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서울 서남권 1호차 배치
인공지능 카메라·드론 탑재
거동 수상한 사람 발견부터
인파 밀집도 분석까지 가능
통신망 없이 연산 자체 처리
2028년엔 출동 로봇도 구비
깊은 밤 서울의 한 이면도로를 천천히 달리던 순찰차 내부 모니터 화면에 붉은 사각형이 떠올랐다. '흉기 소지자 감지'. 차량 좌측 카메라가 40m 거리의 행인이 손에 흉기를 들고 있는 장면을 식별한 것이다. 차량 지붕에서 드론이 이륙해 대상자의 동선을 추적하기 시작했고, 4K 광학 카메라가 대상자의 인상착의와 위치 좌표를 모니터에 띄웠다. 대상자가 경찰 추적을 눈치채고 흉기를 빼내 저항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차량에 탑승하고 있던 휴머노이드 로봇이 출동해 이를 제압한다.
공상과학 영화 같은 이 장면이 머지않아 한국 경찰의 일상이 된다. 8일 경찰청에 따르면 인공지능(AI) 카메라 3대를 장착해 전방과 좌우를 동시에 인식하는 'AI 순찰차' 1호차가 오는 6월 현장에 배치된다. 해당 차량은 서울경찰청 광역예방순찰2대가 운용하며 강서·구로·관악구 등 서울 서남권에서 실증 운용에 들어간다.
AI 순찰차의 핵심은 차량에 탑재된 영상 인식 시스템이다. 주변 상황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거동수상자를 식별하거나 인파 밀집도를 파악하는 등 다양한 위험 요소를 자동으로 감지한다. 기존 순찰이 경찰관의 육안과 경험에 의존했다면, AI 순찰차는 AI를 통해 위험 상황을 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인지하고 대응할 수 있다. 한정된 인력으로 기존보다 더 넓은 범위를 정밀하게 살피는 순찰이 가능해지는 셈이다.
이 차량에는 AI 드론이 탑재된다. 필요시 차량에서 드론을 출동시켜 공중에서 현장을 확인할 수 있다. 골목이나 사각지대 등 차량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지역까지 입체적으로 감시·대응이 가능하다. 순찰차와 드론을 결합한 복합 감시 체계로 현장 대응 범위를 확장한 것이다.
모든 AI 연산을 차량 내부에서 처리하는 '온디바이스' 방식이 적용된 점도 특징이다. 통신망에 의존하지 않고 현장에서 즉각 판단이 가능해 긴급 상황 대응 시 신속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지난해 2월부터 추진된 AI 순찰차 개발 프로젝트는 경찰청 미래치안정책국 장비운영과가 주도했다. 여기에 AI 경량화 전문기업 클리카, 드론 기업 아르고스다인, 특장 업체 보가 등 민간 3사가 참여했다. 클리카는 "이번 프로젝트는 '피지컬 AI'(물리적 현실에서 작동하는 AI) 흐름의 최전선에 있다"며 "데이터센터에서 돌아가던 AI를 개별 기기 차원으로 내려 현실 세계와 직접 상호작용하도록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AI 순찰차의 단계적 고도화 로드맵도 마련했다. 올해 안에 순찰 리포트를 자동으로 작성하는 기능을 탑재해 시간대·지역별 순찰 데이터를 축적·분석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순찰이 반복될수록 특정 지역의 위험 요인과 시간대별 특성을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어 예방 중심의 치안 활동이 용이해진다.
내년에는 실종자 자동 탐지 기능을 추가하고 상황실과의 원격 연계 체계를 구축한다. 2028년 이후에는 사람 형태의 휴머노이드 로봇을 AI 차량에 구비하고, AI가 위험하다고 판단할 경우 현장에 로봇을 투입하는 그림이다.
도준수 경찰청 미래치안정책국장은 "AI 카메라와 첨단 드론을 기반으로 한 AI 순찰차를 도입함으로써 위급 상황 조기 감지, 지상·공중 통합 대응이 가능해진다"며 "앞으로 국민 안전망이 한층 촘촘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AI 순찰차 1호차 시범 도입을 시작으로 하반기 중 2대를 추가로 다른 현장에 배치할 예정이다. 실증 결과와 현장 경찰관 반응에 따라 AI 순찰차는 현재 경찰 광역예방순찰대에서 운용하고 있는 승합차를 점진적으로 대체할 전망이다.
[문광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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