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2050년의 대한민국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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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칼럼] 2050년의 대한민국을 생각한다

‘총 23개국 484명. 미국 196명 등 해외 체류자 257명. 외국인 국적자 56명.’ UNIST(울산과학기술원)가 공고한 33명 교수 채용에 지원한 인재들이다.”

세상을 바꿀 최고 수준의 연구와 개척자(pioneer) 교육을 이끌 인재라면 다 오라고 했다. 내심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반(反)이민 정책과 이로 인한 과학 인재 탈출 조짐을 겨냥했다.

인공지능(AI)이 대학 교육과 연구 시스템을 통째로 뒤흔들고 있다. 새로운 대학 모델이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2050년께 다국적 대학 열 곳이 살아남는다면 한국 대학이 있을까?

미래 전망은 대개 30년 전후다. 2050년은 그래서 나온 것이지만, 내일조차 불확실한 세상이다. 지수함수적인 기술 진보가 빨라도 너무나 빨라서다. AI, 양자, 로봇, 바이오, 에너지 등 첨단기술이 2050년 전에 성숙하거나 실용화돼도 이상할 게 없을 정도다. 과거의 경험과 현재의 판단만으로는 장래를 알기 어렵다.

아폴로 계획보다 100년이나 앞서 달나라 탐험을 그려낸 SF(공상과학)의 아버지 쥘 베른이 소환되는 이유가 있다. 과학기술을 토대로 창작한 소설, 영화 등을 통해 미래를 시작(試作)하는(prototype) ‘SF 프로토타이핑(prototyping)’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인간이 주체적으로 희망하는 미래를 상상하고, 이를 현실로 가져와 과제를 도출하는 ‘백캐스팅(backcasting)’도 같은 맥락이다. 미래에 대응할 인재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본질을 꿰뚫는 통찰력(insight)과 앞을 내다보는 선견력(foresight)이 필요해서다. 몰입감과 다양성은 기본이다. 글로벌 차원에서 인재를 찾지 않으면 충족하기 어려운 조건들이다.

미국 워싱턴대는 세계 인구가 2064년 97억 명을 정점으로 감소한다고 봤다. 30만 년 인류사에서 기후와 역병으로 인한 일시 감소를 빼면 처음이다. 앞으로 전쟁은 인구 빼앗기가 될 것이란 전망까지 등장한다. 때마침 찾아온 AI가 1인당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면 그런 압력은 상쇄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생산성을 넘어 세상을 바꿀 창의적 인재 확보다. 이들은 인구 감소기, AI 시대일수록 더 귀중한 존재다. 국가 간 경쟁이 전례 없이 치열해질 공산이 크다. 인재 이동성을 기준으로 국가는 인재 유출국과 인재 유입국으로 나뉜다. 이대로 가면 인재 유입국과 인재 유출국이 로버트 기요사키의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식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인재 유출국의 대학은 모조리 사라질지 모른다.

이 중대한 전환기에 난공불락 인재 유입국이자 이민 국가인 미국발(發) 자충수가 터졌다. 트럼프 행정부의 반이민, 보조금 동결, 연구비 삭감, 대대적 해고, 다양성 철폐 등으로 미국 과학계가 동요하고 있다. 영국 프랑스 등 유럽이 인재 역류 조짐에 들썩이기 시작했다. 중국도 보이지 않게 바삐 움직이는 양상이다.

해양국가 미국 패권론(sea power)을 펼친 앨프리드 머핸이 살아 있다면 통곡할 일이다. 인재 유출은 그가 말한 해양 패권의 여섯 가지 핵심 요소 가운데 인구 규모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도전을 높이 평가해온 국민성에 치명타가 될 것이다. 미국과 중국은 세계의 전부가 아니다. 글로벌 총생산에서 미국(25%)과 중국(18%) 비중은 다 합쳐도 50%가 안 된다. 중장기적으로는 더 떨어질 것이다. 인구도 중국(14억 명)과 미국(3억3000만명) 밖에 살고 있는 사람이 60억 명을 넘는다.

한국은 미국의 51번째 주도, 중국의 24번째 성도 아니다. 엄연한 주권국가다. 국가를 지키려면 대(大)전략-전략-전술은 기본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국가 대전략이다. 그게 없으면 전략과 전술은 방향성이 없거나 오락가락할 수밖에 없다.

언제까지 미·중 충돌 등 국제 정세에 끌려다니는 수동적인 미래에 갇혀 있을 수 없다. 2050년 대한민국을 능동적으로 그려보자. 미국에도 중국에도 할 말 하는 자유 민주주의 국가, 합당한 국제 지위를 갖고 글로벌 역할을 다하는 선진기술 국가. 세상을 바꿀 사람이 몰려들고 길러지는 창의적 인재 국가도 좋겠다. 희망을 현재로 백캐스팅하면 지금 무엇을 해야 할지가 나온다이게 진짜 창조적 자기 파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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