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권 비관료 출신 80여명
대선前 휴가내고 출근 안해”
안보실 등 업무량 폭증 호소
과로 공무원 쓰러져 병원行
“한두달 신분 유지 관례” 반박
신·구정권 알력 다툼 시각도
이재명 정부 대통령실이 12일 아직 남아있는 윤석열 정부 출신 ‘어공’들을 대상으로 사실상 ‘강제 해고’ 절차에 들어갔다. 대통령실은 신속한 인력 충원을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전 정권 직원들은 “관례를 무시한 처사”라고 반발하고 있어 신·구 정권 간 기싸움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이날 매일경제 취재에 따르면 대통령실 총무인사팀은 전 정부 출신 별정직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돌린 단체 문자에서 “13일 또는 16일 의원면직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기존 제출된 사직원을 활용할 예정으로 동의 문자를 회신해달라”고 요청했다.
총무인사팀은 그러면서 “이번 의원면직에 동의하지 않으면 6월 중순 직권면직심사위원회를 개최한 뒤 직권면직 절차로 진행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의원면직’은 본인의 청원에 따라 사직하는 것이고, ‘직권면직’은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면직 처분하는 것을 의미한다. 사실상 이달 중순까지 전 정부 출신 직원을 모두 정리하겠다는 통보인 셈이다.
대통령실은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상당수 어공이 휴가를 내고 출근을 하지 않고 있어 인력난이 가중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공은 ‘어쩌다 공무원’의 준말로 정당 등에서 넘어온 비관료 출신 근무 인력을 일컫는다. 정부 부처에서 파견 온 관료 출신 직원들은 ‘늘공(늘 공무원)’으로 불린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윤석열 정부 출신 ‘어공’ 직원 80여 명이 출근하지 않고 있다”며 “이 때문에 나머지 직원들의 업무량이 폭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지어 이들이 ‘알박기’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말까지 나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업무를 안하는 상황에서 월급은 받아가고 있다”며 “출근도 하지 않고 있어 빨리 정리할 필요가 있는데 사직할 의사도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실제로 대통령실 직원들은 폭증하는 업무량으로 과로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11일 오후 9시께 대통령실 40대 직원 A씨가 근무 중 쓰러져 병원에 옮겨졌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날 밤 병원을 찾아가 병문안을 했다. 이 대통령도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맡은 일은 걱정 말고 건강 회복에만 집중해줬으면 한다”고 위로했다.
특히 국가안보실 직원들은 대선이 끝난지 2주 만에 대통령의 주요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이란 중요 일정을 앞두고 있어 밤을 세워가며 근무하는 상황이다. 12일 점심을 마치고 사무실로 복귀하던 위성락 안보실장은 눈에 실핏줄이 터진 모습이 기자들에게 목격되기도 했다.
반면 윤석열 정부 출신 직원들은 정권이 교체돼도 당분간 자리를 유지하는 건 ‘관례’라는 입장이다. 늘공과 달리 어공은 대통령실을 떠나면 실직자 신세가 되는 경우가 많기에 1~2달의 유예기간을 둬서 재취직을 하도록 배려하는 게 전통이란 것이다.
전 정권 출신 대통령실 직원은 “지난 2022년 윤석열 정부가 첫 출범했을 때도 문재인 정부 어공들을 몇 달 간 그대로 뒀고, 그 기간 우리는 무급으로 일했다”며 “우리도 그 기간 동안 못 받았던 월급을 지금 밀려서 받는 것이지 ‘알박기’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다른 전 직원은 대통령실 단체 문자에 대해 “관례를 무시하고 사실상 ‘제 발로 나갈래, 아니면 강제로 나갈래’라고 통보한 것”이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사직하지 않은 어공이 80여 명에 달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12·3 비상계엄 전 최대 인원이 그 정도”이라며 “지금은 많아봐야 20~30명 수준일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상휘 국민의힘 미디어특별위원장은 이날 성명에서 “윤석열 정부 출범 당시 사직하지 않은 문재인 정부 어공의 수가 약 150~180명”이라며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 어공들에 약 50일간 신분을 유지시켜 줬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신들의 무능력을 애먼 윤석열 정부 어공들에게 돌리지 말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윤석열 정부 관계자가 최근 근무 기간을 협의하기 위해 접촉했으나 대통령실에선 “우리가 알아서 하겠다”며 논의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구 정권은 앞서 늘공 복귀, 사무기기 폐기 논란 등으로 언쟁을 벌인 바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4일 대통령실이 텅 비어 “꼭 무덤 같다. 아무도 없다. 컴퓨터도 없고, 프린터도 없고 황당무계하다”며 정부 부처로 돌아갔던 늘공들에게 복귀를 지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