피 협력 협정’ 체결이다. 이는 미국 관세국경보호청(CBP)이 한국 관세청을 창구로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사안으로, 주로 한국 측 수출 정보 제공을 다루고 있다. 최근 한국 정부는 이 같은 미국 측 요청의 창구를 관세청에서 산업통상부로 일원화하고, 제도 마련에 대해 관계 부처가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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