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콘텐츠의 세계적 확산이 국내 관광과 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짚어보는 ‘K-컬처 익스플레인드(K-Culture Explained)’ 컨퍼런스가 지난 6월 30일 연세대학교 대우관 각당헌에서 개최됐다. 이번 행사는 연세대학교 언론홍보영상학부, 국제처, 커뮤니케이션연구소와 K-엔터테크허브가 공동 주최했으며, 연세대학교 국제처가 매년 운영하는 해외 대학생 대상 국제하계대학 여름학기 개강에 맞춰 마련됐다.
국경 없는 K-콘텐츠 이끄는 넷플릭스의 전략은
이날 행사의 연사로 참여한 넷플릭스는 K-콘텐츠의 글로벌 흥행을 위한 마케팅 및 프로덕트 전략을 소개했다. 김미후 넷플릭스 한국 마케팅 부문 디렉터는 넷플릭스 마케팅의 출발점을 “어떻게 하면 전 세계가 K-콘텐츠에 대해 이야기하게 만들 것인가”로 요약하며, 이를 ‘컨버세이션 퍼스트(Conversation-First)’ 전략이라 소개했다. 그는 “시청자가 자발적으로 작품에 대한 대화를 생산하도록 유도하는 데 집중한다”며, “광고보다 강력한 건 결국 입소문”이라고 말했다.2021년 개봉한 ‘오징어게임’의 세계적 흥행을 계기로, 넷플릭스는 신작을 기획할 때마다 어떤 국가에서 반응이 좋을지 고민하며 전략을 세운다. 특히 기획 단계부터 글로벌 시청자를 염두에 둔다. 한국 문화가 생소한 시청자도 함께 즐기고, SNS에 공유하게 만들도록 온오프라인 캠페인을 병행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의 경우, 작품 소재를 녹여낸 온라인 ‘결혼사진 대회’, 대사를 활용한 수필 대회, 오프라인 팬 이벤트 및 비하인드 코멘터리를 진행했다.
이렇게 쌓인 ‘대화’는 K-콘텐츠의 글로벌 확산을 이끄는 글로벌 ‘팬덤’으로 확장된다. 넷플릭스는 세계에 동시 공개되는 자막과 더빙 시스템을 통해 국경과 시차를 허물고 팬들을 하나로 묶는다. 인스타그램, 틱톡, 왓츠앱 등 넷플릭스가 보유한 14억 명 이상의 팔로워와 연간 2240억 회에 달하는 콘텐츠 노출량이 이를 뒷받침한다. 김미후 디렉터는 “탄탄한 팬덤 인프라가 K-콘텐츠와 결합할 때, 국경을 넘는 고속도로가 뚫리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이강이 프로덕트 머천다이징 부문 디렉터는 마케팅으로 만들어진 관심을 실제 시청으로 연결하는 ‘발견’ 전략을 소개했다. 그는 “넷플릭스가 지향하는 가치는 일괄적인 큐레이션이 아닌, 시청자의 취향을 저격하는 개인화된 추천 방식”이라며, “플랫폼을 탐색하며 원하는 작품을 발견하는 과정 자체를 즐거운 경험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넷플릭스는 같은 작품이라도 국가와 시청 성향에 따라 썸네일과 정보를 다르게 노출한다. 예컨대, 예능 ‘흑백요리사’의 경우, 국내 시청자에게는 셰프가 역동적으로 조리하는 장면의 썸네일이 효과적이었던 반면, 해외에서는 음식 자체를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썸네일이 높은 클릭률을 기록했다. 한편, 넷플릭스는 모바일 환경에 최적화한 세로형 비디오 피드 ‘클립 영상’을 예고했다. 숏폼 형태의 모바일 탐색 경험을 강화해 콘텐츠를 자연스럽게 발견하도록 돕겠다는 구상이다.
화면 속 호기심, 한국 관광의 성장 동력으로
콘텐츠와 마케팅이 만들어낸 스크린 속 관심은 실제 산업으로 이어지고 있다. K-콘텐츠가 글로벌 시청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곧 방한 수요로 연결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졌다. 실제 지난해 방한 외래객은 1894만 명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고, 올해 1분기는 476만 명으로 분기 기준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방한 외국인이 한국 여행을 결심한 계기로 ‘한류 콘텐츠 접촉’을 꼽은 비율이 39.6%로 가장 높았다고 밝혔다. 또한 K-콘텐츠 시청자의 한국 방문 의향은 72%로, 비시청자(37%)의 두 배에 달했다.
한정훈 K-엔터테크허브 대표는 K-콘텐츠가 시청자를 관광객으로 진화하는 과정을 ‘노출-관심-탐색-예약-방문-소비-재방문’의 7단계 전환 모델로 설명했다. 시청자가 촬영지와 음식, 출연진, 배경 문화를 검색하고, 항공권과 숙소를 예약해 실제 방문한 뒤, 재방문까지 이어진다는 것이다. 그는 “화면은 끝이 아니라 여정의 시작”이라며, “시청이 투어의 출발점이 되는 시대에는 제작 전 단계부터의 사전 협업과 데이터 측정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컨퍼런스에서는 OTT 투어리즘의 실제 사례도 공유됐다. 넷플릭스 이펙트 리포트에 따르면, 예능 ‘흑백요리사’ 방영 이후 출연 셰프들이 운영하는 식당 예약률이 크게 상승했고, 6개월 후에는 외국인 예약 비중이 38%에 달했다는 설명이다. 또한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흥행 이후 스페인·독일 등 유럽 지역에서 한국행 항공권 예약이 14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차혁진 한국관광공사 브랜드콘텐츠팀장은 K-콘텐츠 IP(지식재산권) 기반의 캠페인 전후 한국 관련 검색량이 늘고, 브랜드 인지와 관광 선호도가 상승했다고 밝혔다. 한국관광공사는 이에 발맞춰 주요 촬영지를 연계한 관광 코스를 개발해 동선을 안내하고, 드라마 제작사들과 업무협약을 맺어 기획 단계부터 관광 요소를 반영하는 방식으로 협력 구조를 넓히고 있다고 밝혔다. 전국 각지의 촬영지를 상징 조형물 및 체험 공간과 잇는 조성 사업도 함께 추진 중이다.
관건은 ‘지속 가능한 생태계로 구축할 수 있는가’다. 권오상 디지털미래연구소 소장은 “OTT 투어리즘의 선순환을 위해 공공이 ‘중간 데이터’를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콘텐츠 소비가 관광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작품별·국가별·지역별로 추적할 인프라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K-콘텐츠를 관광 자산으로 운영하고, 촬영지를 지역 테마, 음식, 축제와 묶어 실시간 업데이트되는 관광 지도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플랫폼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얻은 결실이 국내 제작 생태계와 지역 경제 활성화로 환원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OTT 투어리즘의 궁극적 지향점이 되고 있다.
IT동아 김예지 기자 (yj@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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