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국방 재편의 핵심은 中 견제
그 일환으로 주한미군-對北 전략도 조정
韓, 미중 패권경쟁의 향방 보며 대처해야
친중-친미로 갈린다는 인상 주면 치명적
미 국방전략의 핵심은 우선순위의 재조정이다. 지침은 핵심을 세 가지로 요약하고 있다. 본토의 안보를 강화하고, 중국을 유일한 전략적 위협으로 상정해 억제력을 집중하는 한편 동맹국의 방위 분담을 증가시키는 것이다.
본토 방위는 언제나 최상위 목표이지만 불법 이민 방지와 국경 안보가 강조되고 있다. 특히 근외(near abroad) 방어라는 차원에서 본토 주변이 강조되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눈독을 들인 그린란드와 파나마 운하도 그 중요성이 재설정되고 있다. 북아메리카를 위아래로 둘러싼 지역의 관리를 본토 방위의 핵심으로 설정한 것이다.
눈여겨봐야 할 점은 중국의 군사적 위협에 대한 미국의 직접적 대응이다. 미국 보수는 중국이 인도태평양 지역 패권을 차지하려는 의도가 있고, 그럴 능력을 추구한다고 본다. 출발점은 대만과 남중국해다. 이를 연결하는 제1 도련선을 확보하는 것이 중국의 패권적 지역 전략의 신호탄이라고 인식한다. 중국이 인도태평양 지역 패권을 거머쥐면 결국 미국의 세계적 패권에 도전할 것으로 본다.이에 따라 중국이 빠른 속도로 대만을 점령하고 이를 기정사실화한 후 이 지역에서 미국 및 동맹국의 세력을 배제하는 시나리오를 미국은 상정하고 있다. 미중 간 핵억제 때문에 전면전으로 번지진 않더라도 제한전의 형태로 미중 충돌이 일어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미국은 이를 막기 위해 신속한 대응 체제를 준비하고, 대만의 자체 군사력을 증강시키며, 일본 호주 필리핀 등과 함께 군사적 억제 체제를 최대한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제시한다.
한반도는 어떠한가. 미국은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심각하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한국과 일본이 주축이 돼 억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한국이 자체 국방력에 기반해 주도적으로 북한의 위협을 억제하려는 의도와 그럴 수 있는 능력을 갖출 것을 촉구하고 있다.
미국이 강조하는 것은 중국 견제 전력을 제외한 통상 전력으로 한국을 돕겠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한국에 대한 핵확장 억제는 계속 강조하고 있다. 북한의 핵위협에 대해 한국과 일본에 핵확장 억제를 철저히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한국 방어 자체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한국을 지키지 못할 경우 인도태평양의 동맹국들이 미국을 신뢰하지 못해 중국과 타협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주한미군의 기능 변경이다. 이미 2006년부터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즉 한반도 이외의 전역에서 활동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논의는 지속돼 왔다. 이제 대북 억제가 아닌 중국 억제, 특히 대만 유사시 개입 전력으로 주한미군 전력의 일정 부분이 활용되는 계획을 예상할 수 있다. 계속 논의돼 온 한국의 방위비 분담, 주한미군 축소 등도 중요한 이슈이지만 핵심은 대중 군사 견제다. 방위비 분담과 주한미군 축소 등은 패권의 경제적 기초에 관한 것이고, 대중 견제라는 군사적 기반과는 논리적으로 구분된다.그렇다면 한국의 과제는 무엇인가. 미국의 전반적인 군사적 패권 전략에 대해 어떠한 기본 입장을 취해야 할 것인가에 관한 문제다. 미중 간 패권 경쟁의 향방이 어떻게 진행될지, 중국이 대만과 남중국해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할 경우 우리 국익에 치명적인 손상이 있을 것인지 등을 명확히 판별해야 한다. 미국은 대만 방위에 일본과 호주가 주축이고, 한국이 이보다는 간접적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주한미군의 변화와 대북 억제의 전략 변화를 놓고 본격적으로 고민해야 할 때이다. 한미 간의 견고한 합의에 의해 대북 억제를 최대한 유지하면서도 지역 측면에서 한미가 합의할 수 있는 바를 찾아 나가야 한다.
6월 새 정부가 출범하면 곧 한미 정상회담도 열리게 될 것이다. 한국 내 보수와 진보 진영이 존재하지만 친중, 친미로 진영이 갈린다는 인상을 주면 치명적이다. 강대국 간 단편적인 편들기 전략을 넘어선 상위의 전략 체계가 수립돼야 하는데 시간이 많지 않다. 한국의 국익에 유리하고 규범적으로 바람직한 국제질서에 대한 명확한 전망을 가지고 미중 전략 경쟁의 논리에 대처해야 한다.
전재성 객원논설위원·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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