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보다 사업" 매각도 불사…반도체 업고 다시 품은 '종로의 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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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SK 서린빌딩의 27년 역사는 그룹의 성장사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계열사들을 한 곳에 모을 때는 통합사옥을 지었고, 사업 확대에 자금이 필요할 때는 건물을 팔았다. 회사와 부서 사이의 교류를 늘리려 할 때는 공간의 배치와 사용 규칙을 바꿨다. SK그룹이 지난 1999년 서린빌딩으로 업무 공간을 바꾼 것은 단순한 이사가 아니었다. 1988년 이후 을지로2가에 있던 회장실까지 새 건물로 자리를 옮겼고, SK㈜와 SK에너지판매에 이어 SK텔레콤, 그룹 구조조정본부가 차례로 들어왔다. 에너지와 통신이라는 당시 SK의 성장축과 그룹 전략을 조율하는 수뇌부가 한 지붕 아래 모인 것이다. 20년 뒤 서린빌딩은 또 변신했다. 이번엔 반대 방향이었다. 한 건물에 모았던 계열사와 조직 사이의 벽을 허물기 위해 2018년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단행한 것이다. 이를 통해 지정 좌석과 칸막이를 없애고 회사·부서·직급 구분 없이 앉는 공유오피스 공간을 만들었다. SK는 당시 리모델링의 목적을 조직 간 ‘사일로’(부서 칸막이)를 없애고 새로운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만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계열사를 한곳에 모으는 것으로 시작한 서린빌딩이 20년 뒤에는 서로 다른 조직을 섞는 공간으로 바뀐 셈이다. 2019년 서린빌딩 공용공간 설계에 참여했던 민성진 SKM아키텍츠 대표는 “서로 다른 전문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자유롭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섞이며 긍정적인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곳으로 만들고자 했다”고 말했다. ◇김종성 건축가 대표작…특정시대 머물지 않는 건축미 서린빌딩은 한국 현대건축의 거장인 김종성 건축가의 대표 오피스 작품이다. 그는 세계적인 현대건축가 미스 판 데르 로에의 건축 철학을 바탕으로, 구조와 건축미를 일치시키는 데 초점을 맞췄다. 짙은 유리와 금속, 직선과 격자 구조를 활용해 장식을 최소화하고 구조와 비례를 드러냈다. 이를 반영하듯 서린빌딩은 지하 7층, 지상 36층, 높이 160m로 사대문 안에서도 우뚝 솟아있지만, 이 건물은 주변을 압도하기보다 차분하면서도 묵직한 분위기를 낸다. 김 건축가는 서린빌딩을 설계하며 기업 정체성을 드러내면서도 특정 시대에 머물지 않는 건축에 주안점을 뒀다. 화려한 장식보다 철골 구조와 비례, 재료의 질감을 살려 시간이 흘러도 본사로서 존재감을 유지하도록 했다. SK그룹 종로구 서린빌딩 사옥.(사진 출처=이데일리)김 건축가는 “뉴욕 맨해튼의 시그램빌딩과 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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