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피젠은 SD바이오센서(에스디바이오센서)를 상대로 최대 5000억원대의 손해배상 청구를 검토하고 있다고 9일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이미 진행 중인 701억원 규모의 민사소송 외에, 침해 기간과 고의성 등을 반영한 피해액 재산정에 들어간 것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앞서 레피젠은 진단키트 케이스를 둘러싼 특허 소송에서 대법원 최종 승소를 거뒀다. 대법원은 지난달 29일 래피젠이 SD바이오센서를 상대로 제기한 실용신안 관련 등록무효 소송에서 하급심 판단을 그대로 인정하고 SD바이오센서의 상고를 기각했다. 쟁점이 된 실용신안은 래피젠이 2019년 등록한 체외진단 키트의 상부 케이스 구조다. 검체 희석액 튜브를 안정적으로 거치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래피젠 측은 SD바이오센서가 해당 구조를 무단 차용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 판단으로 해당 실용신안은 법적 효력을 확정받게 됐다. 래피젠은 이를 근거로 민사상 손해배상 소송을 확대할 수 있는 길을 열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701억원 규모로 진행 중인 손배소 외에, 회사 측은 전체 피해액을 재산정해 총 5000억원에 이르는 청구도 가능하다는 게 회사 입장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번 판결에 대해 지식재산권을 둘러싼 국제적 판례 흐름을 감안할 때, 향후 소송에서 래피젠이 유리한 입장을 점할 가능성이 크다는 해석이 나온다.
래피젠은 이번 승소를 계기로, 기술 기반 바이오기업으로서의 위상을 굳히는 동시에, 국내외 진단기기 시장에서 협상력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중소기업도 자사의 기술을 보호할 수 있다는 신호탄이 됐다"며 "남은 민사소송에서도 특허 침해의 고의성을 입증할 것"이라고 밝혔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