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걱정 직장인 필독 레시피]삼성전자 부장에서 경영 컨설턴트로
박사과정 수료-경영지도사 취득… 은퇴 3년 전부터 인생 제2막 준비
30년 마케팅 경험과 지식 기반으로, 산학협력단 교수-정부기관 위촉돼
재빨리 AI 공부해 자기 브랜드 강화… 기업 AX 전문 IT 인재로 외연 넓혀
은퇴 이후 공백 없이 ‘N잡러’로 성공한 비결이 뭘까. 6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난 이현구 강남대 산학협력단 교수(62)는 “은퇴 3∼5년 전까지 구체적인 진로 계획을 세운 뒤 곧바로 필요한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은퇴 이후에도 퍼스널 브랜딩과 인풋(input·지식과 경험) 심기를 멈춰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 퇴직 3년 전 인생2막 준비
“은퇴 준비가 이를수록 좋다는 건 누구나 알지만 실천은 쉽지 않습니다. 한창 바쁜 50대 중후반, 일상 업무에 치이다 보면 어영부영 은퇴와 맞닥뜨리게 되지요.”
그는 50대에 접어든 이후 늘 인생 2막을 향한 안테나를 열어 뒀다. 임금피크제 돌입 3년 전부터는 목표 달성에 필요한 자격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는 “60대에 새로 일을 시작하기엔 한계가 뚜렷할 거라고 생각해 57세에 퇴사했다. 비교적 일찍 구체적인 직업 목표를 세우고 준비한 덕분에 주저 없이 선택할 수 있었다”고 했다.
진로를 고민하는 여정은 녹록하지 않았다. 업(業)에 대한 관심이 컸던 그는 평소 부지런히 자기 계발을 했다. 2015년에는 30년 현장 경험을 학문적으로 정리하고 싶어 한국방송통신대 경영대학원(MBA)에 입학했다. 그 즈음 인생 2막에 대한 고민도 영글었다. 학교 동기를 비롯해 다양한 인맥 속에 은퇴 이후의 모습을 본격적으로 그리게 된 것. 한데 첫 단추가 잘 끼워지지 않았다.
그러던 차 듣게 된 한 외부 강연에서 ‘이키가이(生き甲斐·삶의 보람을 뜻하는 일본어)’라는 개념을 접했다. 은퇴 후 진로를 설계할 때 중요한 4가지 요소 즉,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잘하는 것, 세상이 필요로 하는 것, 돈이 되는 것’을 찾으라는 것이다. 그 결과 얻은 답이 경영 컨설턴트였다. “남이 필요로 하고 내가 잘하는 것, 그래서 남을 도울 수 있는 것을 고민했더니 마케팅이라는 결론에 다다랐어요. ‘30년간 기업에서 쌓은 마케팅 지식과 경험을 필요한 곳에 전하자’ 싶었습니다.”● 2년 만에 경영지도사 합격
경영 컨설턴트는 보통 자신의 경험을 기반으로 활동한다. 마케팅, 인사, 재무 등 기업에서 쌓은 실무 지식을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에게 전수하는 식이다. 하지만 이 교수는 경험만으로 컨설팅 시장에 뛰어들기엔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치열한 경쟁을 뚫기 위해 뒷받침돼야 할 탄탄한 인맥이나 영업력에 부담을 느꼈다.
그러다 한 MBA 동기를 통해 경영지도사 자격증을 알게 됐다. 중소벤처기업부 주관 국가전문자격증으로 취득하면 정부 기관에 위촉돼 활동할 기회가 많아 안정적이라고 했다. 공신력 있는 기관의 ‘매칭 시스템’을 얻는 셈이었다.
시험 준비 과정은 만만치 않았다. 1차 객관식과 2차 주관식 시험 중 특히 2차가 까다로웠다. 인사와 조직, 재무관리, 생산관리, 마케팅 중 하나를 선택해 세부 3과목에 대해 답안 10여 장을 써내야 했다. 이 교수는 한 차례 낙방 끝에 2019년 자격증을 품에 안았다. 준비 2년 만의 결실이었다.
“매일 서너 시간 이상 공부해야 1년 안에 1, 2차 동시 합격을 노릴 수 있죠. 관련 업계 출신이 시험을 준비하는 경우가 많고 합격자 약 20%는 박사 출신으로 알려져 있습니다.”같은 해 호서대 벤처산업학과 대학원 박사 과정에 진학했다. 정부 과제 중 상당수를 차지하는 창업 분야 전문성을 보완할 카드였다. 강사 등 관련 활동의 쓰임새도 요긴할 거라는 계산도 있었다. 그는 “컨설턴트 역량을 극대화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경영지도사 자격증 취득과 박사 과정 수료로 (은퇴) 채비를 마친 셈”이라고 했다.
● 정부기관 위촉 활동 연 4000만 원 수입
그의 현재 업무는 크게 3개 축으로 돌아간다. 먼저 강남대 산학협력단 업무다. 은퇴 이듬해인 2021년부터 산학협력단 교수로 일하고 있다. 탄탄한 현업 경력과 박사 과정 수료, 경영지도사 자격증이 임용에 도움이 됐다. 정부와 기업 용역 과제를 수주하고, 기업 문제점을 해결하는 역할을 주로 한다.
은퇴 전부터 경영지도사 자격증을 활용해 맡은 다양한 자문역이 두 번째 축이다. 컨설팅 및 평가위원 이력이 A4 용지 10장 분량에 달한다. 올해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창업진흥원 등이 주관하는 지원 사업에 위촉돼 일하고 있다. 계약 기간은 1∼2년 단위이며 연간 수입은 4000만 원 선이다.
“소상공인, 중소기업, 스타트업 등 결이 다른 세 가지 타깃을 대상으로 ‘컨설팅 파이프라인’을 구축한 덕분에 안정적인 수입을 올리고 있습니다. 기관 위촉 사업 외에 개인적으로 진행하는 컨설팅도 적지 않아요.”자격증이 처음부터 일자리로 연결된 건 아니다. 경영지도사 자격증 소지자는 1만여 명. 경쟁을 뚫고 위촉 컨설턴트로 선발되려면 실무 경력이 중요하다. 초반 진입 장벽을 넘기 위해 그는 우회 전략을 택했다. 인력이 넘쳐나는 수도권을 벗어나 멀리 경남신용보증재단 업무에 지원해 포트폴리오를 채웠다.
“만족도가 낮으면 재계약이 어렵기 때문에 과제를 성실하게 수행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끊임없이 지식을 습득해야 하죠. 위촉 심사에서 당장 알아주지 않더라도 오직 ‘더 제대로 된 컨설팅’을 제공하기 위해 소상공인 마케팅, AI, 창업 교육 과정 등을 공부했습니다.”
● 재능 기부로 시작해 전문 강사로 우뚝
세 번째 축인 강사 활동은 우연한 기회에 시작했다. 출발점은 AI였다. 2023년 챗GPT의 압도적인 효율성을 경험한 그는 발 빠르게 관련 지식을 쌓았다. 책과 유튜브는 물론 전문 강의까지 찾아 들으며 역량을 키웠다. 경영 컨설팅에 꼭 필요한 분야라고 직감해 한국경영기술지도사회 중부지회에서 재능 기부 형태로 첫 강의를 시작했다.
작은 나눔은 나비효과를 불러왔다. 동기 지도사의 추천으로 본회 강단에 선 뒤부터 전국 지회에서 출강 요청이 쇄도한 것. 이어 각종 기관과 학교, 기업 등으로 무대를 넓혔고 최근에는 교육 기업 에듀윌과 수익 배분 조건으로 주문형비디오(VOD) 촬영도 마쳤다. 강의 비중이 점차 커지면서 지금은 전체 수입의 절반이 강의료에서 나온다. 그는 “AI를 주제로 지난 3년간 290회 강의했다”며 “남들보다 단 1cm 앞서 공부하고 실행에 옮긴 것이 신의 한 수였던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격증 부자’이기도 하다. 2018년부터 최근까지 데이터분석준전문가(ADsP), 디지털전환(DX) 1급 컨설턴트 등 경영 관련 중심으로 모두 17개 자격증을 취득했다. 하지만 ‘묻지마식 스펙 쌓기’는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나 AI 관련 자격증은 현장에서 요긴하게 쓰이는 반면 장롱으로 직행한 자격증도 적지 않아요. 실무와 동떨어진 자격증보다 핵심 역량에 AI를 접목해 보는 경험이 중요합니다.”
다음 목표는 기업 AX(AI 전환) 도입을 돕는 AI 컨설턴트다. 고객이 경영 전반에 효율적으로 AI를 도입하도록 돕는 것이 핵심이다. 경영 전문가라는 핵심 역량에 AI를 얹어 정보기술(IT) 인재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다. 그는 “IT 역량만으로는 특정 회사의 재무나 인사 시스템을 깊이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현장 경험을 살려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AI 컨설팅을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 퍼스널 브랜딩으로 무대 넓혀
교수, 경영 컨설턴트, AI 강사, AI 컨설턴트 등 활동 무대를 지속적으로 넓힌 비결은 퍼스널 브랜딩이다. 책 출간, 블로그 운영, 인맥 쌓기, 관련 커뮤니티 만들기 등을 통해 가만히 있어도 전화가 오게 하는 퍼스널 브랜드를 구축했다.
“2021년 첫 책을 시작으로 주로 AI 분야를 다룬 12권의 공저를 냈습니다. ‘AI 융합비즈니스포럼’을 만들어 교육도 하죠. 공동 저술은 적은 시간과 비용으로 출간할 수 있어 적극 추천합니다.”
이 교수는 종종 회사 후배들로부터 은퇴 상담 요청을 받는다. 그의 권유로 전 직장 동료 4명이 경영지도사나 박사 과정을 마쳤다.
“은퇴 후 삶의 기준점을 어디에 둘지 헷갈린다면 AI에 ‘나의 강점을 찾는 방법’을 물어보세요. 거듭 문답을 하다 보면 내가 할 수 있으면서 남들도 필요로 하는 일, 즉 수익으로 연결되는 지점이 보일 겁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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