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서 금의환향…지젤 파드되 첫 도전하는 박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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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서 금의환향…지젤 파드되 첫 도전하는 박상원

2년 전 전 세계 발레단이 주목한 한국의 발레리나가 있었다. 스위스 로잔 콩쿠르에서 3위(여성 중 1위)를 차지한 박상원(21·사진)이다. 당시 공동 1등이 주니어 발레리노였기 때문에 발레단에 입단할 수 있는 무용수 중에선 그가 가장 높은 등수였다. 콩쿠르 파이널 무대가 끝난 직후 커튼이 닫히자마자 네덜란드국립발레단 관계자가 달려왔다. 바로 입단 계약을 하자고 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진학을 앞두고 등록금을 낸 상태였지만 하루빨리 프로 무대에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몰려왔다. 그해 박상원은 네덜란드국립발레단 주니어컴퍼니로 입단했다.

박상원이 2년 만에 한국에 돌아온다. 다음달 26~27일 경기 성남아트센터에서 열리는 ‘발레스타즈’ 갈라 공연 무대에서 ‘지젤 2막 파드되’를 선보인다. 그는 최근 한국경제신문 아르떼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지젤 2막 파드되는 첫 도전인 데다 오랜만에 서는 한국 무대여서 설레고 소중하다”고 말했다.

통상 주니어컴퍼니에서 2년을 거친 뒤 정단원이 되지만 박상원은 1년 만에 네덜란드국립발레단 정단원이 됐다. 올해 4월 정단원이 된다는 소식은 지난 연말 ‘호두까기 인형’을 준비할 때 일찌감치 예술감독에게 전해 들었다고. 박상원은 “발레단이 수도 없이 공연을 올리고, 한 무용수당 보통 대여섯 개 작품의 안무를 익히도록 한다”며 “이 도전적인 과정이 정말 좋다”고 했다.

네덜란드행도 7개월 만에, 예중 입시도 7개월 만에 해치운 저력이 있어서일까. 그의 발레에 대한 집중력은 어마어마하다. 전화 인터뷰를 한 날에도 연습실에서 10개 작품의 안무를 익혔다고 했다. “오늘은 ‘라 바야데르’ 같은 고전 발레, 테드 브랜드슨(단장)의 ‘체어맨 댄스’ 등 컨템퍼러리 작품까지 다양하게 연습하다 왔어요. 기량이나 표현력이 압축적으로 성장하는 게 느껴져요. 단원들을 보며 많은 자극도 받고요.”

길면서 우아한 신체 조건, 유난히 둥글게 여문 발등, 우아한 춤선에 많은 사람은 그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발레를 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가 발레리나가 되기로 마음먹은 건 초등학교 6학년이 되고 나서다.

“대구의 동네 문화센터에서 발레를 배우다가 전공하려고 서울로 가니 다른 입시생과 격차가 너무 컸어요. 7개월 정도 준비한 뒤 다행히 선화예중에 진학할 수 있었고, 그때부턴 발레리나의 꿈이 바뀐 적은 없었어요.”

네덜란드국립발레단은 다국적 단원, 다채로운 레퍼토리와 한스 판 마넨 같은 저명한 상주 안무가를 보유한 세계적 단체다. 글로벌 무대를 꿈꾸는 ‘춤꾼’들은 이곳 입단을 선망한다. 2000년대 초반에는 김지영(전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가 수석무용수로 뛰었고, 유니버설발레단의 솔리스트 한상이도 이곳을 거쳤다. 현재는 한국인 발레리노로 최초 수석무용수가 된 최영규가 간판스타로 활약 중이다.

올여름 한국을 찾는 박상원은 공연과 함께 유니버설발레단의 발레 선생님으로도 활동할 예정이다. 초등학교 2~3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티칭 프로그램에서 발레 무용수를 꿈꾸는 학생들을 지도한다. 그는 “네덜란드에는 러시아 프랑스 모나코처럼 다른 나라에서 발레를 배워온 사람이 모여 개성과 각자의 스타일을 존중하는 문화가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다”며 “자신의 실력을 믿고 신념에 따라 도전하는 마음가짐도 후배들과 나누고 싶다”고 했다.

이해원 기자 um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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