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정원수]‘가짜 영웅 찾기’ 수사, 누가 웃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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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특검의 갑작스러운 조성현 대령 입건
헌재-1심 법원-내란 특검의 흐름과 정반대
‘軍 소극대응으로 계엄 조기해제’ 논리 허물고
尹측 “義人이냐?” 힐난과 비슷… 自害 아닌가

정원수 부국장

정원수 부국장
“가짜 영웅 아닌가요?” 12·3 비상계엄 당시 수도방위사령부 제1경비단장이던 조성현 대령을 콕 집어서 2차 종합 특검 관계자가 최근 이런 취지의 말을 했다고 한다. 계엄 때 헌법을 수호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9월 훈장을 받은 조 대령의 자격을 문제 삼은 것이다. 얼마 뒤 종합 특검은 브리핑에서 “참고인 다수를 조사했고, 혐의 입증을 위한 중요한 진술을 확보했다”라며 조 대령을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피의자로 입건한 사실을 공개했다. 만약 기소 뒤 유죄가 확정된다면 조 대령의 훈장이 박탈될 수 있다. 종합 특검이 ‘가짜 영웅’이라는 말을 그냥 한 게 아닌 셈이다.

계엄 당시 군 지휘부의 언행이나 이를 뒷받침하는 통화 녹취파일 등 객관적 증거자료는 헌법재판소, 국회 청문회,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1심 법정을 통해 이미 공개됐다. 조 대령은 계엄 해제 본회의 표결 10여 분 전 직속상관인 수도방위사령관에게 ‘(국회) 본관 내부로 들어가서 의원들을 외부로 끌어내라’라는 지시를 받고, 이를 하달했다. 당시 육군특수전사령부 군인들이 국회 본관에 진입한 상태였고, 잠시 뒤 (특전사 등이) 의원들을 데리고 나오면 조 대령은 (본관 밖에서) 통로를 형성하는 역할을 하라고 명령이 바뀌었다. 그사이 계엄이 해제됐고, 조 대령은 국회로 오던 후속 부대에 서강대교를 넘지 말라고 지시했다.

조 대령의 재고 요청으로 임무가 바뀌었는지, 명령 하달을 언제 했는지 등은 논란이 될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 조 대령이 의원들을 끌어내라는 명령을 이행하지 않았다. 게다가 계엄 해제 뒤 후속 부대의 추가 투입을 막아 시민들과의 불필요한 충돌을 피했다. 김용현 당시 국방부 장관이 계엄 해제 직후 ‘중과부적(衆寡不敵)’을 언급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봐야 한다. 하지만 종합 특검은 ‘의원을 끌어내라’라는 상부의 첫 지시를 거부하지 않고, 부하들에게 전달한 것 자체로 내란죄가 성립한다고 본다. 앞서 조 대령을 불입건했던 내란 특검은 “조 대령의 당시 지위와 역할, 다른 관여 지휘관들과의 형평성 등 여러 사정을 고려했다”라는 반박 자료를 냈다. 앞단에서 명령을 따랐다고 하더라도 결정적인 순간에 명령을 거부했다면 현미경을 들이대지 말고, 망원경으로 전체를 보듯 해야 한다는 취지일 것이다.

이 문제의 심각성은 특검 간 충돌로만 끝나지 않는 데 있다. 윤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 때 헌재는 직권으로 딱 1명의 증인을 불렀는데, 바로 조 대령이었다. 당시 증거로 채택된 검경의 수사 기록을 꼼꼼히 읽어본 재판관이 국회나 윤 전 대통령 측 증인들 외에 한 명 더 부르자고 했기 때문이었다. 조 대령의 서강대교 관련 발언이 처음 나온 게 2025년 2월 헌재 공개 변론 때였다. 헌재는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문에서 국회의 신속한 계엄 해제 의결은 시민들의 저항과 군경의 소극적인 임무 수행 덕분이라고 밝혔다. 특히 군의 소극적 대응의 상징이 조 대령이나 마찬가지다. 조 대령이 처벌받는다면 헌재 논리의 정합성에 금이 갈 수도 있다.

사실 조 대령의 더 큰 공로는 ‘계엄의 밤’이 아니라 그 이후의 행동에 있었다고 본다. 헌재, 국회, 1심 형사 법정에서 일관되게 증언함으로써 윤 전 대통령 측 주장이 배척될 수 있었다. ‘조성현이 말 하지 않고, 반대로 했다면 윤 전 대통령의 파면,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1심 유죄가 가능했겠나’라는 질문에 누구라도 선뜻 ‘그렇다’라고 답변하기 어려운 이유다. 아직 내란 재판이 끝난 게 아닌데, 100% 저항하지 않은 관련자들을 발본색원하는 건 자해적 수사에 가깝다.

‘가짜 영웅이냐, 아니냐?’는 말이 있기 전에 ‘의인이냐, 아니냐?’는 말이 먼저 있었다. 탄핵 심판 공개 변론 때 조 대령이 ‘의원을 끌어내라는 상관의 지시가 있었다’라고 증언하자 윤 전 대통령의 변호인은 조 대령에게 “의인이냐?”라고 힐난했다. 메신저를 공격해서 조 대령의 주장에 흠집을 내려고 한 것이다. 조 대령은 당시 “저는 의인이 아닙니다”라며 이렇게 답변했다. “제가 거짓말을 해도 제 부하들이 다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절 거짓말을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흔히 수사를 임상(臨牀) 과학이라고들 하는데, 수사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적정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현장의 분위기에 휩쓸려 부작용 등 종합적인 영향을 함께 고려하지 않는 수사는 과도한 권력 행사일 뿐이다. ‘가짜 영웅 찾기’라는 신념에 사로잡힌 수사에 지금 누가 웃고 있는지를 되돌아봐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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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수 부국장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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