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론/신동찬]트럼프 상호관세는 협상카드, 美 의도부터 파악하라

4 weeks ago 14

美, 무역적자를 ‘국가비상사태’로 규정
행정명령 ‘수정 권한’은 협상 여지 시사
美 불만 덜 카드로 관세율 협상에 나서고
경제안보 고려한 공급망 재편 지원해야

신동찬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통상산업전문팀)

신동찬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통상산업전문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 시간) 사실상 모든 교역국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국이 수입하는 모든 물건에 10%의 기본 관세를 부과하고 한국을 포함해 중국, 유럽연합(EU), 일본, 베트남 등 50여 개의 이른바 ‘최악의 국가(worst offenders)’에는 국가별 개별 관세를 더해 고율의 상호 관세를 부과했다. 또 미국이 수입하는 모든 자동차에 대해 25%의 관세도 물렸다. 세계를 대상으로 관세 장벽을 세워 자유무역 80년 질서를 일거에 무너뜨린 것이다.

이번 행정명령의 근거는 1977년에 제정된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International Emergency Economic Powers Act)’이다. IEEPA는 주로 미국 안보에 대한 위협에 대처하려고 광범위한 경제 제재를 시행하기 위해 적용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하며 사실상 처음으로 IEEPA를 이민 통제나 마약 유입 저지 등을 명목으로 한 타국에 대한 징벌적 관세 부과를 위해 활용했다. 이번에도 “호혜주의에 반하는 통상 행위, 환율 조작, 부가가치세 및 기타 정책으로 인해 발생한 미국의 대규모 무역적자를 해소해 국가비상사태를 해결한다”는 명분으로 상호 관세를 부과했다.

집권 공화당에서도 이렇게 IEEPA 적용 범위를 확장하면 나중에 민주당이 집권했을 때 역이용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한다. 기후변화 대처와 같은 민주당 의제 실현을 위해 IEEPA를 남용할 빌미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펜타닐 유입 저지를 이유로 캐나다에 관세 부과를 결정했을 때 미 상원에서 야당인 민주당 의원들뿐 아니라 일부 공화당 의원들까지 들고일어나 대(對)캐나다 관세 부과 종식 결의안을 통과시킨 선례가 있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IEEPA 활용에 대해서 사법 심사를 자제해 온 미 법원이 적극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드라이브에 제동을 걸지는 미지수다. 결국 정치권이나 법원의 기류보다 중요한 것은 미국 내 여론이다. 이번 관세 부과가 미국과 세계 경제에 주름살을 지게 해 미국 내 여론이 돌아선다면 트럼프 대통령도 정책을 고수하기 어려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상호 관세 행정명령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수정 권한(modification authority)’이다. 상대방이 보복하면 관세를 추가로 인상하고, 상대방이 비호혜적 무역 관행을 시정하는 등 미국 국익을 위한 상당한 조치를 하면 관세를 인하하는 식의 협상 카드로 상호 관세를 활용할 수 있는 근거를 행정명령에 포함시킨 것이다.

이는 한국에 부과될 상호 관세도 확정된 것이 아니라 양국 간 협의를 통해 감면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실제로 ‘트럼프발 관세 폭탄’을 먼저 맞았던 미국의 이웃인 캐나다와 멕시코는 그간 미국과 관세 감면 등을 계속 협의해 이번에 일부 성과를 거뒀다. 3국 간 자유무역협정(FTA)인 미국-캐나다-멕시코 협정(USMCA) 적용 품목에 대해서는 관세 면제를 계속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이들 국가는 다른 미국 교역 상대국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리한 고지에 서게 됐다.

협상의 출발은 상대의 의도를 파악하는 일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한 ‘최악의 국가’의 관세율 산정 근거에 실마리가 있다. 미국은 상대방과의 교역에서 미국이 본 상품 무역적자를 해당 국가로부터의 상품 수입액으로 나눈 비율을 근거로 상호 관세를 부과했다. 이는 상호 관세가 미국의 대규모 무역적자를 해결하려는 의도로 만들어졌다는 뜻이다. 협상에 나서려면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등을 늘려 미국의 무역적자 불만을 덜어주는 한편 미국이 제기한 비관세 장벽 중에서도 우리가 수용할 만한 합리적 내용을 파악해 미국에 제시할 협상 카드를 준비해야 한다. 미국이 상호 관세를 부과한 국가 중에는 베트남과 태국 등 우리 기업들이 생산 기지로 삼아 온 국가들도 다수 포함됐다. 우리 기업은 미국과의 교역뿐 아니라 세계 공급망 전체를 재조정해야 할 큰 부담을 안게 됐다. 미국과 중국 갈등이 점점 격화되는 상황에서 임금 등 생산비에만 초점을 맞춘 공급망 구성보다 지정학을 고려한 경제안보 측면으로의 공급망 재편도 필수가 됐다. 정부는 단기적으로 미국과 관세율 협상에 주력해야 한다. 동시에 중장기적인 경제안보 공급망 전환을 위한 외교력을 발휘하고 산업 지원책도 서둘러 마련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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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찬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통상산업전문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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