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내리는 세제 개편안에 반대하는 국회 청원에 동의한 사람이 12만명을 넘겼다.
국회 전자 청원 사이트에 올라온 '대주주 양도소득세 하향 반대' 국민 동의 청원은 4일 오후 2시 기준 12만4134명이 동의했다. 지난달 30일 청원이 올라온 지 나흘 만이다. 청원 동의 기간은 오는 30일까지로 동의자는 더 증가할 수도 있다.
청원인은 "양도소득세는 대주주가 회피하기 위해 연말에 팔면 그만인 회피 가능한 법안"이라며 "그만큼 세금 회피용 물량이 나오게 되면 (주가가) 하락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가만히 놔두면 오르는 엔비디아와 국장(한국 주식시장)에서 세금을 똑같이 낸다면 누가 국장을 하느냐. 미장(미국 주식시장)이랑 국장이랑 세금이 같다면 어느 바보가 국장을 하느냐"며 "연말마다 회피 물량이 쏟아지면 코스피는 미국처럼 우상향할 수 없다. 다시 예전처럼 박스피, 테마만 남는 시장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회 국민동의청원은 100명 동의를 얻으면 '청원 요건 검토' 단계가 되고, 청원 글로 등록돼 30일 이내 5만명의 동의를 받으면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제출된다. 청원은 상임위에 회부되더라도 동의 기간이 남으면 계속 동의를 받는다.
상임위는 회부된 청원을 심사해 본회의에 올리거나 폐기할 수 있다. 국회법 제125조는 청원 심사를 위해 위원회에 청원심사소위원회를 두고, 청원이 회부된 날부터 최장 150일 이내에 심사 결과를 의장에게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앞서 기획재정부는 대주주 양도소득세 과세 기준을 종목당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는 세제개편안을 발표했다. 이를 두고 국내 투자자들은 '코스피 5000 달성'이라는 이재명 정부 기조에 역행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양도세 대주주 기준 강화 방안이 담긴 정부의 세제 개편안 발표 후 지난 1일 국내 증시는 폭락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기재부 세제개편안 조정 가능성을 내비쳤지만 당내 찬반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투자자들 반발에 김병기 원내대표는 지난 1일 페이스북에서 당내 특위를 중심으로 "10억원 대주주 기준의 상향 가능성 검토 등을 살피겠다"고 말했다. 이에 직전 정책위의장인 진성준 의원은 재검토에 반대 입장을 재차 밝혔다. 같은 당 이소영 의원을 필두로 의원 10여명은 기준 완화를 촉구하는 입장으로 맞섰다.
당내에서는 대주주 기준 재검토에 힘을 싣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이날 SBS 라디오 정치쇼에서 "시장을 이기는 정치나 행정은 없다. 시장과 개미 투자자의 염려 여론을 반영하고 의견을 수렴해 가장 적절한 결론을 도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정청래 신임 민주당 대표는 대주주 범위를 정하는 기준에 관한 공개 발언 금지령을 당내 의원들에게 내리고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정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시간 이후로 이 문제는 비공개로 충분히 토론할 테니 의원님들은 공개적 입장 표명을 자제해 달라"며 "신임 한정애 정책위의장이 오늘 중으로 A안와 B안을 다 작성해 최고위에 보고해달라. 이른 시간 안에 입장을 정리해 국민 여러분께 알려드리겠다"고 말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