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유령법인 차려 허위 배당금까지… 리베이트 처분 의료인 1년새 10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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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상반기 리베이트 확정 의료인 96명
작년 9명서 10배↑… 특별단속 영향
유령법인 세워 허위 급여·카드 지급
“불투명한 유통구조 바로잡아야”

리베이트 수수로 행정처분을 받은 의사 등 의료인이 올 상반기(1~6월)에만 96명으로, 지난해보다 10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유령회사를 세워 허위 배당금을 지급하거나 가족 명의로 법인카드를 사용하는 등 수법이 한층 교묘해지고 있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종태 더불어민주당 의원. 장종태 의원실 제공

장종태 더불어민주당 의원. 장종태 의원실 제공
2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장종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리베이트 수수자에 대한 행정처분 현황’에 따르면 올 상반기 사법처리 결과 리베이트 수수가 확정돼 경고·자격정지·면허취소 처분을 받은 의료인은 96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9명)보다 10배 넘게 늘었다. 2020년 68명, 2021년 53명, 2022년 29명, 2023년 9명으로 감소세를 보이다 올해 급증한 것이다.

이는 이재명 정부가 의약품 리베이트를 3대 부패 비리로 규정하고 특별 단속에 나선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경찰청은 올 7월부터 이달까지 ‘사회적 신뢰 회복 및 국민통합을 위한 부패·비리 특별단속’을 실시 중이다.

의약품 리베이트는 제약사가 자사 의약품 처방이나 구매를 유도하기 위해 의료인에게 금전적 이익을 제공하는 행위다. 과거에는 식대, 강의료, 상품권 제공이 일반적이었지만, 최근에는 자금 흐름을 숨기기 위한 복잡한 구조가 등장했다.

서울서부지검 식품의약범죄조사부는 지난 8월, 유령법인을 통해 의약품을 공급하고 해당 법인 지분을 의료인에게 넘긴 뒤 배당금과 법인카드 명목으로 약 50억 원의 리베이트를 주고받은 혐의로 도매업체 대표와 대학병원 이사장 등을 불구속 기소했다. 대표는 이사장의 가족을 유령법인 직원으로 허위 등재해 급여를 지급한 혐의도 받고 있다.

서부지검 관계자는 “전통적 현금·상품권 리베이트를 넘어, 대형 경제범죄에서나 볼 법한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개원의는 “최근엔 내부 고발 우려로 제약사 본사 대신 개별 영업사원이 개인사업자 형태로 병의원에 무료 세무·노무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 늘었다”고 전했다.

의약품 불법 리베이트를 없애기 위해 불법 리베이트를 주고받으면 모두 처벌 대상이 되는 ‘쌍벌제’가 시행된 지 9년째이지만, 업계 리베이트는 여전해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적발 우려가 커지면서 더 은밀한 방식으로 리베이트가 진화했다”고 전하기도.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부 교수는 “제약·유통의 불투명한 마진 구조를 바로잡고 가격 경쟁을 촉진할 수 있는 근본적인 제도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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