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치병에 고통받는 당신...혁신신약 있다면 얼마 내실래요? [매경데스크]

1 hour ago 3

국제

난치병에 고통받는 당신...혁신신약 있다면 얼마 내실래요? [매경데스크]

뉴스 요약쏙

AI 요약은 OpenAI의 최신 기술을 활용해 핵심 내용을 빠르고 정확하게 제공합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려면 기사 본문을 함께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한국은 약국과 편의점에서 상비약을 쉽게 구할 수 있지만, 이로 인해 의약품의 오남용과 폐기가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혁신신약의 가격이 국내 경쟁 제품보다 낮게 책정되면서 국내 제약사들이 국제 시장에서 가격을 후려치기당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으며, 이는 연구개발 의지를 저하시킬 수 있다.

보건복지부는 신약에 혜택을 주는 약가 우대 제도를 신설했지만, 아직 효과적인 변화가 이루어지지 않아 향후 시스템 개편이 절실한 상황이다.

회원용

핵심 요약쏙은 회원용 콘텐츠입니다.

매일경제 최신 뉴스를 요약해서 빠르게 읽을 수 있습니다.

약값 싸고 구하기 쉬운 나라
실상은 필수의약품마저 품귀
환자와 제약업계 두루 살펴
약가제도 유연하게 개편해야

연명치료, 난치병, 고통받는 환자 등을 키워드로 생성AI가 그린 그림. [챗GPT]

연명치료, 난치병, 고통받는 환자 등을 키워드로 생성AI가 그린 그림. [챗GPT]

한국은 ‘약 구하기 참 쉬운 나라’다. 약국과 편의점에서 언제나 상비약을 살 수 있고, 처방약도 동네 의원에서 몇 분이면 뚝딱이다. 도처에 흔하다보니 오남용도 많고, 그냥 버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제약 업계에서는 올해 약 6700t의 의약품이 폐기될 것으로 추정한다.

가격도 싸다. 제약사들 주장이긴 하지만, 미국 가격의 14% 수준이고 미국을 제외한 주요 7개국 평균과 비교해도 절반 가격이 안된다. 국민건강권 보장을 위해 약값은 쌀수록 좋다. 건강보험 재정에서 지출되는데 깐깐하게 심사해 세금 낭비를 막아야 한다는 생각이 뿌리 깊다.

필자 역시 제약바이오산업을 키우자고 떠들면서도, 약가제도라는 잣대를 들이대면 양가감정이 들곤 했다. 과학기술과 연구개발을 강조하고, 기업들을 춤추게 해서 국부를 창출하자는 경제신문임에도, 약가를 올리자는 기사는 유독 신중하게 써 왔다.

그런데 올들어 ‘어렵게 개발한 혁신신약들이 제값을 못받는다’는 성토를 연거푸 들었다. 지금은 신약이 아무리 혁신적이어도 기존에 시판 중인 유사한 약들의 평균값을 기준으로 가격을 결정하는 구조다. 예전에는 국산 신약의 혁신성을 일부 인정해 약가 산정때 우대하는 제도가 있었지만, 2019년 사실상 사라진 뒤 지금까지 왔다.

백 번 양보해 우리 국민들에게는 저렴하게 공급한다 쳐도, 외국에서도 한국 가격을 기준으로 ‘후려치기’ 당하는 게 문제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중국, 캐나다 등 주요국들이 한국 약가를 기준 삼는 참조가격국으로 지정해 비슷한 가격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34호 국산 혁신신약인 대웅제약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펙수클루’가 대표적이다. 우리 기술로 개발해 기존 약과는 다른 새로운 기전으로 세계적 주목을 받았지만, 국내 가격은 경쟁제품보다 오히려 10% 낮게 책정됐다. 이 제품은 올해 중국 시장 진출에 성공했는데, 한국의 낮은 약가가 발목을 잡았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중국 보험에 등재되어 있는 타사 제품들이 2000원대 약가를 받고 있는 반면, 펙수클루는 한국의 낮은 약가 때문에 중국에서 900원대 약가를 받을 수 밖에 없게 됐다”면서 “13년의 연구개발과 대규모 투자 끝에 내놓은 제품인데, 혁신과 노력의 가치를 인정받기는커녕 연구개발 의지마저 꺾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노보 노디스크와 일라이 릴리는 혁신의 결과물로 인류에게 ‘비만치료제’를 선물했다. 이 성분들은 단순한 체중감량을 넘어 당뇨 등 대사질환까지 극복할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다. 개별기업의 이익추구 활동이 부가가치 창출은 물론 인류 공영에 이바지한 대표적인 사례다.  사진은 노보노디스크가 개발한 비만치료제 ‘위고비’. [로이터 연합뉴스]

노보 노디스크와 일라이 릴리는 혁신의 결과물로 인류에게 ‘비만치료제’를 선물했다. 이 성분들은 단순한 체중감량을 넘어 당뇨 등 대사질환까지 극복할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다. 개별기업의 이익추구 활동이 부가가치 창출은 물론 인류 공영에 이바지한 대표적인 사례다. 사진은 노보노디스크가 개발한 비만치료제 ‘위고비’. [로이터 연합뉴스]

우리나라에서 약가는 ‘복지’다. 지금 약가에 ‘혁신의 가치’가 빠져 있어서 그렇다. 무조건 싸게 공급하겠다고 계속 가격을 죄면 어떻게 되는 지는 최근 필수의약품 품귀 사태를 보면 알 수 있다.

제네릭(복제약) 가격을 너무 낮게 책정했더니, 수익성이 악화된 제약사들이 줄줄이 한국을 떠났고, 환자들은 방치됐다. 빅파마들이 혁신신약 출시국을 정할 때, 한국을 후순위에 둔다는 것은 이미 비밀도 아니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조차 해외에서 먼저 임상하고 출시한 뒤, 한국은 나중에 들어오는 전략을 쓴다.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깨달은 보건복지부가 지난 3월 혁신형제약기업이 개발한 신약에 혜택을 주는 약가우대 제도를 신설했지만, 아직 심사를 통과한 제약사는 없다. 복지부는 이달 중 ‘종합 약가제도 개편안’을 발표한다. 큰 틀과 방향은 이미 다 정해졌겠지만, 정부가 목표로 내세운 ‘혁신신약 접근성 강화’에 기대를 걸어본다.

특히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개편안 발표 후 시행까지 업계 의견을 두루 듣고 임상 현장을 살펴 운영의 묘를 살리길 바란다. 이대로라면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약 구하기 힘든 나라’가 될 판이다. 열심히 일한 대가가 ‘손해’로 돌아오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게다가 불공정을 방치한 대가가 ‘누군가의 목숨값’이라면, 누가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신찬옥 과학기술부장]

기사 속 종목 이야기

  • 대웅제약

    069620, KOSPI

    170,400 - 0.99%

주의사항 : 본 서비스는 AI의 구조적 한계로 인해 오류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모든 내용은 투자 권유 또는 주식거래를 목적으로 하지 않습니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

좋아요 0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