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 3년 만에 마주 앉았지만…고위급 휴전협상 '빈손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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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푸틴 빠진 평화 협상장 >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대표단이 16일 튀르키예 이스탄불 돌마바흐체 궁전에서 열린 고위급 회담에서 마주 앉아 협상하고 있다. 전쟁 발발 3년 만에 성사된 이번 회담은 하칸 피단 튀르키예 외무장관의 중재로 이뤄졌다. 로이터연합뉴스

< 트럼프·푸틴 빠진 평화 협상장 >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대표단이 16일 튀르키예 이스탄불 돌마바흐체 궁전에서 열린 고위급 회담에서 마주 앉아 협상하고 있다. 전쟁 발발 3년 만에 성사된 이번 회담은 하칸 피단 튀르키예 외무장관의 중재로 이뤄졌다. 로이터연합뉴스

전쟁 발발 3년 만에 처음 열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협상이 약 90분 만에 성과 없이 종료됐다. 휴전 방식과 영토 문제를 둘러싼 양국의 이견만 확인되자 실질적인 진전을 위해선 정상 간 대화가 필요하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16일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하칸 피단 튀르키예 외무장관의 중재로 열린 양국 협상은 약 1시간 반 만에 종료됐다. 이번 회담은 2022년 3월 협상 결렬 이후 양국 고위급 인사가 참석한 첫 공식 접촉이었다. 당초 지난 15일 열릴 예정이었으나 대표단 자격과 회담 형식을 둘러싼 신경전으로 하루 연기됐다. 러시아 측에선 블라디미르 메딘스키 크렘린궁 보좌관이, 우크라이나 측에선 루스템 우메로우 국방장관이 수석대표로 참석했다.

협상장에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통제 중인 일부 영토에서의 군 철수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우크라이나는 “사실상 수용 불가능한 조건”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AFP는 우크라이나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러시아는 애초부터 실현 불가능한 요구만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다만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서도 양측은 이날 포로를 1000명씩 교환하기로 합의했다. 추가 협상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

휴전 방식에 대한 접근법도 크게 엇갈렸다. 우크라이나는 미국이 제안한 ‘30일 휴전안’의 즉각 이행을 요구했지만 러시아는 2022년 협상안을 토대로 “장기적 평화 구축”을 주장했다. 이 협상안은 당시 우크라이나 입장에선 항복을 의미하는 조건으로 받아들여졌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알바니아 티라나에서 열린 유럽정치공동체(EPC)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의 최우선 과제는 조건 없는 휴전”이라며 “살상을 멈추고 외교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즉각 실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러시아가 그조차 거부한다면 이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외교를 거부하고 있다는 명백한 신호”라고 지적했다.

이번 협상은 푸틴 대통령이 지난 11일 “15일 협상을 시작하자”고 제안해 성사됐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에 정상회담을 역제안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중동 순방 중 이스탄불 방문 가능성을 내비치며 3자 정상회담 성사 기대가 높아졌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이 실무 대표단만 파견하며 회담은 고위급 선에서 마무리됐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예정대로 귀국길에 올랐다.

다만 미국과 러시아는 정상회담의 필요성에는 여전히 공감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지켜보겠다”며 “필요하다면 언제든 (푸틴을) 만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정상회담은 의심할 여지 없이 필요하다”며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국제 현안에 대해 생산적인 최고위급 대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소현 기자 y2eon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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