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한국에서 초중고교를 다니지 않아 교육과정에 대한 이해도 없고 아는 바도 그다지 많지 않다. 그저 학교에서 배우고 있는 것에 집중하면 중고교 때도 별문제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우연히 수행평가에 대한 내용을 접하게 되면서 비상이 걸렸다.
필자 주변에는 명문대 의대 1학년에 재학 중인 자녀를 둔 지인이 있다. 때때로 그 지인을 통해 한국 사회에 대한 정보와 아이 교육에 필요한 정보를 얻는다. 이 지인은 “공부를 곧잘 해 내신 점수가 높다 한들, 수행평가에서 좋지 못한 평가를 받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도대체 수행평가가 무엇이기에 아이 진로에 이다지도 큰 영향을 주나 의아했다.
수행평가는 학생의 평소 태도, 즉 수업 참여도와 성실도를 보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라고 한다. 서술형 평가, 토의, 토론, 실험, 실습 등 다양한 형태로 평가할 수 있기 때문에 틀에 박힌 답이 아닌 나만의 창의적인 생각으로 문제에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학생 저마다의 수준과 능력이 다르기에 때로는 혼자만의 힘으로 답을 얻기 어려워 부모의 관심과 참여가 필수적이라고 한다. 이는 학생뿐 아니라 학부모에게도 막대한 스트레스와 부담으로 다가오는 경우가 많다고 전해 들었다.필자는 한국의 내신과 수능 제도에 대해 어느 정도 감을 잡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수행평가 제도에 대해 알게 되면서 속된 말로 ‘망했다’ 싶었다. 학교에서 가르친 내용으로 학생을 평가하지 않을 때도 많고, 기준과 절차가 명확하지도 않으며, 교사 재량에 따라 점수가 매겨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면 취지와 다르게 작동하는 수행평가가 왜 유지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물론 나름의 필요에 의해 제도가 탄생했겠지만 학생과 학부모에게 직접적인 부담을 많이 주는 제도 같아 경험도 하기 전에 개편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부터 든다.
다문화 학생 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현실에서 필자처럼 한국에서 정규과정을 이수한 적이 없는 학부모에게 한국의 교육은 낯설기만 하다. 때문에 다문화 배경을 가진 학부모의 경우 자녀에게 늘 미안하고, 부족한 점은 사교육을 통해 어떻게든 채우려고 노력할 수밖에 없다. 한국에서 자란 한국인 부모도 해당 제도에 대한 불만을 갖고 있다면 다문화인들은 더욱 불안할 수밖에 없다. 한국 속담 중 ‘모르는 게 약’이란 말이 이런 상황에서 쓰는 표현인가 싶다가도, 이미 알아버린 만큼 자녀를 위해 ‘최선을 다해 봐야겠다’라는 마음이 드는 게 사실이다.
수행평가 제도에 대해 알게 되면서 재빨리 주변 다문화 엄마들에게 관련 제도에 대해 물어봤다. 돌아오는 답은 ‘한국어 실력이 좋지 못해서 아이와 깊숙한 대화를 나누지 못한다’ 혹은 ‘먹고살기 바빠서 아이가 알아서 하게끔 놔둔다’였다. 이러한 사례들을 봤을 때 전국 각지의 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더 이상 한국어 과정에만 예산을 집중적으로 투입하기보다, 중고등학생 자녀를 둔 다문화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국의 교육 시스템을 설명해 주는 프로그램을 구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한국에서 오래 살아도 다문화인들에게는 한국의 교육 관련 제도가 어렵게 느껴지기 때문이다.다문화 인구가 계속해서 늘고 있는 가운데 우리와 함께 생활해 나가야 할 이들이 한국 교육의 현실에 대해서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생각이 스쳐 간다. 모든 학생이 동일한 조건에서 태어나 자라지 않는다. 그런 이상 학생 저마다의 특성을 고려해 최대한 공평하고, 절차와 투명성이 확실한 평가 기준을 갖도록 수행평가 제도가 보완되기를 바란다.
벗드갈 몽골 출신·글로벌 비에이 유학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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