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오송참사 담당한 현직검사
오송참사 3주기 앞두고 작심비판글
“이태원 당시 타기관에만 수사칼끝
대형 안전사고 수사 독점은 안될 말”
이태원 참사와 오송 지하차도 참사를 수사했던 현직 부장검사가 경찰의 초동 대응 부실과 책임 회피, 사건 은폐와 같은 문제가 이번 ‘장윤기 사건’에서도 반복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검찰의 보완수사는 수사기관의 권한이 아니라 범죄 피해자가 국가에 요구할 수 있는 ‘국민의 권리’라고 강조했다.
최정민 부장검사는 15일 오전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오송 지하차도 참사 3주기를 맞으며-112의 침묵, 그리고 보완수사라는 최후의 보루’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최 부장검사는 오송참사 3주기를 하루 앞두고 고민 끝에 글을 올린다고 밝혔다. 그는 오송 지하차도 참사 수사본부와 이태원 참사 수사팀 등에 파견돼 대형 안전사고 수사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
“장윤기 사건 보며 이태원 참사 당시 떠올라”
최 부장검사는 장윤기 사건의 초동수사 과정에서 경찰관들이 사건 관계자에게 수사 정보를 알려주거나 증거 확보에 소극적이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고 지적했다. 그 “경찰 지휘부도 유착과 은폐를 더 이상 숨길 수 없다고 판단했는지 경찰청장 대행이 해외 출장 도중 급거 귀국해 대국민 사과까지 하며 ‘조직의 명운을 건’ 수사를 지시했다”면서 “저는 이 장면에서 이태원 참사 당시 대국민 사과를 했던 경찰청장의 모습이 강하게 겹쳐 보였다”고 밝혔다.
최 부장검사는 이태원 참사 수사기록에서 당시 경찰 최고위직 간부가 수신한 문자메시지 한 줄이 충격적으로 다가왔다고 했다. 그가 확보한 문자메시지에는 “지자체 관리권자, 주최자 등 구청장급 이상에 안전책임을 귀책시켜 초기에 가닥을 명쾌히 가져가셔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고 전했다.
최 부장검사는 “문자 직후 경찰청 대변인실은 타 기관을 상대로 수사하겠다고 발표했다”며 “그러나 광복 이후 처음으로 112 신고 녹취록을 공개한 경찰청장이 파출소 경찰관의 실수 하나 때문에 수사도 하기 전에 대국민 사과부터 한 것은 아니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당시 경찰이 방대한 규모의 특별수사본부를 꾸렸지만 “경찰의 112 부실 대응을 파헤친 흔적은 찾아보기 어려웠다”며 “수사의 칼끝은 행정안전부와 서울시, 용산구, 소방 등 다른 기관을 향했다”고 주장했다.
“경찰 축제 동원 없애자 한 달 뒤 이태원 참사”
최 부장검사는 이태원 참사 한 달 전인 2022년 9월 열린 전국 경찰지휘부 워크숍도 언급했다. 그는 당시 경찰청장이 “국민안전이라는 명분 아래 경찰에게 모든 업무가 떠맡겨지거나 경찰 본연의 역할과 무관한 정책이 시행돼 현장의 과도한 업무 부담이 초래되고 있다”며 이른바 ‘경찰만능주의’를 극복해야 한다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후 지역 축제에 경찰이 동원되는 관행을 없애고 민간 경비업체가 경비 업무를 담당하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방안이 검토됐다”고 했다.
최 부장검사는 “경찰법이 정의하고 있는 경찰의 첫 번째 임무는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의 보호”라며 “국민의 안전을 지켜야 하는 경찰이 어느 순간 안전을 주 업무에서 제외하고 수익자가 안전 비용을 부담하라며 경찰만능주의 극복을 공개적으로 천명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태원 참사가 터졌다”고 했다. 이어 “결국 경찰은 국민적 비난의 화살이 몰려오자 그 책임을 피하고자 ‘구청장급 이상의 다른 기관 책임자에게 잘못을 돌려야 경찰이 산다’며 경찰 스스로에 대한 수사는 방기했던 것”이라고 했다.
“오송참사에서도 반복된 112의 침묵”
최 부장검사는 이태원 참사 이후 오송 지하차도 참사 수사에 참여하면서 경찰의 112 대응 과정에서 유사한 문제가 반복됐다고 밝혔다. 2022년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검찰은 대형 참사 사건을 직접 수사할 수 없어 경찰이 송치한 사건에 대해 보완수사만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오송 참사에서는 경찰이 국무총리에게 허위 보고한 사실이 드러나 국무조정실이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검찰이 대형 참사 사건의 초동수사를 맡게 됐다는 것이 최 부장검사의 설명이다.
그는 “오송 참사 직전 강둑이 무너질 것 같다는 다급한 112 신고가 두 차례나 있었다”며 “일선 현장뿐 아니라 호우주의보와 호우경보가 순차적으로 발효된 비상 상황에서 경찰 대기인력을 증원하고 재난상황실을 가동해야 했음에도 이를 방기했다”고 했다.
최 부장검사는 참사 발생 후 책임을 은폐하기 위해 공문서를 조작하고 하급자에게 책임을 전가한 고위 경찰관들의 책임을 규명하려 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태원 참사 당시 전국 경찰청의 112 신고체계를 총괄했던 고위 경찰관이 9개월 뒤 발생한 오송 지하차도 참사 때도 같은 직책에 있었다고 지적했다.
최 부장검사는 “경찰관에게 이태원 참사 전 현장 인근에서 많은 전화 통화가 이뤄졌다는 보도와 달리 사고 전 112 신고가 11건뿐이었다는 경찰 발표의 근거를 물었다”면서 “경찰관은 사실 단 한 건도 현장에 출동하지 못했다고 답변하면서 일선에서 허위로 출동했다고 입력해 놓은 기재대로 발표한 것일 뿐, 본청 차원에서 조작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고 했다.
최 부장검사는 “국민의 안전 보장을 주 임무로 하는 경찰이 112 대응의 치명적 과오를 저지르고도 그 과오를 스스로 ‘셀프 수사’한 것은 진실을 덮는 가림막일 뿐이었다”고 비판했다.
“장윤기·이태원·오송, 책임 회피 구조 닮아”
최 부장검사는 장윤기 사건과 이태원·오송 참사의 공통점으로 초동수사 부실과 내부 유착 의혹, 책임 은폐 및 다른 기관으로의 책임 전가를 꼽았다. 그는 “어느 기관도 외부의 개입 없이 자신의 잘못을 스스로 밝히고 온전히 책임지는 경우는 없다”며 “국민의 안전 보장을 주 임무로 하는 경찰이 112 대응의 치명적 과오를 저지르고도 그 과오를 스스로 수사하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검찰이 법원을 통해 압수수색을 하려는 찰나 다급하게 영장도 없는 긴급체포로 자기 직원을 데려간 조직의 명운을 지키려는 경찰 지휘부의 행태가 이를 방증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검찰이 장윤기 사건 기록을 살펴본 뒤 경찰의 유착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경찰청 본청에서 30명 가까운 수사팀을 광주로 내려보내 검찰 수사를 방해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면서 “경찰이 경찰 스스로의 과오를 수사한 내용을 다른 기관이 다시 한번 검증하고 살펴볼 수 있어야 우리나라의 안전과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더욱 안전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형 안전사고 수사 독점해선 안돼…보완수사는 국민 권리”
최 부장검사는 대형 안전사고 수사를 경찰이 독점하도록 하는 것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하인리히 법칙’에 따르면 대형 안전사고가 발생하기 전에는 수백 번의 징후가 선행한다”며 “국민들은 가장 위급한 순간 112와 119에 의지하지만 해방 이후 지난 70여 년간 112 신고체계의 과오에 대해 제대로 된 수사가 이뤄진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경찰이 경찰 스스로의 과오를 수사하면 제 살 깎아 먹기이거나 사각지대로 방치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최 부장검사는 출범이 추진되는 중대범죄수사청의 수사 대상에서도 대형 안전사고가 제외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그는 “대형 안전사고를 재난 실패의 당사자인 경찰만 독점 수사하게 두는 것은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담보로 하는 위험한 도박”이라고 했다.
이어 “검찰의 보완수사권은 조직을 지키기 위한 제도가 아닌 국민의 ‘권리’”라면서 “경찰이 초동수사를 잘못하지 않았는지, 법정에서 유죄를 이끌어내기에 부족하지 않은지 법률전문가의 눈으로 꼼꼼히 보완해 범죄자가 온당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다시 한번 살펴봐 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국민의 권리”라고 했다.
그는 “일선 수사경찰은 과중한 업무 속에서도 증거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법원에서 유죄를 선고할 정도로 증거가 충분하지 않은 사건이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억울한 피해자들의 구제 통로를 막고 국가의 안전망을 뿌리째 훼손해서는 안 된다”며 “장윤기 사건에서 드러난 경찰 유착 의혹과 이태원·오송 참사에서 나타난 경찰의 수사 행태를 고려하면 수사기관 간 견제와 균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 부장검사는 “장윤기 사건과 같은 참담한 유착이, 이태원 참사와 오송 지하차도 참사와 같은 비극이 우리 아이들의 미래에 다시는 반복되지 않게 해야 한다”며 “수사기관 간 견제와 균형이라는 원칙을 지키며 억울한 눈물을 닦아주는 일이 우리가 온갖 욕을 먹으면서도 이 자리에 있는 이유”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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