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주자들 탄핵 2주도 안돼 입장 변화
국민의힘 대선 주자들이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탄핵된 지 2주도 채 지나기 전에 윤 전 대통령과 거리를 두는 발언을 내놓고 있다. 탄핵 표결에 찬성했던 유정복 인천시장은 “‘윤 어게인(Yoon Again)’은 과거에 매여 미래에 망치는 자해 행위”라고 비판했다. ‘반탄파’(탄핵 반대파)인 나경원 의원도 “윤 전 대통령을 경선 한복판에 끌어들이는 건 적절치 않다”고 경계했다. 윤 전 대통령이 11일 서울 서초동 사저에 복귀하면서 “다 이기고 돌아왔다”고 발언하며 논란이 불거지자 윤심 거리두기가 본격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유 시장은 1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는 아직 윤 전 대통령을 보내주지 못하고 있다”며 “광장의 인기에만 매몰되어 중도층의 지지를 포기할거냐. 언제까지 윤심에만 기대어 대선을 치를 생각이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전 대통령을 집으로 보내드리고 이재명을 정치권에서 퇴출시키자”고 말했다. 대선 주자들이 ‘윤심(尹心)’에 기대 경선을 치렀다간 본선에서 외연 확장에 장애가 될 수 있으니 지금부터 멀리하자는 것.
탄핵에 반대한 홍준표 전 대구시장도 이날 “제가 만들려는 세상은 윤석열 정권과 전혀 다른 새로운 나라”라며 윤 전 대통령과 차별화를 시도했다. 홍 전 시장은 전날 라디오에서도 “(윤 전 대통령은) 지금은 자중, 자제해야 할 때”라고 했다. 한 반탄파 캠프 소속 의원은 “윤 전 대통령이 경선에 나서지 말아야 한다는 건 상식적인 판단”이라고 말했다.
‘찬탄파’(탄핵 찬성파)에서는 ‘윤심’에 기대는 당내 반탄파 대선 주자들에 대한 경고도 이어졌다. 한동훈 전 대표는 “저를 제외한 다수 후보들이 윤심 팔이를 하고 있는 것 같다”며 “대한민국에서는 민심이 윤심보다 딱 5000만 배가 더 중요하다”고 각을 세웠다. 윤 전 대통령의 탈당 필요성을 밝히는 발언도 나왔다. 안철수 의원은 “윤 전 대통령이 이 당과 보수의 재건을 위해서 좋은 선택을 충분히 고민을 하고 있다고 전해들었다. 이에 따라서 결단하지 않을까”라고 했다.
소장파인 김재섭 당 조직부총장은 윤 전 대통령 발언 논란을 언급하며 “이기는 방법은 간단하다. 파면당한 전임 대통령과 결별하면 된다”며 “대통령과 결별하지 않고 우리 당이 선거에서 승리할 방법은 없다”고 밝혔다. 김 부총장은 우리 당 후보들이 호미로 밭을 일구고 있는데, 윤 전 대통령은 트랙터로 그 밭을 갈아엎고 있다”고도 했다.
조권형 기자 buz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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