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향한 기다림은 잔혹한 오디세이”…뮤지컬 페넬로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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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색 드레스를 입은 한 여성이 홀로 무대에 서서 노래한다. 남편이 전쟁에서 돌아오길 기다린 지 20년.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I can’t wait anymore)”고 하소연하다가도, 구혼자들을 향해선 “누구도 들일 수 없다(I can’t let anyone in)”고 외친다. 뮤지컬 ‘페넬로페’는 이처럼 이타카의 여인 페넬로페의 하루를 그린 작품이다.19일 기준 국내에서 1100만 명이 넘게 관람한 크리스토퍼 놀런의 영화 ‘오디세이’는 바다를 건너고 괴물과 신을 만나며 갖은 고난을 겪는 오디세우스에 초점을 맞춘다. 그렇다면 그를 기다리는 아내의 삶은 어땠을까. 올 8월 영국에서 초연된 뮤지컬 ‘페넬로페’는 호메로스의 서사시 ‘오디세이’ 속 영웅들에 가려진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최근 예술경영지원센터 초청으로 방한한 작곡가 겸 공동작가 알렉스 벡텔과 공동작가이자 주연 배우인 그레이스 맥클린을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알렉스 벡텔 벡텔은 영화와 뮤지컬의 차이를 “정반대의 접근”이라고 했다. 그는 “놀런은 ‘오디세이’를 거의 액션영화처럼 각색해 전투와 바다의 폭풍, 이국적인 장소를 역동적이고 무섭고 짜릿하게 보여줬다”며 “반면 뮤지컬에서 배우가 들려주는 말과 음악은 관객의 머릿속에 그 세계를 만든다”고 설명했다.뮤지컬 ‘페넬로페’는 배우 한 명과 피아노, 첼로, 드럼 등을 연주하는 소수의 연주자가 무대를 채운다. 벡텔은 소규모 무대에 대해 “연극이 스크린의 컴퓨터그래픽(CG)만큼 ‘인상적’이려고 너무 애쓰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지만, 그런 걸 원한다면 그냥 TV를 켜거나 휴대전화를 보면 된다”며 “연극이 줄 수 있는 건 뛰어난 배우와 관객 사이의 직접적인 대면”이라고 했다.작품은 벡텔 자신의 경험에서 출발했다. 팬데믹 당시 오랜 연인과 서로 다른 도시에 떨어져 지내던 그는 페넬로페의 시점에서 노래를 쓰기 시작했다. 벡텔은 “시종일관 침울하거나 사색적인 분위기에 갇히지 않고, 더 다양한 감정의 색채와 리듬을 찾고 싶었다”고 했다.그가 그린 페넬로페는 오디세우스 못지않게 강하고 영리하면서도, 기약 없는 기다림에 절망하는 복합적인 캐릭터다. 벡텔은 “우리는 강하면서도 절박하고, 사랑하면서도 옹졸하며, 두려워하면서도 맹렬하다”며 “그런 모순까지 담아내는 게 더 인간적으로 느껴진다”고 했다.이야기의 중심을 떠난 사람에서 남겨진 사람으로 옮긴 이유는 뭘까.“자신은 그저 조연에 불과한 게 아닐까 하는 감정을 안고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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