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자필 아닌 ‘디지털 유언장’도 인정… 68년만에 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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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이달 관련법 개정 논의 착수
‘유언장 공적 보관소’ 마련도 추진

스마트폰이나 PC로 작성한 ‘디지털 유언장’의 효력을 인정하고 공공기관이 유언장을 보관해 주는 방안이 정부 자문기구에서 논의된다. 60대 이상 고령층의 자산인 ‘시니어 머니’가 지난해 4600조 원에 달하는 등 부의 이전 규모는 커지고 있지만 관련 법령은 수기(手記) 등 아날로그 유언장만 인정하는 등 68년 전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10일 법무부 가족법 특별위원회(위원장 윤진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유언 관련 법제의 개정을 위한 논의를 이달 중 착수한다고 밝혔다. 특별위원회는 저출생 고령화와 1인 가구의 증가 등 시대 변화에 부응하는 관련 법 개정을 논의하기 위해 2023년 10월 출범했는데, 유언 법제를 손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특별위원회는 디지털 기기로 작성한 유언장의 효력도 인정하는 등 형식 요건을 완화하는 방안을 논의 테이블에 올릴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민법의 유언장 관련 조항은 1958년 제정 이래 그대로여서 자필로 쓰지 않았거나 이름·날짜·주소 중 하나라도 포함하지 않으면 무효가 되는 등 고인의 명확한 의사보다 형식을 우선시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또 유언장을 등록해 보관하는 ‘공적 보관소’를 마련하는 방안도 논의된다. 유언장을 공증인과 함께 적법하게 작성해도 유족이 그 존재나 내용을 몰라 고인의 뜻이 전달되지 않는 부작용 등을 막기 위해서다. 양종관 대한공증인협회 공보이사는 “상속인이 고인의 금융재산을 조회할 수 있는 것처럼 유언장의 소재 등을 파악할 수 있는 공적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단독]유언장 못찾는 일 없게… 등록-검색 가능한 ‘공적 보관소’ 논의

日도 ‘디지털 유언장’ 도입 추진
복잡한 장애인 유언 요건 완화 방침

2024년 사망한 김철수(가명) 씨는 생전 가족에게 “유언장을 미리 작성해 재산을 둘러싼 다툼이 없게 하겠다”고 말해 왔다. 그는 실제로 공증사무소에서 증인을 대동해 공증인과 함께 유언장을 작성했다. 그런데 김 씨가 숨진 후 유족은 유언장의 행방을 찾을 수 없었다. 적법한 유언장이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소재를 몰라 고인의 유지를 받들지 못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유족은 두 달간 김 씨의 계좌 명세를 일일이 뒤진 끝에 유언장이 보관된 공증사무소를 간신히 찾을 수 있었다.

● 유언장 유실 막을 ‘공적 플랫폼’ 논의

법무부 자문기구인 가족법 특별위원회가 이런 혼란을 막기 위해 유언 관련 법제 개정 방안을 이달부터 논의하는 것으로 10일 확인됐다. 유언장이 유실돼 고인의 유지가 유족에게 전달되지 않거나, 사소한 형식상 실수 때문에 유언 전체가 통째로 무효가 되는 현행 법령의 부작용을 해소하는 게 핵심이다. 고령화의 속도가 빨라지는 상황에 따라 유언법제변호사모임 등 관련 단체는 유언 관련 법 개선을 꾸준히 요구해 왔고, 정부 자문기구도 법 개정 논의에 본격 착수한 것.

현행 민법상 법률 전문가를 대동하는 ‘공증 유언’의 경우 일반적인 ‘자필 유언’보다 법적 효력이 확실하고 위조 논쟁에서도 비교적 자유롭다. 문제는 공증 유언의 원본이 통상 공증사무소에 보관되는데, 유언자가 이를 알리지 않고 떠나면 그 존재조차 모른 채 상속 절차가 마무리될 위험이 있다는 점이다. 상속 전문 조웅규 변호사는 “현재로선 공증 유언을 작성해도 유족이 찾지 못하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따라 특별위원회는 공증 유언을 등록하고 검색할 수 있는 ‘공적 플랫폼’을 도입하는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현재 금융감독원이 제공하는 ‘상속인 금융거래 조회 서비스’의 경우 상속인이 신청하면 고인의 채권과 채무 등 각종 금융정보를 제공하는데, 유언에도 이런 시스템을 도입하자는 것이다.

또 특별위원회는 공증을 거치지 않고 홀로 작성한 유언장 역시 공적 보관소에 등록하고 보관하는 방안도 논의할 예정이다. 유언자가 신뢰할 수 있는 공공기관에 유언장을 보관하면 사후 위조 시비를 줄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

● “스마트폰·동영상 유언도 인정해야”

시대 변화에 발맞춰 PC나 스마트폰 등으로 작성한 디지털 유언장의 효력을 인정하는 방안도 논의된다. 특별위원회는 최근 디지털 유언장 도입을 추진 중인 일본 등의 사례를 참고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초 각료회의를 통해 유언장을 디지털 방식으로 작성하고 공적 클라우드에 보관하는 민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기로 확정했다. 대면이나 화상 등으로 유언 내용을 담당 직원에게 확인시켜 도용 우려를 방지하는 방식이다.

특별위원회는 자필 유언의 엄격한 구성 요건을 완화하는 것도 논의한다. 현행 민법상 자필 유언은 본문뿐 아니라 이름과 주소, 작성 날짜를 전부 수기로 작성해야 효력이 인정된다. 이는 위조를 막으려는 조치라곤 해도 지나치게 형식에 매몰돼 오히려 고인의 명확한 뜻이 ‘종잇조각’으로 전락하는 사례를 양산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장애인 유언자를 위한 규정도 논의할 계획이다. 현재 공증 유언은 증인이 참여한 가운데 공증인에게 말로 유산 분배 등을 명확히 말해야 하는 등 인정 요건이 까다롭다. 중증 장애인 등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이들의 상황을 고려해 이를 완화하자는 것이다. 상속 전문 이양원 변호사는 “스마트폰 등 첨단 기기가 등장하고 있는 것을 고려해 동영상 유언도 명문화해 변화한 시대상을 반영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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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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