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아오른 재산분할 '쩐의 전쟁'…대형로펌 '가사·상속' 전선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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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억원대 재산분할 분쟁이 속속 등장하자 대형 로펌들이 가사 업무를 확대·개편하고 있다. 공급이 적은 가사전문법관 출신 전관 변호사 영입에 사활을 거는가 하면, 금융·회계 경력을 갖춘 외부 전문가를 고문으로 맞는 식이다. 기업 지분을 쥔 오너가 2·3세와 이들의 배우자는 물론 숨겨진 고액 자산가를 고객으로 맞기 위한 로펌 간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달아오른 재산분할 '쩐의 전쟁'…대형로펌 '가사·상속' 전선 강화

◇‘가사 전관’ 영입戰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법률사무소는 지난 1일 ‘가사상속·기업승계센터’를 출범시켰다. 기존 ‘가사상속·자산관리팀’을 확대했다. 서울가정법원장 출신 김용대 변호사(사법연수원 17기)를 올해 영입해 센터장을 맡겼다.

로펌업계에서는 김앤장이 가사상속 업무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을 주목한다. 가사 분쟁 경험을 갖춘 실력파 법관 출신을 김앤장이 대거 흡수하면서다. 김앤장은 서울가정법원 부장판사를 끝으로 2월 법복을 벗은 최인화 변호사(35기·가사소년전문법관)를 즉시 영입했고, 작년에도 법원행정처 가사소년심의관 출신 정현미 변호사(35기)를 합류시켰다.

가사 출신 전관 인재를 둘러싼 경쟁도 치열하다. 법무법인 세종은 수원가정법원 안양지원장을 끝으로 3월 법원을 나선 권양희 변호사(30기)를 영입해 가사상속팀장을 맡겼다. 2014년 전문법관으로 선정된 권 변호사는 서울가정법원에서만 8년을 근무해 전문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법무법인 태평양도 2016년부터 서울가정법원에서 근무하며 전문법관이 된 정혜은 변호사(35기)를 지난달 새 식구로 맞았다.

◇자산 관리 강화에 방점

로펌들은 전통적으로 은행 업무로만 여겨지던 자산 관리 일감을 적극적으로 따내겠다는 방침이다. 유류분·상속·이혼 등 각종 소송 역량을 갖춘 데다 유언신탁, 유언, 세금 등 법률 자문이 필요한 영역이 많아 로펌이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법무법인 화우는 작년 11월 기존 WM(wealth management)팀을 자산관리센터로 확대하고 산하에 패밀리오피스 본부와 유산정리 본부를 신설했다. 하나은행 신탁센터장 경력을 갖춘 배정식 수석전문위원과 리빙트러스트 센터장을 거친 박현정 전문위원을 영입했다. 양소라 화우 변호사는 “개인 자산가는 유언대용신탁과 법인 승계, 기업은 신탁과 시니어 시장 문의가 가장 많다”며 “고객에게 맞는 신탁계약을 제공할 수 있는 신탁회사와의 연결 서비스도 제공한다”고 했다.

법무법인 바른은 자산관리그룹 산하에 도산관리·신탁·개인자산관리·개인자산승계 등 6개 팀을 뒀다. 조웅규 변호사(41기)를 중심으로 고액 자산가를 위한 EP(estate planning) 센터도 별도로 운영한다. 주요 로펌 중에서는 최초로 내부 ‘상속신탁연구회’를 꾸려 2012년부터 현재까지 약 13년간 연구를 축적하고 있다.

◇기업 경영권 분쟁 늘어

법조계에서는 작년 5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나비 관장 간 이혼 소송 항소심 결과가 로펌업계에 자극을 줬다고 봤다. 대법원 상고심이 진행 중인 이 사건은 항소심 재판부가 노 관장에게 1조3800억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해 화제가 됐다. 특히 SK 주식이 재산 분할 대상으로 인정돼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 오너들의 경영권 유지에 이혼 소송이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가사 소송은 매년 늘어나고 있다. 대법원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가사와 상속 소송은 2020년 7만7000건에서 2023년 8만5000건으로 3년 새 15% 늘었다. 주요 대기업의 상속·이혼 분쟁도 진행형이다.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등 세 모녀는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고(故) 구본무 선대 회장의 상속 재산을 두고 분쟁을 벌이고 있다.

오종한 법무법인 세종 대표변호사는 “중견기업은 2세로, 대기업은 3세로 경영권이 넘어가는 시점이다 보니 상속·이혼이 경영권 분쟁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박시온 기자 ushire90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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