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형사재판에 출석한 김형기 특수전사령부 제1특전대대장이 "저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고, 조직에 충성한다"며 부당하다고 생각한 지시에 따를 수 없었다는 취지로 말했다.
김 대대장은 2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 심리로 열린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2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저는 조직에 충성하겠다. 차라리 저를 항명죄로 처벌해달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김 대대장은 예정된 신문을 마친 후 재판장이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하고 돌아가시면 된다"고 말하자 "꼭 드리고 싶은 말이 있었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군 생활을 23년간 하면서 과거나 지금이나 바뀌지 않은 게 한 가지 있다. 국가와 국민을 지키는 것"이라며 "조직은 제게 국가와 국민을 지키라는 임무를 부여했다"고 진술했다.
김 대대장은 "저희 조직은 철저하게 상명하복을 기본으로 운영되는 조직이고 누군가는 제게 항명이라고 한다"라며 "맞다. 저는 항명했다"고 전했다. 이어 김 대대장은 "하지만 상급자의 명령에 하급자가 복종하는 것은 '국가와 국민을 지키라'는 임무가 부여됐을 때 국한된다"고 강조했다.
김 대대장은 "차라리 저를 항명죄로 처벌해달라. 그러면 제 부하들은 내란죄가 아니다"라며 "제 부하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고, 그 덕분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김 대대장은 "군이 다시 정치적으로 이용되지 않도록 저를 날카롭게 비난하고 질책하면서 감시해 주시기 바란다"고 목소리 높였다.
이날 나온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발언은 검사 시절 수사외압을 폭로하며 화제가 됐던 윤 전 대통령의 유명한 어록이다.
앞서 김 대대장은 지난 14일 첫 공판에서 이상현 특전사 1공수여단장으로부터 '담을 넘어 국회 본관에 가서 의원들을 끌어내라고 지시받았다'는 취지로 증언한 바 있다.
당시 김 대대장은 지시가 부당하다고 생각해 예하 부대원들에게 지시하지 않았지만 '일단 가보자는 생각'에 국회 본청으로 향했다고 답했다.
이민형 한경닷컴 기자 mean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