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선수 손흥민(33·토트넘 홋스퍼)의 아이를 가졌다고 협박하고 수억원을 요구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힌 가운데, 손흥민이 협박한 여성과 과거에 교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수호 법무법인 지혁 변호사는 1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92년생 손흥민이 부상으로 한 달 정도 쉬고 최근 복귀해서 막 컨디션 끌어올리는 중인데 하필이면 이 중요한 때 공갈 사건이 보도됐다"고 운을 뗐다.
손 변호사는 "그동안 손흥민 선수가 가장 큰 스캔들이라고 해봤자 데이트하는 거 정도였다"면서 "아버지 손웅정 감독도 '손흥민은 결혼도 은퇴하고 할 거다'라고 할 정도로 축구에 전념했는데 이런 최고 선수에게 벌어진 일이라 매우 큰 관심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강남경찰서가 엊그제 20대 여성 A와 40대 남성 B를 각각 체포해서 조사하고 있다. 20대 여성 A가 작년 6월에 손흥민 선수의 아이가 임신했다고 주장하면서 태아 초음파 사진 등을 보내면서 폭로하지 않는 대가로 3억 원을 받았다는 내용이다"라며 "A의 지인으로 알려진 40대 남성 B는 올해 3월에 역시 같은 내용으로 손 선수 측에 접근해서 7천만 원 정도를 뜯어내려고 시도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손흥민이 지난주 7일 지속적인 협박을 받고 있다면서 이 두 사람을 고소했다"면서 " A는 손흥민 선수와 교제했다가 결별했고 그 후에 B와 사귀게 됐다고 한다. B는 동종범죄 전력이 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그리고 A와 B가 손 선수 측에 보냈다는 이 태아의 초음파 사진이 조작된 게 아닌데 경찰이 수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손 변호사는 "3억은 건넸고 7000만원은 주지 않은 건데 사람을 폭행하거나 협박해서 겁을 먹도록 만들어서 재물이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면 공갈죄로 처벌받는다"라면서 "공갈이 거짓말을 의미하는 게 아니고 폭행, 협박을 통해서 겁먹도록 만들어서 받아 가는 것을 뜻한다. 법정형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고 양형 기준상 공갈로 얻은 이득이 클수록 형량이 더 무거워진다"고 말했다.
이어 "겁먹게 만들어서 받아내는 데 성공하면 공갈 기수고 폭행, 협박은 했지만 겁을 먹도록 만들지 못했거나 아니면 겁먹게 만들긴 했지만 실제로 돈을 받지는 못했다면 이거는 성공한 게 아니기 때문에 공갈 미수가 된다"면서 "3억 원을 받아낸 경우는 공갈 기수고 또 7000만 원을 요구했지만 받지 못했으니까 공갈 미수가 된다"고 했다.
김현정 앵커가 "유명 운동선수에 대한 이런 협박 사건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라고 하자 손 변호사는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은 사건도 많지만 유명한 사건만 보자면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를 거쳐서 올해 탬파베이로 이적한 김하성 선수 사건을 들 수 있다"고 꼽았다.
손 변호사는 "김하성은 한국에서 같은 팀 소속이었던 임혜동 씨로부터 공갈을 당했다. 임 씨는 코로나 기간에 함께 술을 마시고 나중에 방역 수칙 위반 사실을 폭로해서 메이저리그 진출을 무산시키겠다고 협박했다. 그리고 술집에서 있었던 몸싸움을 폭행으로 문제 삼겠다는 협박도 했다"면서 "당시에 메이저리그 진출을 앞두고 있던 김하성 선수로부터 4억 원을 뜯어내고 1년이 채 지나기도 전에 돈을 더 달라고 요구했다"고 재조명했다.
이어 "형사재판은 진행 중이고 민사 재판은 1심 판결이 나왔는데 '임혜동은 김하성에게 8억 원을 지급하라'는 내용이었다"고 했다.
또 하나의 사건은 배구 스타 김요한 선수 사건이다.
손 변호사는 "김요한은 선수 시절 구단 스태프 홍 모 씨와 알게 됐고 은퇴 후에 방송 활동하면서 개인 매니저로 고용할 정도였고 함께 살기도 했다"면서 "이후 홍 씨는 김요한 선수로부터 여러 차례 돈을 빌렸다. 원금과 이자를 합쳐서 2억 3000만 원까지 불어났는데 매니저 일을 그만두면서 '불법도박 폭로하겠다', '사생활 폭로하겠다'며 김요한 씨를 협박해서 퇴직금 명목의 돈을 받아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불법도박은 허위 사실이었고 홍 씨는 결국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120시간을 선고받았다.
연예인 중에서 대표적인 사건은 사적인 대화 중 음담패설, 성적인 대화를 녹음해 배우 이병헌에게 50억을 요구한 사건을 들 수 있다.
손 변호사는 "얼마 전에는 한 BJ가 가수 겸 뮤지컬 배우 김준수 씨에게 음주, 흡연, 도박 관련해 '사진 갖고 있다'고 협박하며 8억원을 요구했다"면서 "이병헌, 김준수 사건 모두 경찰에 신고해서 가해자들이 붙잡혔다. 그 외에도 실제로 돈을 뜯긴 연예인 사건은 대단히 많다"고 열거했다.
스포츠 스타나 연예인에게 대한 공갈 협박 사건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손 변호사는 "운동선수나 연예인이 신고를 못 할 거라는 약점을 노린 범죄"라고 지적했다.
유명인들은 이미지가 곧 재산이고 상품성이 돈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사소한 사생활 논란도 노출되는 순간 대중에 대한 이미지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
손 변호사는 "실제로 유명 선수나 연예인들은 또 돈도 잘 벌지 않나. 소득이 높고 또 당장 큰 현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생각에 표적이 된다"면서 "요즘은 인터넷으로 루머가 확산하면 순식간에 전국으로 퍼지는 거는 물론이고 전 세계에 다 퍼지기 때문에 예전에 범죄를 하기 좋은 환경이 됐다"고 짚었다.
이어 "이럴 경우 조용히 합의하려고 하면 더 큰 약점을 잡힐 수가 있기 때문에 협박받았다면 신고해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지난 15일 서울 강남경찰서는 20대 여성 A씨를 공갈 혐의로, 40대 남성 B씨를 공갈 미수 혐의로 14일 체포한 뒤 두 사람의 자택을 압수 수색했다. 이와 함께 이들에 대한 구속 영장을 신청했다.
손흥민 측은 A씨의 허위사실 유포가 선수와 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해 공갈 협박에 응할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손흥민은 명백한 피해자"라며 선처는 없다고 밝혔다.
실제로 A씨는 3억원을 받은 후 "외부에 밝히지 않겠다"는 취지의 각서도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A씨는 손흥민과 결별했고, B씨와 만나게 됐다. B씨는 A씨와 손흥민의 관계를 뒤늦게 알고, 지난 3월 손흥민 측에 "언론에 임신 사실을 폭로하겠다"며 또다시 7000만원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손흥민의 매니저는 협박에 시달리며 고민하다 이 같은 사실을 손흥민에게 털어놓았고, 손흥민은 "더는 허위 사실에 고통받지 말고 강력히 대응하자"고 하면서 사건이 수면 위로 오르게 됐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