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이어지는 폭염 속, 밤에도 식지 않는 열기로 수면이 위협받고 있다. 에어컨을 밤새 켜도, 찬물 샤워를 해도 깊은 잠을 이루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
수면 전문가 신원철 강동경희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열대야 속 숙면의 핵심은 ‘체온 조절’”이라고 강조했다.
■ 열대야는 ‘밤기온’보다 ‘지속’의 문제
열대야는 낮 최고기온이 30도 이상이면서 밤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인 상태가 이어질 때를 말한다.신 교수는 “열대야는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생소한 개념”이라며 “일본의 한 기상학자가 여름철 밤잠을 설치는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만든 용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에서 열대야가 본격적으로 관측된 것은 1980년대부터다. 당시 연평균 열대야 일수는 4일이 채 되지 않았으나, 최근 기후변화로 급격히 증가해 지난해에는 11~12일간 지속되기도 했다.
■ 잠 못 드는 진짜 이유 : 떨어지지 않는 ‘체온’
사람이 잠들려면 체온이 평소보다 약 1.5도 떨어져야 한다. 체온이 내려가면서 수면 유도 호르몬인 멜라토닌이 분비되면 자연스럽게 졸음이 찾아온다.그러나 열대야에는 외부 온도가 높아 체온이 쉽게 내려가지 않는다. 손발 말단 혈관이 확장돼 열을 방출해야 하지만, 바깥 공기가 뜨겁다면 이 과정이 막히면서 체내 열이 갇히게 된다.그 결과 교감신경이 활성화돼 몸은 각성 상태를 유지하고, 잠들기 어려워진다.
체온은 새벽 2~3시 무렵 가장 낮아진 뒤 다시 오르기 시작하는데, 이때 이미 체온이 충분히 내려가지 않았다면 작은 외부 자극에도 민감해져 쉽게 잠에서 깨게 된다.
신 교수는 열대야 속 숙면을 위한 방법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 열대야 속 ‘숙면’을 위한 6가지 전략
1. 낮이나 밤이나 커튼 치기
햇빛이 들어오면 실내는 복사열로 급격히 더워진다. 낮 동안 암막 커튼으로 빛을 차단하면 저녁 침실 온도 상승을 막을 수 있다.
2. 잠자기 전 운동은 금물
적당한 낮 운동은 숙면에 도움이 되지만, 잠자기 직전 격한 운동은 체온을 올려 숙면을 방해한다. 이 시점엔 가벼운 요가나 스트레칭 정도가 적당하다.
3. 샤워·목욕, 온도와 타이밍이 관건
▲ 취침 3~4시간 전: 뜨거운 물로 반신욕 또는 족욕
→ 체온을 올렸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떨어지게 해, 이때 체온 하강이 잠을 부른다.
▲ 취침 1시간 전: 미지근한 물로 가볍게 샤워
→ 체온을 크게 올리지 않고 근육을 이완시켜 편안한 상태로 만든다.
※ 찬물 샤워는 교감신경을 자극해 오히려 잠을 방해할 수 있다.
4. 침실 온도는 시원하게
수면에 가장 적합한 온도는 섭씨 16~20도다. 에어컨을 24~26도로 맞추면 실제 침실 온도는 이 범위에 가까워진다.다만, 저체중이거나 갑상선 기능 저하 등 체온 조절이 어려운 사람은 조금 더 따뜻하게 설정하는 게 낫다.
5. 잠과 온도의 줄다리기 : 에어컨과 선풍기 사용법
수면 중 R.E.M 단계에서는 우리 몸의 체온 조절 기능이 잠시 멈춘다. 이때 너무 춥거나 너무 더우면, 몸은 마비 상태지만 뇌는 깨어 있어 불편함을 느껴 쉽게 깬다.
에어컨은 잠들고 2~3시간 타이머로 꺼지게 설정한다. 선풍기는 벽 쪽으로 틀어 공기를 순환시키는 게 좋다. 바람을 직접 오래 맞으면 땀이 빠르게 증발해 탈수로 수면에 방해된다.
얇고 통기성 좋은 이불과 잠옷을 입어 새벽 한기를 막는 것도 효과적이다. 쾌적한 잠자리를 위해 텐셀, 유칼립투스, 대나무 등 통기성 좋은 침구류와 쿨링 매트리스를 추천한다.
6. 수분과 습도 관리도 숙면의 열쇠
침대 옆에 시원한 물을 준비해 체온 조절과 수분 보충을 돕는다. 다만, 잠들기 12시간 전부터는 물 섭취를 줄여야 야간뇨를 예방할 수 있다.
습도는 40~60%로 유지하고, 제습기를 틀거나 마주 보는 창문이 있다면 두 개 다 열어 바람 순환을 만들어야 한다.
신 교수는 “열대야 속에서도 체온과 환경만 잘 조절하면 숙면이 가능하다”며 “침실 환경을 점검하고 루틴을 조정하는 것이 꿀잠의 첫걸음”이라고 조언했다.
최강주 기자 gamja82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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