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오후 서울 삼각지 고가도로 보수 현장에서는 고가 위에 설치된 임시 통행로로 인근 초등학교 학생들이 하교하고 있었다. 이곳은 고가 아래로 네 개 철도 선로가 지나고, 그 위로 차량과 보행자가 오가는 구조다. 철로 바로 옆에서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B노선 관련 지하터널 공사도 진행되고 있었다. 서소문 고가도로 철거 현장과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이었다. 인근 상인인 30대 김모씨는 “길을 걷다가 바닥이나 구조물이 흔들리는 느낌이 들 때가 있어 불안하다”고 말했다.
이런 불안감은 서울의 다른 지역 주민들도 곳곳에서 느끼고 있다. 서울시 건설정보관리시스템 ‘건설알림이’에 따르면 서울 시내에서 진행 중인 공공 발주 공사는 전날 기준 5341건에 달했다. 2024년 935건에서 지난해 3984건으로 급증한 데 이어 올해도 큰 폭으로 늘었다. 서소문 고가도로 철거 현장 인근에서도 건물 리모델링 등 3~4개 공사가 한꺼번에 이뤄지고 있다. 차량과 지하철, 보행자 등 통행이 계속되는 도심에서 공사하는 만큼 위험성이 클 수밖에 없다.
노후 시설물 철거 및 교체 수요가 늘면서 관련 공사도 지속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지난해 기준 서울 전체 건축물 가운데 30년 이상 된 노후 건축물 비중은 61.2%에 달했다. 감소세를 보이던 건설업 사고 사망자도 다시 증가하는 추세다. 고용노동부의 연도별 산업재해 현황 부가통계에 따르면 건설업 사고 사망자는 2022년 341명에서 2023년 303명, 2024년 276명으로 감소하다가 지난해 286명으로 늘었다. 올 들어서도 사망자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26일 서소문 고가도로 철거 현장에서 현장소장 등 세 명이 사망한 데 이어 27일 강남구 수서동에서는 하수관로 정비 작업 중 토사가 무너지며 작업자 한 명이 숨졌다.
서울 도심에서 각종 공사가 동시다발적으로 시행되고 있지만 관리·감독은 미흡하다. 서소문 고가도로 철거 현장에서는 슬래브 침하가 일어난 뒤 지지대가 설치되지 않았고, 열차 통제도 이뤄지지 않았다. 수서동 사고에서는 토사가 무너지지 않게 하는 부목이 설치되지 않은 정황이 포착됐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서울 주요 철거 공사의 안전성을 점검해야 한다. 안전 기준과 현장 대응 매뉴얼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 무리한 공기 단축 등 안전에 위협을 주는 관행도 손봐야 한다. 서소문 고가도로 사고 당시 공정률은 87.2%로 계획(77.8%)보다 빠른 상황이었다. 이제 우리 사회에서 안전불감증을 조속히 걷어내야 한다. 서울 시민은 안전하게 거리를 거닐 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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