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약 살포기로 아파트 방화…윗집과 층간소음 갈등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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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전 8시께 서울 봉천동 아파트에서 방화로 인한 불이 나면서 7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작은 사진은 방화 용의자인 60대 남성이 농약살포기를 들고 인근 건물을 향해 화염을 방사하는 모습. 경찰은 지문 감식을 통해 화재 현장에서 발견된 변사체가 이 남성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뉴스1

21일 오전 8시께 서울 봉천동 아파트에서 방화로 인한 불이 나면서 7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작은 사진은 방화 용의자인 60대 남성이 농약살포기를 들고 인근 건물을 향해 화염을 방사하는 모습. 경찰은 지문 감식을 통해 화재 현장에서 발견된 변사체가 이 남성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뉴스1

서울 봉천동의 한 아파트에서 60대 남성이 화염방사기로 방화해 6명에게 중·경상을 입히고 자신도 불에 타 숨진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층간소음으로 시작된 갈등이 참사로 이어졌다고 보고 수사하고 있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21일 오전 8시17분 봉천동의 한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해 유력한 방화 용의자인 A씨가 사망하고 주민 6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불이 난 4층에서 불길을 피하려다가 1층으로 떨어진 두 명은 전신화상 등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연기를 마시거나 호흡 곤란을 호소한 주민 4명도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소방당국은 오전 8시30분께 대응 1단계를 발령해 진화에 나섰고 화재 발생 1시간40여 분 만인 9시54분께 완진했다.

아파트 주민들은 이른 오전에 발생한 화재에 놀라 건물 밖으로 뛰쳐나오는 등 혼란이 빚어졌다. 이곳은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운영하는 공공임대 아파트 동으로 노인과 장애인 등 취약계층이 많이 거주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농약 살포기로 아파트 방화…윗집과 층간소음 갈등 있었다

경찰은 A씨가 토치 형태의 농약 살포기에 기름을 넣고 불을 붙여 화염방사기처럼 쓴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A씨는 어머니가 거주하는 인근 빌라에서도 방화를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이날 오전 8시4분 아파트에서 1.4㎞ 떨어진 한 빌라 쓰레기 더미에 화염방사기로 불을 내고 있다는 신고를 접수했다. 경찰은 그가 실제 방화를 일으키기 전 사전 연습에 나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A씨는 쓰레기 더미에 불을 낸 뒤 기름통을 실은 오토바이를 타고 아파트로 이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가 흰 모자와 마스크를 쓰고 기름통을 옆에 둔 채 농약살포기로 화염을 방사하는 모습이 CCTV에 포착되기도 했다. 그는 방화 현장인 4층 복도에서 불에 탄 변사체로 발견됐다. 유력 용의자로 A씨를 특정하고 소재를 쫓던 경찰이 지문 감식으로 그의 신원을 최종 확인했다.

경찰은 사건 원인을 7개월 전 벌어진 층간소음 갈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이곳 아파트에 거주했던 A씨는 지난해 9월 윗집 주민과 다툼을 벌이다가 경찰까지 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후 처벌불원서를 작성해 형사처벌로 이어지진 않았다. 이후 A씨는 두 달 만인 지난해 11월 인근 빌라로 주거지를 옮겼다.

경찰은 정확한 범행 동기를 수사하고 있다. A씨 주거지에서는 유서가 발견됐다. 유서엔 딸을 향해 ‘어머니를 잘 부탁한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또 ‘어머니 병원비로 쓰라’며 5만원이 동봉돼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는 “범행 동기는 좀더 조사가 필요하다”며 “다각도로 확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류병화/김유진 기자 hwahw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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