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ESG] - 투자 트렌드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투자 성과 탓에 고민에 빠진 투자자들 사이에서 배당투자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증시 난도가 높아진 데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가 맥을 못 추기 때문이다. 그사이 ‘주주가치’에 방점이 찍힌 배당주들은 양호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전문가들은 배당 시기는 물론, 배당 규모를 확대하는 기업이 늘고 있는 만큼 배당투자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쏠쏠한 배당투자 성적표
배당투자를 망설이는 이유 중 하나는 뜨뜻미지근한 수익률 때문이다. 하지만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 상황이 달라졌다. 최근 몇 달 사이 배당주 펀드에 뭉칫돈이 유입된 이유다.
펀드 평가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배당주 펀드(301개)에 최근 6개월 동안 3조802억 원이 유입됐다. 상장지수펀드(ETF), 퇴직연금을 제외한 전체 테마별 펀드 중 가장 많은 액수다. 지난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배당 기대감에 자금이 몰린 데다 증시 대피처로 배당주를 택한 이가 늘어나면서다.
실제 월가에서는 배당주 투자를 눈여겨보라는 조언이 속속 나왔다. CNBC는 변동성 장세에서 손실을 줄여줄 유망 배당주를 추천하기도 했다. 브로드컴, 씨티 그룹, 델타항공, 호스트 호텔 앤 리조트, 마이크로칩 테크놀로지, 델 테크놀로지스, 디지털 리얼티 트러스트, 아이언마운틴, 라스베가스 샌즈 등이다.
뉴욕 증시 대표 지수인 스탠더드앤푸어스(S&P) 500지수의 수익률보다 높으면서 팩트셋이 집계한 애널리스트들의 목표 주가까지 최소 30% 상승 여력이 있는 종목이다. 담당 애널리스트의 60% 이상이 ‘매수’ 등급을 매겼다. 토드 카스타뇨 모건스탠리 연구원은 “저성장으로 금리인하 환경이 조성되면서 고배당주의 매력이 부각되고 있다”며 “안정적 배당금은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배당주 펀드 중에서는 미래에셋 TIGER 유로스탁스배당30(29.54%), 미래에셋 TIGER 은행고배당플러스TOP10(26.03%), KB자산운용 RISE 200고배당커버드콜ATM(23.18%), 한화자산운용 PLUS고배당(21.58%), KB자산운용 KB통중국고배당(20.01%) 등이 수익률 상위권에 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변동성이 큰 장세를 방어하는 수단이 되어온 배당주 투자지만, 수익률 상위권 상품은 장기 수익률(5년) 100%를 웃도는 것이 상당수”라며 “배당주 투자가 주목받는 이유도 이처럼 수익률이 받쳐주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배당 모범생은 車·보험
주주가치 제고(밸류업)가 국내 상장사의 가장 큰 이슈로 떠오르면서 배당 규모가 급증한 것도 투자자들을 끌어들이는 대목이다. 감액 배당이 활성화된 점도 배당 확대의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감액 배당은 자본 준비금을 감액해 이익잉여금으로 옮겨 주주에게 비과세로 배당하는 방식이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2024 사업연도 상장사(12월 결산기업)의 총현금배당액은 48조1458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년(43조1185억 원) 대비 5조273억 원 증가한 것이다. 배당을 계획 중인 상장기업은 1165개사에서 1189개사로 2.1%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배당 규모는 11.7% 증가했다.
전체 상장사의 배당수익률(주가 대비 배당금 비중)도 상승세다. 2023년 2.47%에서 지난해 2.91%로 높아지면서다. 배당금만으로 얻을 수 있는 수익이 그만큼 커졌다는 뜻이다. 유가증권시장 기업의 배당수익률은 2.95%에서 3.29%로, 코스닥 배당수익률은 2.05%에서 2.56%로 올라갔다.
분야별로는 자동차와 보험·증권주의 배당금 증가가 눈에 띈다. 특히 삼성화재와 현대차의 주당 배당금은 최상위권이었다. 삼성화재와 삼성화재 우선주는 배당금이 주당 1만9000원으로, 지난해 1만6000원에서 18.8% 높아졌다. 배당수익률은 보통주 5.4%, 우선주 7%에 달했다. 상장사 중 최초로 작년 밸류업 공시에 나선 키움증권도 올해 배당금을 작년(3000원) 대비 2배 이상 높은 주당 7500원으로 확정했다.
밸류업 vs. 주주가치
배당을 비롯해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한 기업에 투자하는 상품이 늘면서 상품이 세분화되는 추세도 나타나고 있다. 이경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정책 연계 여부와 투자 대상 선정 기준의 차이로 상품이 구분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밸류업 액티브 ETF는 정부의 기업가치 제고 정책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개발한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추종한다. 코리아밸류업지수는 수익성, 주주환원, 시장평가, 자본효율성 등 다양한 질적 요건을 충족하는 기업으로 구성돼 있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상장 종목을 균형 있게 편입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주주가치 관련 액티브 ETF는 각 자산운용사가 주주환원 정책 확대, 저평가 가치주 발굴 등 고유한 전략을 바탕으로 출시한 상품이다. 이 연구원은 “주주환원 정책의 적극성이나 주주가치 개선 가능성에 중점을 두고 투자 대상을 선별하고 있으나 밸류업 관련 ETF와 달리 정책과 연계되지 않았다는 것이 차이점”이라고 설명했다.
밸류업액티브 ETF의 지난 3월 성과는 TRUSTON 코리아밸류업액티브(0.2%), TIMEFOLIO 코리아밸류업액티브(-0.3%), KoAct코리아밸류업액티브(-1.5%) 순으로 나타났다. 주주가치액티브 ETF 사이에선 희비가 엇갈렸다. ACE 주주환원가치주액티브(+1.4%), ACE라이프자산주주가치액티브(+0.6%), 파워 K-주주가치액티브(-0.3%), TRUSTON 주주가치액티브(-1.8%), BNK 주주가치액티브(-2.3%) 등이다.
박재원 한국경제신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