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차-명상에 몰린 사람들… 체류인구 늘자 산촌 살아났다

2 hours ago 4

[그린 넥스트, 숲이 해법이다]〈4〉 사람 머무는 숲 만들기
산촌 체험-명상에 젊은층 유입
방문객 늘며 주말마다 마을 활기… 체류인구 증가로 숙박-소비 확대
체험-특산물 연계해 매출도 증가
체류인구 늘며 인구 감소 완화… “숲 콘텐츠-인프라 확충해 선순환”

22일 경북 칠곡군 가산면 학상리 유학산 앞 ‘고대마을’ 전경. 산림청의 지원을 받아 명상과 심신 치유를 결합한 체험형 관광 프로그램을 정비한 이후 마을의 체류인구가 크게 늘었다. 칠곡=변영욱 기자 cut@donga.com

22일 경북 칠곡군 가산면 학상리 유학산 앞 ‘고대마을’ 전경. 산림청의 지원을 받아 명상과 심신 치유를 결합한 체험형 관광 프로그램을 정비한 이후 마을의 체류인구가 크게 늘었다. 칠곡=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작년에 꽃차를 마시며 명상하는 프로그램이 생긴 뒤로 젊은 사람이 많이 찾아와요. 고요했던 마을이 요즘은 주말마다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22일 경북 칠곡군 가산면 학상리 유학산 아래에 위치한 ‘학수고대마을’에서 만난 주민 이정민 씨(60)는 변화된 마을의 모습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이 씨 역시 체험 프로그램에 반해 정착한 외지인이다. 2년 전 야생꽃차 만들기 체험에 참여했다가 “마을의 매력에 푹 빠져” 이주를 결심했다고 했다.

240가구, 주민 450명이 사는 이 마을은 산림청의 지원을 받아 명상과 심신 치유를 결합한 체험형 관광 프로그램을 정비한 이후 방문객과 숙박객이 크게 늘었다. 체험 프로그램 기획과 숙박 운영, 특산물 판매 등을 총괄하는 마을 협동조합 이순옥 대표(52)는 “마을 주민 중에 이 씨처럼 정착한 외지인이 적지 않다”며 “방문객 증가가 주민 소득 증대로 이어지면서 기존 주민들이 마을을 떠나는 일도 줄었다”고 말했다.

● 산촌에 맞춘 명상·요가… 매출 증가

학수고대마을은 유학산 자락의 작은 산촌이다. 산과 들이 어우러진 자연환경은 아름답지만 외지 관광객을 끌어들이기에는 콘텐츠가 부족했다.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와 정착하기를 ‘학수고대’한다는 의미로 2013년 마을에 카페와 숙소를 짓고 이름도 학수고대마을로 바꿨지만 방문객은 좀처럼 늘지 않았다.

변화는 지난해 산림청 ‘산촌활력 특화사업’ 대상 지역으로 선정되면서 시작됐다. 마을 주민들은 전문가 컨설팅을 받아 마을 콘텐츠를 전면 재구성했다. ‘명상과 심신 안정’을 핵심 테마로 설정하고 기존 프로그램을 정비했다. 마을 관광 콘텐츠 중 하나였던 ‘학 춤’ 체험 역시 마을 관광 주제에 맞추고 관광객들이 더 좋아할 만한 ‘학 요가’로 바꾸었고, 단순 판매만 하던 야생화 차는 ‘명상차’로 다시 새롭게 만들었다. 바람 소리, 낙엽 밟는 소리 등 자연의 소리를 생생히 재생하는 음향장비 ‘사운드스케이프’를 착용하고 숲길을 걷는 ‘사운드 워킹’과 향기를 활용해 심신 안정을 돕는 아로마세러피 등 이색적인 프로그램도 새로 도입했다.이런 변화로 관광객이 늘면서 매출도 증가했다. 체험과 숙박, 특산물 판매를 합친 마을 총매출은 2024년 5074만 원에서 지난해 7846만 원으로 뛰었다. 마을 방문객 수 역시 2024년 2295명에서 지난해 3305명으로 1000명 이상 증가했다. 숙박형 방문객은 같은 기간 68명에서 279명으로 4배 이상 늘었다. 이런 성과를 토대로 학수고대마을은 올해부터 야생화로 만든 ‘명상차’도 판매용으로 본격 생산하기로 했다. 국화, 목련꽃, 생강나무꽃, 마리골드 등 유학산에서 채취한 재료를 주민들이 직접 건조하고, 티백 포장과 상품화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산촌 활력사업의 혜택을 입은 건 학수고대마을뿐만이 아니다. 경기 가평군 조항마을도 전문가 컨설팅을 받아 ‘엑스케이션(Excation)’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엑스케이션은 체험을 뜻하는 ‘Experience’와 휴가인 ‘Vacation’의 합성어로 체험형 체류 관광을 뜻한다. 숲길 걷기와 임산물 체험, 지역 주민과 함께하는 활동, 숙박을 결합해 도시민이 일정 기간 머물며 자연 속에서 휴식과 체험을 동시에 즐길 수 있도록 구성했다. 전북 진안군 학동마을은 특산물인 씨 없는 곶감을 활용해 차와 디저트 상품을 개발했다. 또 기존에는 여름철 계곡을 찾는 관광객에게만 의존해 계절별로 매출의 차이가 컸지만 곶감 덕에 사계절 안정적인 수익원도 확보했다.

● 체류인구↑… 경제 살고 정주 인구로 이어져

숲과 함께하는 변화를 체감하고 있는 이 대표는 “방문객들이 이색적인 체험을 하면서 하루 이상 머무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관광을 왔다가 집을 알아보겠다고 하거나 이곳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사람도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말처럼 전문가들도 산촌 활성화의 첫 단추로 ‘체류인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처음부터 거주할 정주인구를 찾기보다 체류인구 먼저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체류인구는 해당 지역에 거주하지 않더라도 월 1회 이상, 하루 3시간 이상 머무는 사람을 의미한다. 김준순 강원대 산림경영학과 교수는 “체류인구가 늘어나면 숙박과 체험 및 소비 활동이 지역 경제를 살리고, 다시 살아난 지역 경제가 등록인구를 늘리는 선순환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조항마을이 속한 경기 가평군의 체류인구는 2024년 약 51만 명에서 2025년 약 69만 명으로 증가했다. 전북 진안군의 체류인구 역시 약 8만 명에서 14만 명으로 늘었다.

산림청에 따르면 산촌 읍면이 포함된 전국 74개 시군의 2024년 체류인구는 약 1579만5000명으로 나타났다. 해당 지역에 사는 등록인구(368만2000명)의 약 4.3배에 달했다. 김 교수는 “숲 자원을 활용한 체류형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지방자치단체와 연계해 교통·숙박 인프라도 확충해야 한다”며 “또 프로그램을 일정 수준으로 표준화해 서비스 품질을 유지해 방문객들이 언제 와도 비슷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해야 재방문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칠곡=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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