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의 역설, 사라진 일자리
이달 중에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해야 하는 가운데 최저임금 급등 후 고용시장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들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15시간 미만 쪼개기 근로 확대, 일자리 감소로 이어져 사회 전반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노동자를 보호하려는 제도가 오히려 일자리를 앗아가는 ‘최저임금의 역설’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2024년 4월부터 대형 패스트푸드 체인 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보다 25% 높은 시간당 20달러의 별도 최저임금을 적용했다. 전미경제연구소(NBER)에 따르면 별도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내용을 법제화한 이후 1년 만에 캘리포니아 패스트푸드 업종 고용은 다른 지역 대비 2.7%에서 최대 3.2%까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자리 수로 환산하면 1만8000여 개가 사라진 셈이라고 연구소는 설명했다.한국도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8년과 2019년에 각각 16.4%, 10.9% 올려 2년 만에 30% 가까이 최저임금을 인상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당시 두 차례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 이후 최저임금 미만 구간의 일자리는 약 6.4% 감소했다. 고용 감소 여파는 가구 소득에도 영향을 줬다. 특히 소득수준이 낮은 가구에서 감소 폭이 두드러졌고, 소득분배 지표도 소폭 악화됐다.
저임금 근로자 비중이 높은 장애인들은 특히 최저임금 인상의 직격탄을 맞는다. 지방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사장에게 들은 이야기다. 이 회사는 현장 생산직에 청년 장애인 직원들을 고용하고 있었는데 최저임금이 급격히 오르면서 이들을 더 이상 고용할 수 없게 됐다. 장애인 직원의 부모들이 사장을 찾아와 “우리 아이에게 돈을 안 올려줘도 되니깐 일할 수 있게 해달라”고 했지만 법적인 문제 등으로 인해 계약을 끝낼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현재 국내 고용 여건은 좋지 않은 상황이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제조업 취업자는 23개월 연속 줄었고, 청년층(15∼29세) 취업자는 25만 명 넘게 급감했다. 1년 이상 일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용일자리는 26년 5개월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 기초체력이 바닥난 고용 시장에 최저임금 급등 바람까지 불어닥치면 시장은 빠르게 얼어붙을 수 있다. 문을 닫는 사업자 수도 늘고 있다. 지난해 5년 이상 버티다 폐업한 사업자는 처음으로 30만 명을 넘어섰다. 5년 이상 존속한 음식점 가운데 폐업한 곳도 4만1659곳으로 2007년 통계 작성 이후 최대였다. 이들은 폐업 사유로 ‘사업 부진’을 가장 많이 꼽았다.임금인상 속도 조절 필요
일부 취약 업종에만 제한적으로 최저임금을 다르게 적용해 보자는 ‘업종별 차등 적용’ 절충안은 올해도 부결됐다. 내년에도 단일한 최저임금 잣대가 모든 산업계에 일괄 적용되는 것이다. 고용과 내수 시장이 어려운데 이러한 현실과 괴리된 급격한 임금 인상은 소상공인뿐 아니라 청년, 시간제 근로자, 장애인 등 사회적 취약계층의 생계 기반인 일자리부터 파괴할 수 있다. 고용 시장이 감당할 수 있는 합리적 수준에서의 임금 인상 속도 조절이 필요한 시기다.
신수정 산업2부장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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