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선 대항병원 대표원장
치료 까다로운 환자들의 희망
대학병원들도 매달 환자 의뢰
대장내시경 61만건·수술 17만건
전문의 32명 다학제 협진으로
‘대장항문치료의 종착역’ 별명
40대 환자 A씨는 7년 간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치루 수술을 11차례나 받았다. 계속된 재발과 수술로 항문 주변 조직은 딱딱하게 굳은 ‘복잡치루’ 상태였고, 괄약근 일부가 손상돼 변실금 증상까지 나타났다. 수술이 한 번만 더 잘못돼도 평생 기저귀를 차야 하는 위태로운 상황이었다.
김도선 대항병원 대표원장은 A씨에게 최고난도 수술 기법인 ‘괄약근간 치루관 결찰술(LIFT)’을 권했다. 약해진 괄약근은 자르지 않은 채, 미세한 틈새로 수술기구를 넣어 치루관을 확보한 뒤 깊숙이 숨은 염증의 뿌리만 묶어 차단하는 방식이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추가 손상 없이 치루를 완전히 치료한 것은 물론, 배변 조절 기능까지 정상 회복했다. 김 원장은 “완치 판정날 제 손을 잡고 눈물을 흘리던 환자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며 “A씨는 이후 건강 관리에 전념해 40kg의 체중을 감량했고, 당뇨 등 기저질환까지 호전된 상태로 제2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대학병원들이 ‘우리 병원에선 치료가 어렵다’며 환자들을 보내는 강소병원이 있다. 매달 이렇게 전원 의뢰가 오는 환자만 20여 명,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대장항문 전문병원 대항병원이다. 개원 이래 36년간 한 우물만 판 이곳은 누적 대장내시경 61만건, 수술 17만건이라는 압도적인 임상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거대 용종과 조기 대장암, 크론병까지 해결하며 ‘대장항문 치료의 종착역’으로 자리잡았다.
대항병원은 모든 치료를 원내에서 해결할 수 있는 ‘다학제 협진 시스템’을 갖췄다. 통상 2차 병원은 원내에 심장내과나 병리과가 없는 경우가 많다. 고령 환자의 수술 전 심장 검사를 외부에 위탁하거나 내시경 중 발견된 용종·암 조직의 판독을 외부 수탁 기관에 맡기느라 결과 확인까지 며칠 씩 걸리곤 한다. 수술과 치료가 지연되는 것은 물론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대항병원은 심장내과 전문의가 상주하는 심장클리닉과 자체 병리과를 구축했다. 수술 전 위험 관리부터 수술 중 실시간 진단까지 당일에 끝내겠다는 취지다. 신재원 대항병원 의료기획실장은 “전신 마취가 필요한 진행성 대장암이나 고혈압, 심방세동 등 심혈관계 고위험군 환자들을 위해 선제적 대응 시스템을 구축했다”며 “검사와 분석 결과를 즉시 도출해 그 자리에서 치료 방침을 정하는 패스트트랙이 협진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수술실의 안전을 책임지는 마취 시스템도 탄탄하다. 30년 경력의 마취과 전문의가 상주하며 수술 시작부터 회복실 퇴실까지 실시간 모니터링을 한다. 고령 환자의 신체 부담을 줄이는 맞춤형 국소·척추 마취를 집도하는 것도 이들 몫이다.
김 원장은 “심장클리닉과 마취과 베테랑들이 구축한 안전망 덕분에 개원 이래 수면 마취 사고가 단 한 건도 없었다”며 “타 병원에서 마취 위험으로 수술을 거부당한 80~90대 초고령 환자들까지 안전하게 치료받을 수 있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탄탄한 마취시스템 덕에 사고 ‘0’
최소침습 시술로 환자 삶의 질 지켜
핵심 역량은 최소침습 시술이다. 장을 절제하느냐 하지 않느냐는 삶의 질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다. 예전에는 2~3cm의 거대 선종이나 조기 대장암이 발견되면 대장 절제 수술이 불가피했다. 하지만 대항병원 소화기치료 내시경센터는 배를 가르지 않고 내시경 칼로 병변 부위만 정밀하게 포를 떠내 제거하는 ‘내시경 점막하 박리술(ESD)’을 통해 장을 온전히 보존한다.
대장은 위장보다 벽이 얇고 끊임없이 움직여 시술 중 천공 위험이 높다. 대항병원은 수술실에서 대장을 직접 다뤄본 외과 전문의가 내시경 ESD 시술을 전담하는 방식으로 이 난제를 해결했다. 김 원장은 “국내에서 2007년 ESD를 가장 먼저 도입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며 “내과에서 내시경 검사를 하다가 병변을 발견하면 날을 따로 잡을 필요 없이 상주하는 외과 의사와 실시간으로 협진한다”고 말했다.
대항병원에 따르면 지금까지 시행된 ESD 시술 3600여 건 가운데 천공으로 인해 개복 수술로 전환된 비율은 0.3%에 불과하다. 2009년에는 시술 난도가 매우 높은 14cm 크기의 초거대 용종을 ESD 시술만으로 완벽히 제거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직장이 항문 밖으로 밀려나오는 직장탈출증과 변실금 등 기능성 질환 역시 전문 영역이다. 수년간 기저귀에 의존하며 고립된 생활을 하던 60대 후반 환자의 치료 사례가 대표적이다. 대항병원은 특수 인공막으로 느슨해진 직장을 원래 위치에 견고하게 고정하는 ‘복강경 인공막 직장 전방고정술’을 시행해 환자의 배변 조절 기능을 회복시켰다. 최근에는 합성 섬유 인공막의 감염 리스크를 더 낮추기 위해 인체 유래나 자연 생체막을 활용한 고정술을 시행 중이다.
김 원장은 “치핵, 복잡치루, 변비, 변실금과 같은 양성 질환은 생명을 직접 위협하진 않지만 환자의 일상과 존엄성을 무너뜨리는 삶의 질의 문제”라며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화장실에 갈 때마다 느끼는 고통과 출혈의 공포를 결코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항병원은 현재까지 인공막 고정술을 400례 이상 집도하는 등 국내 최다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높은 수준의 의료질을 유지해온 원동력은 의료진의 학구적인 문화에 있다. 현재 32명의 전문의는 4주마다 정기 컨퍼런스를 열어 최신 연구 성과와 진료 경험을 공유한다. 특히 대장항문외과는 주 1회 정례 회의를 통해 고난도 환자 사례를 분석하고 치료 지견을 논의한다. 병원 차원에서는 의료진이 전문성을 지속적으로 높일 수 있도록 논문 게재와 해외 학회 발표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김 원장은 “의사의 작은 방심은 환자에게 평생의 후유증이나 재발이라는 고통으로 돌아오기 때문에 단 0.1%의 타협도 허용하지 않는 완벽주의 철학을 고집한다”며 “단순히 덩치만 키운 대학병원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대장항문 분야만큼은 ‘대항병원이 치료하지 못하면 국내 어디서도 할 수 없다’는 절대적 신뢰를 주는 기관으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말했다.
대항병원 외에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대장항문 전문 의료기관은 서울송도병원, 한솔병원, 의료법인구의료재단 구병원 등 3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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