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한 세금, 어떻게 바로잡아야 할까요? [이창의 유용한 세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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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한 세금, 어떻게 바로잡아야 할까요? [이창의 유용한 세금 이야기]

납세자가 억울하게 세금을 많이 내게 된 경우에 어떻게 바로잡을 수 있을까요. 이번에는 세법상 불복 제도에 대해 개관하고자 합니다.

대표적인 세금인 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의 경우 세법에서 납세자에게 일정 시기에 과세표준을 신고할 의무를 지우고 있습니다. 종합소득세의 경우 다음 해 5월 말까지 과세 대상이 되는 소득금액, 즉 과세표준과 세액을 납세자가 신고해야 합니다. 물론 신고 기한까지 세액을 납부해야 할 의무도 규정되어 있습니다.

세금을 '과소' 신고하는 경우

세법에 따라 납세자가 과세표준과 세액을 신고하면, 세법은 그 신고로 인해서 해당 세액을 납부할 법적 의무가 발생한다고 규정합니다. 국가와 개인 간 돈에 대해 권리의무관계가 생기는 것입니다. 개인과 개인 사이 합의, 즉 계약에 따라 권리의무관계가 발생하는 경우는 흔합니다. 다만 국가와 개인 사이에서는 사적 합의가 아닌 철저한 법률 규정에 의해 권리의무관계가 생깁니다.

국가 입장에서는 이러한 법적 권리에 의하여 납세자로부터 돈을 받으므로 그 받은 바 세금은 부당이득이 아닙니다. 오히려 납세자가 납부 기한까지 납부하지 않으면 의무 불이행이므로 가산세까지 추가로 부과됩니다. 아울러 국세징수법에 따라서 재산에 대한 압류와 공매 등 체납처분을 당하게 됩니다.

만약 납세자가 과세표준이나 세액을 정당한 금액보다 적게 신고할 경우(과소신고) 어떻게 될까요. 일단 세법에 따라서 신고한 만큼만 납세의무가 발생하고, 당장은 추가로 세금을 내야 할 법적 의무는 없습니다. 하지만 국가가 어떤 경위에 의해서든 사후에 납세자의 과소신고 사실을 알게 될 수 있습니다. 대개 세무조사를 통해서 이런 사실을 파악하게 됩니다.

그러면 관할 세무서장이 세법에 따라 납세자를 상대로 추가로 세금을 내라는 행정처분(추가 납세의무를 지우는 과세처분)을 합니다. 그로 인해 발생한 납세자의 법적 의무에 따라 추가로 내는 세금 역시 정당한 권리의무관계에 의한 것이므로 이를 거둬들이는 국가의 입장에서 부당이득이 아닙니다. 납세자가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가산세와 압류 등 처분을 할 수도 있습니다.

세금 부과가 과할 땐 '과세전적부심사'부터

납세자가 억울하게 세금을 많이 내는 경우란 두 가지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습니다. 애초 납세자가 실제보다 많은 금액으로 잘못 신고한 경우거나, 과세관청의 과세처분으로 매겨진 세액이 과도한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먼저 후자부터 보면 세무조사 결과 과세처분이 예정될 경우, 과세관청은 과세처분 전에 과세예고통지를 합니다. 이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납세자는 과세전적부심사 청구를 할 수 있습니다. 과세전적부심사 청구를 하게 되면 원칙적으로 그 결론이 나기까지 과세처분이 미뤄집니다.

과세전적부심사는 국세 공무원뿐 아니라 외부 위원이 여럿 참여하는 위원회 위원들이 납세자와 과세 담당자 의견을 듣고 다수결에 따라 판단을 내립니다. 어느 정도 객관적인 심사가 이뤄집니다. 여기서 납세자의 주장이 받아들여져서 과세가 아예 이뤄지지 않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납세자 입장에서는 최선의 결론이지요.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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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세자는 과세전적부심사 청구를 할 수도 있고, 이를 포기할 수도 있습니다. 포기하면 곧 과세처분이 이뤄집니다. 세금을 맞지 않을 기회 하나를 왜 포기하겠냐 하는 의문이 들 수 있지만, 이유가 있습니다. 과세전적부심사 청구를 하면 과세시기가 늦춰지고, 그만큼 납부 지연 가산세 부담이 커집니다. 불복이 진행되는 동안 과세처분 없이 시간이 흘러갑니다.

과세처분이 늦어지면 당초 법정납부기한부터 실제 납부까지 적용되는 납부세액 기준 대략 연 10%가 적용돼 가산세 부담이 생깁니다. 일종의 고액의 이자 부담이지요. 납세자에 따라서 과세전적부심사 청구를 포기하는 의사표시와 함께 '신속히 과세처분을 해 세금을 낼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취지의 조기 결정 신청을 하기도 합니다. 일단 세금을 내 가산세 부담을 줄이는 것입니다.

세금, 일단 내고 보는 이유

과세전적부심사 결과 납세자의 청구가 불채택되거나, 심사청구 없이 30일이 지나 과세처분이 이뤄지면 대개 납세자는 불복 여부와 관계없이 고지된 세액(신고불성실가산세, 납부 지연 가산세 포함)을 납부합니다. 다시 말해 불복해도 일단 고지된 세액을 납부하고 다투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차피 불복할 건데 왜 세액을 납부하냐고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최종 불복에 실패할 경우를 대비해야 하는데 납부 지연 가산세 부담이 너무 큽니다. 둘째, 불복하더라도 과세처분 효력은 최종 취소되기 전까지는 그대로 유지됩니다. 고지 세액을 납부하지 않으면 국가는 곧장 납세자의 재산을 압류할 수 있습니다. 불복 진행 중에는 압류 재산을 강제로 제삼자에게 팔아 돈으로 바꾸지는 못하지만, 압류까지는 가능합니다. 재산권 행사에 제약이 현실화하므로 이를 막을 필요가 있습니다.

셋째, 상대가 국가이므로 나중에 불복을 통해 과세처분의 취소가 확정되는 경우 납부세액을 되돌려받지 못할 염려가 없기도 합니다. 국가는 반드시 취소된 처분에 관하여 납부된 세액을 돌려주면서 국가가 세금을 받아준 기간에 이자 조로 환급가산금(그때그때 바뀌나 현재는 대략 연 3% 남짓)까지 붙여서 줍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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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세 불복 소송은 어떻게

과세처분이 이뤄지면, 부과 고지서를 받은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불복 청구를 해야 합니다. 곧장 법원에 과세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행정소송을 할 수 있을까요. 아닙니다. 일반 행정처분과 달리 과세처분의 경우에는 반드시 행정소송의 전 단계로서 행정심판을 거치도록 하고 있으며, 이러한 전심절차를 거치지 않고서 행정소송을 제기하면 그 소는 부적법한 소로서 각하됩니다.

과세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전심절차는 크게 3가지 경로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국세를 기준으로 국세청장에 대한 심판청구, 조세심판원장에 대한 심판청구, 감사원의 심사청구입니다. 이 셋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합니다(국세청장에 대한 심판청구의 경우 그 전 단계에서 세무서장 혹은 지방국세청장에 대한 이의신청절차를 한 번 더 거칠 수도 있습니다).

전심절차는 과세처분을 취소하는 결정, 즉 납세자의 청구 인용 결정이 내려지면 결정의 기속력에 의해 과세처분은 취소되고 불복절차가 진행되지 않습니다. 반면, 납세자의 청구가 불채택(기각)되면 납세자는 기각결정문을 받은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행정법원(혹은 지방법원)에 과세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이때 제1심법원의 재판이 시작됩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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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심절차의 결정과는 달리, 제1심법원의 판결에 대하여는 패소한 쪽이 납세자(원고)이든, 과세관청(피고)이든 불복할 수 있습니다. 패소한 당사자의 불복에 따라 고등법원단계를 거쳐 최종적으로는 대법원의 판단을 받을 수 있습니다.

납세자가 과세표준 신고를 과다하게 해서 세금을 많이 낸 경우는 어떻게 구제를 받을 수 있을까요? 일단 세법에 따른 신고는 그 자체로 납세의무를 발생시키는 효력이 있습니다. 납세의무 내용을 바꾸지 않고서 국가가 받은 세금을 돌려달라고 요구할 수는 없습니다. 먼저 이미 성립된 납세의무의 효력을 변경해 달라는 청구해야 합니다. 이것을 (감액) 경정청구라고 합니다.

법정 신고 기한까지 과세표준 신고서를 제출한 납세자는 그 기한으로부터 5년 이내에 관할세무서장에게 감액 경정청구를 할 수 있습니다. 세무서장은 경정청구가 들어오면 2개월 이내에 감액 경정결정을 하고 환급이나 경정 거부처분을 해야 합니다. 거부처분이 나오면 처분이 있음을 안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전심절차부터 불복절차를 시작할 수 있고, 그 뒤로부터의 절차는 대체로 비슷합니다.


억울한 세금, 어떻게 바로잡아야 할까요? [이창의 유용한 세금 이야기]

이창 법무법인 남산 변호사 | 서울대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세법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한 후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007년 법무법인 남산에 입사 후 지금까지 조세전문변호사로 활동 중이다. 역외탈세·국제조세·법인세·종합소득세 등 수백건의 조세심판 및 소송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자문을 제공했다. 국세청 조세법률고문, 서울지방국세청 조세범칙심의위원회 위원을 역임했다. 홍익대 법과대학에서 2년간 세법·세법연습 과목을 가르쳤고, 국세청·관세청 공무원 대상으로 강의했다. 조세법연구 등 세법 분야 학술지에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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