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드마크 대 랜드마크] 부활을 설계한 공간예술…건축에 신앙을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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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드마크 대 랜드마크] 부활을 설계한 공간예술…건축에 신앙을 담다

무엇엔가 사용할 공간이 필요해 건물을 짓게 되지만 똑같은 용도라도 건물들이 각기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왜 어떤 건물은 높게 지었고, 어떤 건물은 동그랗게 지었으며, 어떤 건물은 세모 모양으로 지은 것일까. 왜 학교는 낮고 긴 모습이고 사무실은 높을 것이라고 상상하나. 죽은 사람을 매장한 무덤이 왜 어떤 것은 봉분이고, 어떤 것은 피라미드 같은 모양일까. 어떤 건물은 자연스러운 느낌이 들고, 어떤 건물은 딱딱하고 인위적인 느낌이 날까.

용도에 맞춰 공간의 크기만을 갖추는 것이 아니라 공간의 색깔, 공간의 성격이라는 것이 분명히 존재하는 것 같다. 그것 때문에 우리는 그 건물이 좋아 보이기도 하고, 별 느낌이 들지 않기도 하는 것이다.

경기 가평군에 있는 예수마을 교회당 내부 모습. /진효숙 사진작가 제공

경기 가평군에 있는 예수마을 교회당 내부 모습. /진효숙 사진작가 제공

예수마을과 만해마을은 그 이름처럼 두 곳이 모두 종교적 의미를 지니고 있기에 그냥 그곳에 어떤 용도의 건물, 공간이 있다는 프로그램상 요구를 뛰어넘어 분명 표현하고자 하는 주제가 있을 것 같은 곳들이다. 그리고 그 주제에 따라 건물 배열이나 재료, 구성상 특징들이 다를 것 같아 보인다. 부활절(4월 20일)과 부처님오신날(5월 5일)을 맞아 두 곳을 비교해보는 글을 2회로 나눠 연재해본다.

예수마을은 경기 가평의 깊은 산속에 있다. 남서울은혜교회에서 해외 선교활동을 마치고 돌아오는 은퇴 선교사를 위한 마을을 만들어주기 위해 땅을 기증해 시작됐다. 장애인을 위한 활동을 해온 밀알재단이 여러 곳의 사회단체와 교회의 기부 등을 받아 생명의 빛 예배당, 기도실, 카페 베드로 등의 건물을 지었다.

마을 전체적으로는 마스터플랜이라는 인위적 의미가 보이기보다는 대지 경사에 맞춰 알맞게 하나씩 건물을 앉힌 듯한 모습이다. 기도실, 기도문 벽화거리, 홍해연못 등의 시설이 사이사이에 놓이며 성경 말씀과 이야기들이 건물의 종류를 결정하고 건물 배치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 것을 알 수 있다.

몇 개의 건물은 잘 알려져 있는데, 빛의 교회는 이장균 KJ건설사 사장이 러시아산 홍송 600여 그루를 기증한 것을 이용해 프랑스 그르노블대 건축학과 교수이며 신스랩 건축사무소 대표인 신형철 건축가가 설계했다. 그는 열두살 때 르코르뷔지에가 설계한 롱샹성당을 처음 가보고는 그 건물의 위대함에 놀라며 종탑 아래에서 자기도 이와 같은 멋진 성당을 하느님께 봉헌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눈물 어린 기도를 드렸다고 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빛의 교회는 건축가의 애정어린 정성이 들어갔다.

내부는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 아니다. 폴리래미네이트와 유리 천창에서 빛이 쏟아지는 가운데 홍송을 통째로 매달아 베어온 죽은 나무가 새로운 생명력을 얻은 것 같게 했다. 건축가는 건축물은 생명력을 지녀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미 베어진 나무지만 생명력을 가진 나무를 수직으로 매달아 그대로 노출시켜 하늘에서의 빛이 사이사이로 들어오는 것이 예수님의 부활 장면을 시각화할 수 있다고 봤다. 의도 이상으로 빛에 의해 부활의 순간이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예수마을 초입의 안내센터를 겸한 카페 베드로 건물. /배용호 사진작가 제공

예수마을 초입의 안내센터를 겸한 카페 베드로 건물. /배용호 사진작가 제공

마을 초입에 있는 안내센터 겸 카페 베드로라고 알려진 건물은 퇴역한 배를 뒤집어 놓은 모양이다. 선교사들이 세상에서 선교활동을 하던 모습을 배를 타고 가는 것으로 상징했다면 이제는 은퇴해 하늘로 배를 저어가겠다는 의미를 표현하기 위해 배를 뒤집어 놨다고 한다. 이 건물은 신형철 건축가가 2016년 미국 뉴욕 현대미술관의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 YAP에 선정돼 우리나라 현대미술관에 전시한 작품을 분해해 옮겨놓은 것이다. 퇴역, 분해, 해체, 재가공 등의 과정이 역시 예수님의 부활을 상징하고 있다.

대지 중간에 있는 사각박스 모양의 14개 기도 공간은 크고 작은 가운데 12제자와 예수님, 사도 바울을 상징하며 단지를 의미 있는 장소들의 연속으로 만드는 데 일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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