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노벨상 교수 “AI發 생산성 향상, 고용 창출까진 시차… 충격 불가피”

15 hours ago 10

[AI發 격변 경고]
경제학상 스펜스 스탠퍼드대 교수
“AI 가파른 성장, 적응은 뒤처져 때론 파괴적 방식 변화 가져올수도
각계 합심해 안전장치 마련해야 반도체 강국 韓, AI발전 이점 될것
AI 잠재력-리스크 사이 균형 유지를”

“인공지능(AI)이 생산성 증가를 가져오더라도 새로운 일자리들이 창출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 그 사이에는 고용이 악영향을 받고, 많은 나라에서 고용에 기반한 세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로, 정보 비대칭성 연구의 세계적 석학인 마이클 스펜스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명예교수 겸 명예원장(83)이 20일(현지 시간) 동아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AI가 가져올 수 있는 고용 충격을 경고했다.

스펜스 교수는 13일 역대 노벨상 수상자 16명을 비롯한 세계 정상급 경제학자 및 AI 연구자 200여 명과 함께 ‘우리는 지금 행동해야 한다(We Must Act Now)’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해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석학들은 공동성명에서 AI가 인류의 생활 수준을 크게 높일 수 있지만 일자리 대체와 같은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스펜스 교수도 AI가 촉발한 생산성 향상이 곧바로 고용 기회나 경제 호황으로 이어지진 않을 거라고 전망한 것이다.

● 학계, 산업계, 정치권 함께 AI 안전장치 고민해야

그는 AI와 관련해 가장 주목해야 하며 동시에 우려되는 점으로 ‘속도’를 꼽았다. 자신이 공동성명에 동참한 핵심 이유로도 AI의 발전 속도를 언급했다.

스펜스 교수는 “AI 모델의 적용 범위와 성능이 가파른 속도로 성장하는 반면 이에 대한 (우리 사회의) 적응 과정은 심각하게 뒤처져 있다”고 밝혔다. 이어 “AI 기술은 경제와 과학, 기업과 금융, 심지어는 전쟁에서까지 대대적으로 때론 파괴적인 방식으로 변화를 가져올 거라고 믿는다”며 “이를 피할 방법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나와 선언문에 동참한 이들은 이를 그냥 앉아서 지켜보는 대신에 전 세계 기술 리더와 정치인, 정책 입안자, 과학자, 경제학자들에게 대규모 협력을 요청해야 한다고 봤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학계와 산업계, 정치권이 합심해 AI의 파급력에 대응할 안전장치를 선제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스펜스 교수는 “이상적인 AI 거버넌스 모델이 어떤 모습일지는 나 역시 단정할 수 없다”며 “이번 공동성명은 이 거버넌스를 어떻게 구축할지 함께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기술, 비즈니스, 정책 분야 전반의 참여를 촉구하는 일종의 호소”라고 설명했다.

그는 AI발 혁명 속에서 세계 경제가 연착륙하기 위해선 “지나친 자동화를 피하고 ‘기계와 인간의 협업’ 모델에 집중하는 게 부분적인 해답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바람직한 방향이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는 수많은 시행착오(detours)를 겪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 “반도체 강국 韓은 AI 시대에도 유리”

스펜스 교수는 정보 비대칭 시장의 메커니즘을 ‘신호 이론(Signaling)’으로 규명해 2001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그는 “현재의 AI 생태계에선 디지털 데이터 정보가 광범위하게 산재해 있어 시장에서 ‘정보 비대칭’은 우려되지 않는다”면서도 “진짜 문제는 미국과 중국의 소수 기업에 첨단 기술과 인적 자본, 컴퓨팅 인프라가 고도로 집중돼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 기업이 시장과 정책에 미치는 과도한 영향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것.

그는 “결국 앞으로 핵심 문제는 AI 기술과 같은 무형의 자원(intangible assets)을 누가 소유하고 있으며, 누가 그 과실을 가져가느냐가 될 것”이라고 짚었다.

글로벌 AI 격변 속에서 한국의 입지와 방향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스펜스 교수는 “한국은 세계 경제에서 2나노미터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두 곳 중 하나”라며 “기술과 과학을 비롯한 모든 측면에서 매우 선진화된 국가이고, 그런 점에서 매우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평가했다. 또 “고령화, 저출생, 부양비 상승, 노동력 감소와 이에 따른 재정 불균형을 겪고 있는 국가에는 AI 발전에 따른 생산성 급증이 막대한 이점이 될 것”이라며 “AI와 첨단 로보틱스를 통해 경제 전반에서 생산성 향상을 이루고 여러 산업 부문의 수요를 훨씬 쉽게 충족할 수 있게 되면서 점점 더 디지털 자본 집약적인 구조로 진화해 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스펜스 교수는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 흐름을 전망한 스테디셀러 ‘넥스트 컨버전스’에서도 한국 경제의 성장 과정을 조명한 바 있다. 한국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묻자 “AI로 인한 신기술이 가져올 양면성, 즉 의료와 과학, 경제 분야 등에서 갖는 긍정적인 잠재력과 파괴적 리스크 및 부작용 사이에서 균형 잡힌 시각을 유지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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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곽도영 특파원 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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