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주력사업 부진에… 돈 안되는 ‘미래 먹거리’ 손턴다

15 hours ago 3

GS건설, 건설경기 침체 장기화에
“폐배터리 재활용 자회사 파산 검토”
롯데, 헬스케어 출범 2년만에 청산
CJ, 해외 바이오 자회사 청산 논의

고금리, 고유가, 고환율 속에 대기업들의 ‘속전속결’식 신사업 조기 철수가 잇따르고 있다. 유망 미래 먹거리로 꼽히던 이차전지와 바이오 분야마저 관련 전방산업 부진과 거시경제 악화의 직격탄을 맞으며 구조조정 1순위로 전락했다. 대규모 자본을 투입해 장기간 버티며 돌파구를 찾던 대기업의 사업 방식조차 빠른 ‘손절’과 현금 확보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GS건설은 주채권은행인 한국산업은행에 폐배터리 재활용 자회사 에너지머티리얼즈의 파산을 검토 중이라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 10월 설립된 지 불과 6년 만이라 시장에서는 이례적으로 빠른 철수라고 평가하고 있다.

에너지머티리얼즈는 수명이 다한 전기차 배터리에서 핵심 광물을 추출하는 ‘도시광산’ 사업을 영위한다. GS건설은 1000억 원 이상을 투입해 생산설비를 마련하는 등 해당 사업을 차세대 핵심 동력으로 점찍고 사업 육성에 나섰다. 사업 확대를 위해서 2023년 산업은행에서 1200억 원을 대출받았고, 산은캐피탈 등에서 10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하지만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의 수익성을 좌우하는 핵심 광물 가격이 폭락한 데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까지 겹쳐 실적이 악화했다. 재활용 가치가 낮은 중국산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가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장악한 것도 치명타였다. 이에 따라 2023년 56억 원 수준이던 적자는 2024년 281억 원으로 급증했고, 지난해에는 390억 원까지 불어났다.

대주주 GS건설의 재무 여력이 축소된 것도 예상보다 빠른 시기에 사업 철수를 검토하게 된 배경으로 거론된다. 건설 경기 악화로 자금난을 겪어온 GS건설은 수처리 전문 회사 GS이니마, 베트남 석고공장 등의 매각을 추진 중이며, GS엘리베이터 등은 이미 처분했다. 에너지머티리얼즈 역시 지난해 매각을 시도했으나 인수자를 찾지 못했다.

다만 100여 명의 임직원 처우와 9월 도래하는 산업은행 채무 변제 등이 얽혀 ‘단기 파산’도 녹록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1000억 원대 자금을 댄 기관투자가들의 대규모 손실이 확정되면 자본시장에서 GS그룹에 대한 신뢰가 무너질 수 있는 만큼 평판 리스크가 크다는 것. GS건설 측은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GS뿐 아니라 최근 주요 대기업 전반에 신사업 조기 철수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700억 원을 투자한 롯데헬스케어를 수익 모델 부재를 이유로 출범 2년 만인 2024년 청산했다. CJ그룹 역시 2022년 출범한 CJ바이오사이언스의 핵심 신약 임상을 전면 중단하고 인력을 축소했으며, 네덜란드 자회사 바타비아 바이오사이언스의 청산도 검토 중이다.

고금리, 고환율, 고유가가 장기화되며 기존 주력 사업의 실적이 나빠지자 당장 수익이 나지 않는 미래 먹거리부터 우선 정리해 재무 부담을 줄이고 있는 것. 업계에서는 반도체 지표에 가려져 겉으로 두드러지지 않았을 뿐, 이차전지와 바이오 분야의 경영난이 이미 심각한 수준이라고 풀이한다.

실제로 경기 악화에 따른 국내 기업 생태계 전반에서 파산 기업도 급속도로 늘고 있다. 대법원에 따르면 올해 1∼5월 법인 파산 신청 건수는 1060건으로, 전년 동기(922건) 대비 14.96% 늘었다. 이는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던 지난해 전체 규모(2282건)의 절반에 육박하는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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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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