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인디 거장' 짐 자무시…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 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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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인디 거장' 짐 자무시…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 품었다

아드리아해에 뜬 별들 가운데 베네치아의 황금사자는 미국 독립영화 감독 짐 자무시(72·사진)에게 포효했다.

6일 저녁(현지시간) 이탈리아 리도섬에서 막을 내린 ‘제82회 베니스 국제영화제’는 자무시의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에 최고 영예인 황금사자상을 안겼다. 정치적 메시지와 미학적 전통 중 후자를 선택하며 베니스의 정체성을 분명히 했다. 신작 ‘어쩔수가없다’로 20년 만에 경쟁부문 도전장을 내민 박찬욱 감독은 아쉽게도 수상이 불발됐다.

베니스 영화제 집행위원회는 이날 ‘팔라초 델 시네마’(영화의 전당) 극장에서 폐막식을 열고 주요 수상작을 발표했다. 비경쟁 섹션의 시상식과 지난 4일 타계한 패션 디자이너 조르지오 아르마니에 대한 추모 등을 거쳐 하이라이트인 경쟁부문 수상작을 차례로 호명했다.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는 미국 뉴저지와 아일랜드 더블린, 그리고 프랑스 파리를 배경으로 한다. 부모와 아이들이라는 키워드를 공유하며 벌어지는 세 개의 이야기를 담은 앤솔로지(3부작) 드라마다. 가족 간 거리감과 감정적 단절을 담담한 분위기 속 은근한 유머로 조명했다.

자무시는 1980년대 ‘뉴욕 인디’를 대표하는 독립영화 거물이다. 1980년 ‘영원한 휴가’로 데뷔한 그는 계속 뉴욕에 머물며 시와 소설을 쓰듯 일상적 서사로 자신만의 세계관을 구축했다. 명성을 얻으면 할리우드로 넘어가 대형 스튜디오 체제에 편입되던 동시대 감독들과 다른 노선을 택했다. 1983년 ‘천국보다 낯선’으로 칸 국제영화제 신인 감독상 격인 황금카메라상을 받았고, 2005년에는 ‘브로큰 플라워’로 2등상인 칸 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받았다.

거장의 반열에 올랐지만, 세계 3대 영화제(칸·베니스·베를린) 최고상과는 인연이 없었다. 올해도 그의 이름은 평단의 예상에 비껴나 있었다. 영화제를 달군 건 박찬욱의 ‘어쩔수가없다’와 카우타르 벤 하니야의 ‘힌드의 목소리’였기 때문. 특히 영화제 기간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침공을 규탄하는 시위가 벌어지며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의 투자배급사가 이스라엘 국방기업에 자금을 댄 미국 벤처캐피털에서 투자를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져 불똥이 튀기도 했다. AP통신 등 외신은 “의외의 선택, 깜짝 수상”이라고 평했다.

베니스 영화제가 자무시를 선택한 건 반드시 전쟁 등 거대한 사건을 다룬 정치적 영화만이 시대를 기록하는 게 아니란 점을 드러내기 위해서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자주색 정장에 까만 선글라스를 낀 채 단상에 오른 자무시 역시 이런 점을 강조했다. “이런 젠장”이라는 짧은 감탄사를 내뱉은 그는 “예술은 정치적이기 위해 정치를 직접 다룰 필요는 없다”며 “사람들 사이의 공감과 연결을 만드는 것이 문제 해결의 첫걸음”이라고 했다.

다만 베니스는 하니야의 ‘힌드의 목소리’에 2등상인 심사위원대상을 안기며 정치적 불합리를 고발하는 젊은 감독을 응원하는 것으로 영화제의 균형을 맞췄다. 브래드 피트, 호아킨 피닉스, 알폰소 쿠아론 등이 공동 제작자로 참여한 영화로,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목숨을 잃은 가자지구 소녀 힌드 라잡의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다큐멘터리 드라마다.

유력한 황금사자상 후보로 거론된 박찬욱의 ‘어쩔수가없다’는 수상이 불발됐다. ‘친절한 금자씨’ 이후 20년 만에 경쟁부문으로 돌아온 박 감독은 이날 “내가 만든 어떤 영화보다 관객 반응이 좋았다”며 “이미 큰 상을 받은 기분”이라고 아쉬움을 달랬다. 박 감독 ‘어쩔수가없다’는 토론토국제영화제와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을 거쳐 내년 아카데미(오스카상) 시상식에서 수상에 도전한다.

베네치아=유승목 기자 m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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