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이IT(잇)다] 블레스드프로젝트 “농업부산물 업사이클링 뷰티 제품으로 순환 가치 제안하는 기업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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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AT x IT동아] 한국농업기술진흥원과 IT동아는 우리나라 농업의 발전과 디지털 전환을 이끌 유망한 스타트업을 소개합니다. 기발한 아이디어와 상품, 그리고 독창적인 기술로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할 전국 각지의 농업 스타트업을 만나보세요.

유해한 화학 성분을 쓰지 않고 환경친화적인 원료를 쓰는 제품 선호도가 증가하는 추세다. 식음료, 뷰티(화장품) 등 분야도 다양하다. 중요한 것은 환경친화적 원료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뤄야 한다는 점이다. ‘농업부산물’이 떠오른 것도 이 때문이다. 농업부산물은 작물 수확 후 남은 잎, 줄기, 껍질 등이다. 사료, 거름 등 농가 활동을 위해 쓰였지만, 인체에 좋은 성분을 추출해 상품화하려는 움직임도 늘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클린 뷰티 시장이 주목받으면서 농업부산물 활용 규모는 확대 중이다.

시장조사기업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뷰티용 농업부산물 활용 시장 규모는 2024년 2억 5466만 달러(약 3561억 3150만 원)로 평가됐다. 2023년 2억 4330만 달러(약 3488억 4354만 원) 대비 5% 가량 성장했다. 하지만, 규모의 성장만큼 경쟁도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농업부산물 활용 뷰티 제품이라도 특별한 무언가를 담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김부이(좌), 백연주(우) 블레스드프로젝트 각자 대표 / 출처=IT동아

김부이(좌), 백연주(우) 블레스드프로젝트 각자 대표 / 출처=IT동아

블레스드프로젝트(Blessed Projects)는 친환경 뷰티 브랜드 ‘파운틴오브워터스(Fountain of Waters)’를 운영하는 스타트업이다. 사막, 초원, 바다 등 다양한 환경이 공존하는 캘리포니아 대자연에서 영감을 받아 브랜드에 녹인 점이 특징이다. 흥미로운 부분은 스토리텔링 뒤에 있는 기술력이다. 캘리포니아 내에서 발생하는 농업부산물을 활용해 제품을 생산했기 때문이다. 어떻게 농업부산물을 활용할 아이디어를 떠올렸고, 제품 개발 과정과 향후 목표를 듣기 위해 김부이, 백연주 블레스드프로젝트 각자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농업부산물 최대 생산지 ‘캘리포니아’에서 가치를 찾다

“미국 캘리포니아는 농작물 수출 1위 지역이자 가장 많은 농업부산물이 발생합니다. 백연주 대표가 캘리포니아 대학교 데이비스 캠퍼스(University of California - Davis)에 재학 중, 산처럼 쌓여 있는 아몬드 껍질을 보며 농업부산물을 활용 아이디어를 떠올렸어요.”

김부이 대표는 아몬드, 토마토, 포도 등 캘리포니아에서 생산되는 농작물은 압도적인 물량만큼 농업부산물 또한 많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현지에서도 업사이클에 대한 연구개발 움직임이 있지만, 실제 설루션은 전무한 상황인 점도 언급했다. 김부이, 백연주 대표는 2020년, 아몬드 부산물로 연구개발을 시작했다. 도한솔 이화여대 식품생명공학과 교수가 최고기술책임자(CTO)로 합류하면서 개발에 속도가 붙었다. 그 결과, 껍질 속 폴리페놀 성분을 추출하는 데 성공했고 원료화 기술 보유까지 마무리했다. 두 대표는 원료의 이름을 ‘헐리페놀(Hullyphenol)’이라 지었다. 아몬드 껍질(Hull)과 폴리페놀(Polyphenol)의 합성어다.

블레스드프로젝트는 캘리포니아 농가에서 배출되는 농업부산물을 활용한다 / 출처=블레스드프로젝트

블레스드프로젝트는 캘리포니아 농가에서 배출되는 농업부산물을 활용한다 / 출처=블레스드프로젝트

블레스드프로젝트는 원료 확보를 위해 캘리포니아 현지 농장들과 계약을 진행했다. 현지 담당자가 직접 농장을 찾아 부산물 상태를 검열하고 계약을 맺는 구조다. 안정성 확인을 위해 안전보건공단 화학물질정보(MSDS - Material Safety Data Sheet) 및 분석 인증서(COA - Certificate of Analysis) 등을 발급받는 등 까다로운 절차도 거친다.

아몬드 부산물로 완성한 첫 제품군은 ‘캑터스 호텔(Cactus Hotel)’이다. 캘리포니아 사막의 선인장에서 영감을 받아 제품 이미지에 녹였다. 핸드 워시, 바디 워시, 핸드 세럼 크림 등 다양한 형태로 개발했다. 이미지 못지않게 패키지에도 공을 들였다. 패키지에 아몬드 이미지를 넣어 기저 성분을 뚜렷하게 보여준다.

캘리포니아 농업부산물을 활용해 다양한 뷰티 제품을 선보이는 중이다 / 출처=블레스드프로젝트

캘리포니아 농업부산물을 활용해 다양한 뷰티 제품을 선보이는 중이다 / 출처=블레스드프로젝트

이어 선보인 제품군은 ‘토마토 가든(Tomato Garden)’이다. 캘리포니아에서 생산되는 토마토 부산물을 활용했다. 캘리포니아 토마토는 유명 케첩 브랜드 및 피자 브랜드용 소스에 쓰일 정도로 품질이 뛰어나다. 블레스드프로젝트는 현지 농장에서 나오는 토마토 껍질과 씨앗을 수급해 업사이클링 과정을 거쳤다. 그 결과, 토마토 껍질과 씨앗이 품은 항산화 성분인 라이코펜을 활용한 핸드 크림, 바디 워시, 로션, 미스트 등을 개발하게 됐다. 토마토 가든도 패키지에 토마토 이미지를 넣어 기저 성분을 쉽게 이해하도록 만들었다.

2024년에는 캘리포니아 나파밸리 포도 농장에서 나오는 부산물로 ‘로즈 멀롯(Rose Merlot)’ 제품군을 선보였다. 농장에서 나오는 부산물을 처리, 피부 탄력과 안티에이징 효능을 갖춘 입욕제를 생산한다. 캘리포니아 나파밸리 와이너리의 달콤쌉살한 이미지와 샌디에이고 로즈파크의 로맨틱한 장미 향이 떠오르도록 의도했다.

농업부산물 활용은 전 세계적 흐름, 경쟁력은 충분해

농업부산물을 활용하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블레스드프로젝트는 뷰티 브랜드로 먼저 접근했다. 따라가는 게 아닌 시장을 선도하자는 목표 때문이다. 김부이 대표는 “농업부산물 활용안을 놓고 여러 카테고리를 탐색했습니다. 식품 분야에는 여러 기업이 진출한 상태지만, 뷰티 제품은 없었어요. 그래서 과감하게 뷰티 브랜드 먼저 하기로 결정했죠”라고 말했다.

농업부산물 활용은 전 세계적 추세라는 게 김부이 대표의 설명이다. 2022년 이후 농업부산물을 활용한 뷰티 제품 출시도 진행된 바 있다고 덧붙였다. 사례 중 하나는 브래드 피트가 선보인 스킨케어 제품 ‘르 도멘(Le Domaine)’이다. 2008년 브래드 피트가 인수한 프랑스 포도 농장에서 재배된 포도를 원료로 썼다. 에스티 로더도 자연주의 스킨케어 브랜드 ‘오리진스(Origins)’를 선보인 바 있다.

하지만, 농업부산물로 뷰티 제품을 만드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주요 성분을 추출하고 가공하는 과정이 까다로운 게 이유다. 일반적으로 식품은 곡류(밀, 보리, 쌀 등)나 박류(대두, 땅콩, 참깨 등) 부산물을 식품에 첨가하는 형태가 많지만, 뷰티 제품은 성분 분리 혹은 배합, 추출 등 다양한 과정을 거친다. 김부이, 백연주 대표는 농업부산물 뷰티 브랜드에서 퍼스트 무버(선도자)가 되겠다는 마음으로 1년 이상 연구에 매진했다.

블레스드프로젝트는 농업부산물이라는 테마 안에 다양한 소비재를 탐구하는 게 목표다. 뷰티 제품 외에도 가구, 액세서리 부문의 리빙 오브제(Living Objet)와 식음료(F&B) 분야까지 단계적으로 접근할 예정이다. 백연주 대표는 “어려운 것부터 하나씩 해결하고 싶어요. 파운틴오브워터스 브랜드가 시장에 자리 잡으면 하나씩 도전하면서 최종적으로 농업부산물 소비재 브랜드가 되고자 합니다”라고 말했다.

파운틴오브워터스는 캘리포니아 대자연의 이미지가 떠오르도록 세계관을 구축했다 / 출처=블레스드프로젝트

파운틴오브워터스는 캘리포니아 대자연의 이미지가 떠오르도록 세계관을 구축했다 / 출처=블레스드프로젝트

농업부산물 활용 다음으로 접근한 것은 브랜드 이미지다. 파운틴오브워터스는 마르지 않는 샘물이라는 뜻으로 김부이, 백연주 대표가 대자연처럼 농작물도 무한한 에너지로 순환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았다. 캘리포니아 대자연의 세계관을 구축하려는 의도도 있다. 미국 서부에 위치한 캘리포니아는 바다, 초원, 사막, 산맥 등 다양한 지형지물이 있다. 지역의 농업부산물과 자연, 브랜드 이미지를 하나의 세계관으로 구축해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전략이다.

자연에 대한 김부이·백연주 대표의 마음은 행동에서도 드러난다. 파운틴오브워터스는 판매 수익금 일부를 비영리 단체인 ‘라이프워터(LifeWater)’에 매달 후원한다. 후원금은 전 세계 깨끗한 식수 지원 사업에 쓰인다.

브랜드 이미지 구축에 대해 백연주 대표는 “파운틴오브워터스는 캘리포니아 대자연을 떠올리도록 유도하는 게 첫 번째입니다. 일반 K-뷰티 브랜드와 다른 길을 걸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미국 생활 경험이 있는 두 대표의 정체성이기도 합니다. 두 대표가 갖고 있는 경험과 환상(판타지)을 한국인은 물론 전 세계인에게 더 새롭게 보여주고 싶어요. 따라서 신제품을 출시할 때 어떤 환상을 심어줄 수 있을지, 그 환상이 얼마나 매력적일지 고민합니다”라고 말했다.

전략은 통했다. 인천 송도와 서울 홍대 등에 위치한 글로벌 체인 호텔 브랜드와 협업해 이름을 알렸고, 국내 백화점에 팝업 스토어를 열어 소비자와 만났다. 미국 코스트코와 오렌지 카운티 미술관 팝업스토어, 아시아 시장에 진출하면서 K-뷰티 물결에 동참 중이다. 최근 캑터스 호텔 제품군이 중동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음을 파악하고 시장 진출에 힘을 쏟고 있다.

농업부산물 활용해 가치 있는 브랜드로 성장할 것

블레스드프로젝트는 농업부산물 뷰티 제품 분야의 퍼스트 무버가 되고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꿈을 향해 가려면 성장에 속도가 붙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부이·백연주 대표는 파운틴오브워터스의 세계관과 기획력, 자연을 향한 진정성 등이 시장에 계속 알려진다면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이에 마케팅 역량을 강화하고 다양한 소비자와 만날 접점을 찾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

블레스드프로젝트가 꾸준한 제품 개발과 성장의 이면에는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의 지원이 있었다. 뷰티 제품군 구축, 미국 시장 마케팅 활동에 필요한 도움을 받았다. 시장 동향 파악을 위한 업계 간 네트워킹도 성장에 밑거름이 되었다. 한국농업기술진흥원과 함께 석류 부산물을 활용한 샴푸와 색조 제품군을 개발하기도 했다. 김부이·백연주 대표는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의 장점으로 친근함, 꼼꼼함을 꼽았다. 농업부산물의 가치를 이해하고, 주기적으로 기업 성장에 대한 고민을 함께 의논해 준다는 게 이유다.

김부이(좌), 백연주(우) 블레스드프로젝트 각자 대표 / 출처=IT동아

김부이(좌), 백연주(우) 블레스드프로젝트 각자 대표 / 출처=IT동아

“농업부산물을 오감으로 체험 가능한 공간을 전 세계에 구축하고 싶어요. 목표를 현실로 만들기 위해 우선 매출 1000억 원 달성을 향해 노력 중입니다. 이 매출을 달성해야 진짜 퍼스트 무버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겠다고 생각해요. 블레스드프로젝트가 리빙 오브제, 식음료 시장으로 확장하기 위한 변곡점이기도 합니다.”

김부이·백연주 대표는 2025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미국 시장에 공격적으로 대응할 예정이다. 우선 미국 소비자 접점을 확대하기 위한 팝업 스토어 운영을 확대한다. 미국 소비자 반응을 면밀히 살피고 대중화에 필요한 제품 개발과 마케팅에 힘쓴다는 방침이다.

IT동아 강형석 기자 (redb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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