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운영하는 맞벌이 부부의 아이… 주민들 “가게서 공부하던 모습 선해”
부산서… 9일전에도 비슷한 사고
“어린이 안전사고 절반 가정서 발생… 지역기반 촘촘한 돌봄망 마련해야”
3일 부산소방재난본부와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전날 오후 10시 58분경 부산 기장군의 한 아파트 6층에서 불이 났다. 소방당국이 사고 현장에서 8세와 6세 자매를 발견해 인근 대학병원으로 옮겼지만 둘은 끝내 목숨을 잃었다.
● 9일 만에 또 어린 자매 숨져
경찰에 따르면 아이들은 거실 발코니 앞과 현관 쪽 중문 근처에서 각각 발견됐다. 두 자매는 부모와 함께 살았지만, 화재 당시 부모는 집을 비운 상태였다. 부부는 함께 식당을 운영하는 맞벌이 부부로, 밤늦게까지 일을 한 뒤 개인적인 용무를 보기 위해 집을 비웠던 것으로 알려졌다.사고 현장을 목격한 주민들은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인근 주민 김현옥 씨(45)는 “동네서 잘 알려진 식당을 운영하는 가족이라 주민들이 대부분 가족을 알고 있다”며 “불 속에서 탈출구를 찾아 헤맸을 아이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고 했다. 또 다른 주민은 “가게 작은방에서 공부하던 자매가 우애 깊어 보였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화재 원인은 전기적 요인으로 추정된다. 한 주민은 “오후 8시 15분쯤 정전이 발생했고, 40분 뒤 전기가 복구됐다”며 “밤 10시 20분에는 ‘에어컨·선풍기 가동을 자제하라’는 안내방송도 있었다”고 전했다. 소방과 경찰의 합동 감식 결과 불은 거실에 놓인 스탠드형 에어컨 주변에서 시작된 것으로 확인됐다. 에어컨 전원선이 연결된 멀티탭에서는 전선 내부 구리선 등이 손상된 흔적도 발견됐다.
● ‘1시간 이상 혼자’ 어린이 28.1% 불과 9일 전인 지난달 24일에도 부산 부산진구의 한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해 잠자던 10세, 7세 자매가 숨졌다. 당시 부모는 새벽 청소 일을 나간 상태였다. 화재 원인은 역시 전기적 문제로 추정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사고 이틀 뒤 “열 살, 일곱 살밖에 되지 않은 자매가 밝은 미래를 펼쳐 보지도 못한 채 우리 곁을 떠났다는 사실에 가슴이 미어진다. 사고 원인을 철저히 조사해 이런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정부는 보호자가 없는 상황에 대비해 ‘아이돌봄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생후 3개월∼12세 아동이 있는 가정을 대상으로 돌보미가 직접 방문해 돌봄을 제공하는 제도로, 정기·단기·긴급 서비스로 나뉜다. 단기 서비스는 최소 4시간 전, 긴급돌봄은 2시간 전까지 신청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용 접근성이 낮다. 아이돌봄 서비스 평균 대기 기간은 2022년 27.8일, 2023년 33일, 2024년 상반기 기준 32.8일로 3년 연속 한 달 가까이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늦은 밤이나 주말에 이용할 수 있는 긴급돌봄의 경우 신청자 10명 중 4명은 매칭에 실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남희 동덕여대 아동학과 명예교수는 “돌봄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긴급돌봄 대응 인력을 충분히 확보하고, 지역 기반의 촘촘한 돌봄망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미국은 보호자 없는 아동 방치를 ‘방임’으로 보고 법적으로 엄격히 제재한다”며 “한국은 아이를 홀로 두는 위험에 둔감한 경향이 있는데 이런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산=김화영 기자 run@donga.com
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개
- 슬퍼요 0개
- 화나요 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