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시니어 주택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안 들어갈 이유가 없죠."
유선종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사진·60)는 최근 <한경닷컴>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발언은 국내 시니어 주택 시장의 현재와 미래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가운데 시니어 주택이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현재 국내 시니어 주택 시장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유 교수는 "국내 노인 인구가 1000만 명을 넘어 전체의 20%를 차지하고 있지만 노인복지주택은 1만 가구 수준에 불과하다"며 "절대적으로 공급이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일본 사례를 언급하며 "주택 재고 대비 약 5% 수준이 시니어 주택으로 필요하다고 보면 국내 기준으로는 최소 100만 가구가 필요하다"며 "현재 공급 수준으로는 고령화 속도를 따라가기 어렵다"고 말했다.
시니어 주택 필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시장은 정체 상태다. 가장 큰 이유는 사업 구조에 있다. 유 교수는 "초기 공급자들이 시니어 주택을 일반 분양형 개발사업처럼 접근한 것이 문제"라며 "분양 후 운영 주체가 사라지는 구조가 반복되면서 시장 신뢰가 무너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니어 주택은 단순한 주택이 아니라 서비스와 운영이 결합한 상품인데, 이를 간과한 채 공급이 이뤄졌다"며 "이 과정에서 입주자 불만과 사업 실패가 반복되면서 시장 자체가 위축됐다"고 짚었다.
주거 구조도 영향을 미쳤다. 그는 "일본은 단독주택 중심이라 노후에 관리 부담 때문에 시니어 주택으로 이동하는 수요가 많지만, 한국은 아파트 중심 구조라 굳이 이동하지 않아도 되는 환경"이라며 "최근 입주하는 단지들을 살펴보면 시니어 주택이 추구하는 각종 커뮤니티 시설이 들어가는데 실수요자들 입장에서 굳이 아파트를 포기하고 시니어 주택에 들어갈 유인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수요 환경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진입이 결정적 변수로 꼽힌다. 유 교수는 "신노년층은 과거 노인과 달리 경제력과 소비 의지가 있고, 연금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생활이 가능하다"며 "이들이 시니어 주택의 핵심 수요층"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기존에는 비용 부담 때문에 진입을 꺼렸지만, 현재 주거비와 생활비를 합치면 비슷한 수준의 비용을 이미 지출하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며 "이 점이 시장 확대의 핵심 변화"라고 강조했다.
결국 시니어 주택은 단순한 '주거 이전'이 아니라 '삶의 방식 변화'라는 설명이다. 유 교수는 "가사노동에서 벗어나고 다양한 서비스를 누릴 수 있으며, 건강 수명을 늘릴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선택할 가치가 있다"며 "내 집에 계속 머무는 것이 반드시 최선은 아니다"고 말했다.
특히 "건강 수명이 끝난 이후를 고려하면, 즉 활동하지 못하고 불편한 몸을 이끌고 살아야 하는 상황이 오면 기존 주거 환경에 머무는 것이 오히려 삶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며 "적절한 시점에 시니어 주택으로 이동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시장 확대를 가로막는 구조적 한계도 여전히 존재한다. 대표적인 것이 사업성이다. 유 교수는 "시니어 주택은 10년, 20년 이상 운영해야 수익이 나는 구조라 일반 개발사업과는 완전히 다르다"며 "민간 입장에서는 자본 회수가 늦어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문제는 가격 구조다. 현재 공급되는 시니어 주택은 고가 상품 중심이다. 그는 "일부 단지는 보증금이 수십억원 수준으로 형성돼 있어 전체 노인 인구를 고려하면 극히 일부만 수용 가능한 구조"라며 "중산층을 위한 상품이 부족하다. 고가에서 저가까지 다양한 유형의 시니어 주택을 짓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핵심은 '운영'이다. 그는 "하드웨어 공급보다 중요한 것은 운영 역량"이라며 "누가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따라 성공 여부가 갈린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시장에는 수요는 존재하지만 이를 수용할 인프라와 신뢰할 수 있는 운영 주체가 부족하다"며 "이 부분이 해결돼야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책 측면에서도 과제가 남아 있다. 유 교수는 "노인복지주택은 복지부, 주택 정책은 국토부가 담당하면서 제도 간 충돌이 발생한다"며 "정책 일관성이 부족한 것도 시장 확대를 저해하는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유 교수는 향후 시장 전망에 대해 한층 커질 것이란 관측을 내놨다. 그는 "앞으로 5~10년 내 시니어 주택 시장은 지금보다 크게 성장할 것"이라며 "고령 인구 증가와 수요 변화가 맞물리면서 구조적인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유 교수는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를 졸업하고 일본대학 대학원에서 부동산과학·박사학위를 취득했다. 2005년부터 건국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부동산대학원장·부동산도시연구원장 등을 역임했다. 한국부동산연구원·한국감정원 비상임이사, 호텔롯데·한국투자부동산신탁 사외이사 등을 맡았고, MRICS 등 국제 자격을 보유하고 있다.
우주인. 집우(宇), 집주(宙), 사람인(人). 우리나라에서 집이 갖는 상징성은 남다릅니다. 생활과 휴식의 공간이 돼야 하는 집은, 어느 순간 재테크와 맞물려 손에 쥐지 못하면 상대적 박탈감까지 느끼게 만드는 것이 됐습니다. '이송렬의 우주인'을 통해 부동산과 관련된 이야기를 사람을 통해 들어봅니다. [편집자주]글=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영상·사진=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6 hours ago
7
















English (U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