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전공의 대표 3인 “정책 결정과정 참여-환경 개선땐 수련 재개”

4 hours ago 2

서울대-서울아산-세브란스 대표 인터뷰
“새정부와 의정갈등 종식 대화 필요… 중립적 입장서 전문가 의견 존중을
증원 백지화 등 고수할 생각 없어… 의료개혁 공론화위 참여 긍정적
복귀는 자유, 인위적 단일대오 안돼… 현 집행부 대체할 새 인물 나서야”

《서울대-서울아산-세브란스 전공의 대표 “양질 환경 조성땐 수련 재개”

지난해 2월 의정 갈등이 발생한 뒤 1년 4개월 만에 처음으로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등 주요 수련병원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여 ‘조건부 수련 재개’ 의사를 밝혔다. 이들은 의료 정책 결정 과정에서 전공의 뜻 반영과 양질의 수련 환경 조성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전공의 상급 단체 대표를 향해선 “우리 의견을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와 정치권에 협상 테이블을 마련해 달라고 촉구했다.》


22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주요 수련병원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대표 3명이 병원 복귀 등과 관련해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22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주요 수련병원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대표 3명이 병원 복귀 등과 관련해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새로운 정부가 들어섰고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대화를 시도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의료 정상화를 전제로 대화해야 합니다. 이제 의정 갈등을 하루빨리 종식해야 합니다.”

김동건 서울대병원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대표와 한성존 서울아산병원 전공의 대표, 김은식 세브란스병원 전공의 대표는 22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상당수 전공의가 지난해 2월 의대 증원에 반발해 수련병원을 떠난 가운데, 주요 종합병원 전공의 대표가 공개적으로 대화를 제안하며 조건부 수련 재개 의사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동건 대표는 “(의정 갈등) 1년 5개월이라는 시간 자체는 전공의, 의료계, 국민 모두에게 소모적이었다”며 “정부는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요구하지만 저희 스스로도 충분히 대화하고 협상 테이블에 앉을 의지가 충분하다는 것을 표명하고 싶다”고 밝혔다. 정부를 향해선 의료정책 결정 과정에서 전공의 의사를 반영해 달라는 것과 양질의 수련 환경을 조성해 달라는 것을 수련 재개 조건으로 내걸었다.

● 정책 결정에 참여하고 수련 환경 개선 희망

전공의 대표 3명은 수련병원 복귀 조건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한성존 대표는 의료계 정책 결정과 관련해서 “의료인력 추계 위원회처럼 (의료계) 전문가들이 참여해 정책을 결정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며 “위원회에 참여하는 (의료계 인사) 숫자와 비율보다는 ‘정부가 중립적인 입장에서 전문가의 의견을 존중해 의료계 의사를 반영할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은식 대표는 “전공의 근무 시간을 줄이는 것은 수련의 질을 향상하는 핵심으로 볼 수 없다”며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수련병원 전문의 채용 확대, 수련과 관계없는 업무를 거부할 제도적 장치 등이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전공의들은 병원을 떠난 뒤 의대 2000명 증원 백지화 등 이른바 ‘7대 요구안’을 복귀 조건으로 제시했다. 한 대표는 “현 시점에서 7대 요구안을 고수할 의향은 없다”며 “(수련병원 이탈) 선택이 명령, 강요로 한 것은 아니다. 근본적인 원인이 해결되면 (떠난) 전공의들을 설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공의 대표 3명은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시절 공약했던 ‘국민참여형 의료개혁 공론화위원회’에 참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의료개혁 공론화위는 이르면 다음 달 출범할 예정이다. 김은식 대표는 “정책 결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국정을 운영하는 대통령실 의중이기 때문에 (대통령실) 관계자가 참여하면 좋겠다”고 말했고 한 대표도 “책임 있는 사람과 대화해야 한다”고 했다.● “전공의 상급단체 대표 소통 부재… 대변 못 해”

의정 갈등 이후 전공의 복귀 문제는 상급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가 총괄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전공의들은 박단 대전협 비대위원장 등 현 집행부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한 대표는 “남의 의견을 대변하려면 소통을 많이 해야 한다. 그런데 소통 부재가 좀 있었다”며 “고착화되다 보니 불만들이 다양한 목소리로 표현됐다”고 말했다. 김은식 대표는 “(박 위원장이) 충분한 소통과 협의 없이 본인 의견 위주로 행보를 이어 나가고 있다”며 “전공의 의견을 충분히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인물이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사직한 전공의 200여 명은 서울시의사회에 올해 9월 수련병원에 복귀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전공의 대표 3명은 “단일 대오를 인위적으로 유지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무엇을 믿고 같이 가느냐의 문제인데, 그렇게 되지 않으면 돌아가는 것이다. 복귀는 개인 자유”라고 했다.

김동건 대표는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레지던트 3년 차를 마치고 사직한 뒤, 현재는 한 종합병원 당직 의사로 근무하고 있다. 한 대표는 서울아산병원 성형외과 레지던트 3년 차에서 수련을 중단했고 지금은 성형외과의원에 재직 중이다. 김은식 대표는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레지던트 2년 차 때 수련병원을 떠나 현재 종합병원 소아청소년과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들은 수련하던 병원을 사직한 뒤로도 다니던 병원의 사직 전공의 의견을 수렴하는 등 각 병원 전공의협의회 대표 역할을 여전히 맡고 있다.

동아일보 단독 >

이런 구독물도 추천합니다!

  • 오늘과 내일

    오늘과 내일

  • Tech&

    Tech&

  • 정치를 부탁해

    정치를 부탁해

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