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자율주행, 시범사업만 해서야

1 day ago 1
구글 로보택시 웨이모구글 로보택시 웨이모

여행 혹은 업무로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다녀온 이들이 약속이나 한 듯 구글 자율주행 로보택시 '웨이모' 탑승 경험을 털어놨다.

단순 호기심 차원에서 탑승한 사람이 있는 가 하면, 전문가 시각에서 웨이모를 평가하기 위한 사람 등 목적은 제각각이다. 일반인의 소감은 예상보다 승차감은 안정적이었고, 위험하다는 느낌도 없었다는 게 대부분이다. 경이롭다는 사람도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자율주행 수준과는 차이가 있음을 확인했고, 로보택시 시대가 다가왔음을 실감했다고 한다. 국내에서도 자율주행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지만, 아직 웨이모 수준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평가다. 그럴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웨이모와 달리 국내에선 대부분 정해진 구간에서 시범 사업만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웨이모는 운전자 없이 실제 도로에서 운행하고 있다. 막대한 투자와 지속적 기술 업그레이드를 통해 실제 현장에서 무인 자율주행 상용화를 넘어 대중화, 고도화하고 있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시범 사업조차 사람이 보조운전자로 탑승한다. 주행 도로도 시범 사업 지역 내 특정 노선으로 제한돼 있다. 자율주행 기술 개발과 축적이 상대적으로 늦을 수 밖에 없다.

웨이모 뿐만 중국의 자율주행도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중국은 글로벌 자율주행 주도권을 확보를 목표로 정부 차원에서 과감하게 지원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자율주행 상용화와 대중화 단계로 진입이 늦으면 늦을수록 미국과 중국에 뒤쳐질 게 자명하다.

자율주행은 자동차에 한정된 이슈가 아니다. 자율주행은 차량이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위치를 파악하며, 사람이 알려주지 않아도 교통 법규를 준수하며 주어진 경로를 따라 목적지로 이동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차량이 위험 상황과 주행 상황을 인식하고 판단하는 인공지능(AI)을 비롯 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디지털 지도, 초고속·초저지연 유·무선 통신, 자율주행 특화 소프트웨어(SW)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ICT) 일체가 뒷받침돼야 한다. 자율주행 상용화는 각각의 분야를 고도화하는 견인차 역할도 할 수 있다.

즉, 자율주행 상용화 지연은 특정 분야 정체로 끝나지 않는다. 자율주행에 필요한 AI와 데이터 등은 각각 구분되어 있는 것 같지만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있으며, 물고 물리는 연결고리나 다름없다. 한 영역에서 정체는 다른 영역에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AI와 데이터를 망라해야 하는 자율주행이 미래 산업 전체를 선도할 중심 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한민국이 자율주행에서 만년 후발주자로 머문다면 특정 영역에서 경쟁력을 잃는 데 그치지 않고 국가 경쟁력 전체가 제자리 걸음을 할 수 밖에 없다.

그동안 우리나라 자율주행 기업은 국내외에서 시범 사업 등을 통해 기술을 축적하고 있다. 추격자로서 잠재력은 확보한 것이다.

한달 후 새로운 정부가 출범한다. 분명 새로운 미래 성장 동력을 찾고, 비전을 제시하려고 할 것이다. 차기 정부가 자율주행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럴싸한 정책 제시가 아니라 제대로 육성하겠는 의지와 노력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종전처럼 시범 사업만 반복해선 돌파구를 찾을 수 없다.

김원배 기자 adolfkim@etnews.com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